자유의 나무에서 아담의 저주로

요요
2018-01-01 18:50
360

지난 시간에 영국 국교회와 비국교도 사이에서 헤매면서 방황했던 것에 비하면

두번째 세미나는 아주 순조로웠습니다. 뭔가 직진하는 느낌!^^

1부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비로소 우리는 

톰슨이 왜 첫장을 '런던교신협회'의 하디와 셀월의 이야기로 시작했는지

완전히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숙련노동자 하디와 지식인 셀월은 잉글랜드 역사의 전통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면서 

또 새로운 시대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기도 했던 것이지요.

톰슨은  마치 고고학적 유물을 찾는 이들이 조심스럽게 붓질을 하듯

역사의 지층 속에서 섬세하게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찾아내려 합니다. 

그리하여 독자로 하여금 살아있는 인간의 숨결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다보니 등장인물이 다채롭습니다.

프락치도, 좌절하여 돌아서는 지식인도, 돈 버느라 운동은 뒷전이 되어버린 활동가도, 

자연예찬으로 돌아서는 사람도, 은둔을 택하는 사람도 함께 등장합니다.

사람에 중점을 두는 이야기인 만큼 사람 사는게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또 무엇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왜 변화했는지 잘 찾아내야 하겠지요!

게다가 그는 1960년대의 성장론자들과의 이론적인 대결, 그 팽팽한 긴장도 함께 녹여냅니다.

산업혁명은 생활수준을 상승시킨 역사적 진보였다고 주장하는 

실증주의자들을 향해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통계자료만 파고들면서 '생활수준'의 향상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의 차이를 보라고요.

아마 우리는 계속해서 당시의 사람들의 삶의 면면을 자세히 탐구하게 될 것 같습니다.

톰슨의 문체에 익숙해지고, 그의 문제의식을 이해해가면서

책이 익숙해지는 만큼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문탁에 첫발을 들인 르꾸님만이 아니라 향기와 콩땅과의 세미나도 처음이거든요.

르꾸님은 즐겁게(?) 세미나를 한 뒤에 레몬차 만들기도 같이 했는데

집에가서 힘들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칼을 쥐었던 손가락이 좀 부었답니다. 물론 금방 가라앉긴 했지만요.^^

글구.. 세미나에서 논란이 된 영어문구가 후기를 쓰는 지금까지도 저는 해결이 되질 않네요.

Ludd가 러다이트를 말하는 것이라는 게 밝혀졌는데도

저는 아직도 이게 뭔 말인가.. 하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지 왜, 그걸 굳이 물어봐 가지고 이렇게 집착하고 있는지 후회막급입니다.ㅋㅋㅋ

다음 세미나에서는 8,9,10장을 읽기로 했습니다.

새해 첫 주에 파지사유 자누리방에서 만나요~

댓글 4
  • 2018-01-02 08:48

    톰슨은 자신의 언어가 없는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은 당시 노동자들의 삶을 기술하려 합니다.

    그는 많은 자료를 읽어내며 어느 하나의 자료로 그들의 삶을 단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것 저것의 자료를 맞추보며 노동자들의 당대 삶을 해석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중간에 소제목도 없이 100쪽에 넘는 분량을 써내어 가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방대한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쉽게 다른 길로 가기도 함정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당대의 세세한 부분까지 되살려 내려는 저자의 작업은 존경스럽습니다.

    현재를 사는 역사가의 임무일까요?

    분명 혼자서는 읽지 못할 책을 선생님들의 손을 잡고 따라갑니다.
    첫시간에는 절대 읽어내지 못할듯했는데 선생님들의 설명을 듣고 길이 조금은 보입니다.

    Ludd는 기계파괴와 관련되어 앞으로 나올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 요요샘 저 샘과 세미나 한 적 있어요.

    제가 존재감이 없어서..ㅋㅋ 일요인문학 잠깐 했더랍니다. ^^

    • 2018-01-02 12:53

      앗! 그랬군요.ㅋㅋㅋ 내 몹쓸 기억력을 탓하는 수밖에^^

      문제의 문장에 대한 하나의 해석.

      들어와라! 오직 러드 장군만이 가난한 사람들 편이다.

  • 2018-01-02 20:46

    아무래도 러드는 여기서 온 말인듯 합니다(나무위키참고)


    네드 러드(Ned Ludd)라는 인물이 이 운동을 주도했기에 러다이트 운동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이 러드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진 적이 없어서 현재는 가공의 인물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네드 러드라는 어린 소년이 단지 손놀림이 서툰 바람에 실수로 두 대의 공장 직조 기계를 망가뜨렸다. 그때부터 가끔 알 수 없는 이유로 공장 기기들이 고장나곤 했다. 의심을 받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하지만 네드 러드가 그랬단 말입니다"라고 변명했다. 1812년, 다급해진 직조공들은 비밀 결사를 만들어 도시에서 게릴라 부대를 형성했다. 그들은 공장 소유주들을 위협하고 이것저것 요구했으며, 소유주들은 그들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었다. 지도자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들은 "누구라니, 물론 네드 러드 장군이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점차 러다이트라고 알려지게 됐다.

  • 2018-01-03 10:10

    함께 하는 선생님들 덕분에 톰슨을 대면하는 시간이 유쾌와 진지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톰슨의 책에 등장하는, 요요샘이 콕 찍어 요약해주신,  "프락치도, 좌절하여 돌아서는 지식인도, 돈 버느라 운동은 뒷전이 되어버린 활동가도, 자연예찬으로 돌아서는 사람도, 은둔을 택하기도 하는 다채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훗날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는 질문도 잠깐 스쳐 지나갔습니다.. 레몬차를 만드는 작업'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레몬향에 취해서, 오가는 이야기에 웃느라 칼질이 무겁지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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