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양자론> 후기
당근
2012-02-21 17:07
1547
아 너무 오래되서 생각 안나네요
양자론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파동과 입자의 양면성' , '상태의 공존'
빛이 파동이면서 입자인 이래로, 전자, 소립자등 수 많은 미시세계의 무엇들이 파동이면서 입자가 되었다.
파동이면서 입자라니... 둘은 전혀 다른 그 무엇아닌가.
누군가에게 ' 너는 파동이면서 입자야'라고 말한다면, 우린 사실 상대를 규정할 어떤 정보도 가지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스크린에 도달하기전, 즉 어떤 거시적 흔적을 남기기 전 ,전자는 어디에든 존재한다. 슬릿 A를 통과한 지점에도 슬릿B를 통과한 지점에도.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존재하는 너는 무엇인가?
거시 세계의 아주 당연한 법칙인 우리 앞의 사물을 어떤 항목에 넣고 그 의미를 제한하여 그 사물을, 사건을, 그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 숱한 가능성으로 존재하다가 관측 순간 무엇인가로 수축하여 그 모습을 드러내는 미시세계는 실체를 찾고자 하는 우리를 빈번히 배신한다.
하지만 그 세계가 모든 가능성이 공존했던 우주 초기처럼 생명력이 들끓고 있다고 여겨지는 건 ... 오역함으로써만 세상을 이해하는 나의 오지랖일까.
터널 효과
미시세계는 우리가 그동안 그러리라 여겼던 작고 귀여운 어떤 것이 아니라 격렬하고 폭력적인 그 무엇이다.
전자는 원래는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없는 그 벽을, 음전기를 띤 무거운 공이 늘어선 그 장벽들을 사정없이 뚫고 지나간다.
우리도 그렇게 이 우주에 존재하게 되었다. 서로를 향해 맹렬히 돌진한 입자들의 수소 핵융합으로 빛나는 태양이 바로 우리 생명의 근원이니까.
한 때 전부라고 여겼던 것들 앞에서 우린 얼마나 주저하고 멈춰섰는지 모른다. 그게 순리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삶의 순리라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 우리 병든 몸의 습속에 익숙한 것들 일 뿐.
습속을 따르는 우린 얼마나 연약한가. 정말 작고 연약한 것은 사실 거시 세계의 우리들.
미시 세계의 입자들은 대상속으로 두려움 없이 돌진한다. 그 야만성이 그 폭력성이 우리를 이 우주에 존재하게 한 것들 아닐까.
너무나 점잖은 우리는 결코 어떤 생명체도 만들어 낼 수 없다. 대상속으로 통과해 나갈 수 없는 나약한 우리는 우주안의 닫힌 존재들.
평행 우주 또는 다중 세계
지금 너를 마주 대하는 이 세상은 수 없는 갈림길에서 내가 선택한 길.
수 많은 세계의 갈라짐을 겪고서 지금 너에게로 도달했으니... 현재의 배치에 억울해 하지 말기를
그 거시적 흔적은 만약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해도 네가 거부할 수 있는 그 무엇 아니면 선택의 결과일 뿐.
성심을 다해 지금 여기에 충실하고 세계가 갈라지는 다음 번 차례를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다른 우주로 옮겨갈 티켓을 얻기 위해선
헷갈리는 양자론을 나 나름 이해하려다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오역을 통해서만 세상을 이해하는 나의 한계.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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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상태의 공존 가운데 왜 현실은 오답으로 수축되는 것인가??
이런 넋두리에서 훅 가버린 뒷풀이였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역시 당근님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짐작되네요. 당근1과 당근2의 대화 같은 하이젠베르크의 청년기 재미있어요.
물론 그들의 대화에 괄호를 많이 치고 읽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발제하면서 보니 <부분과 전체>는 과학과 철학이 마구 뒤섞여 요동치는 느낌의 명저군요.
그런데 <부분과 전체>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흥이 당근님의 양자론 후기에서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왜죠?
1. 당근님이 원래 철학자 수준이다.
2. 당근님이 <부분과 전체>를 읽으면서 물들었다.
3.무담이 <부분과 전체> 발제하느라고 애쓰다 보니 제 정신이 아니다.
정답은...?
정답: 3번
내가 이렇게 멋진 말을 했다니, 다시 읽어 봐도 신기하네요. 아! 죄송^^
시간이 촉박해서.. 모르는 척 <부분과 전체>만 읽고 가려다
1장 읽으며... 후기라도 올려야지 했던 것이니, 저 철학자 맞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