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마트롱을 다 읽었다

새털
2017-11-06 20:46
454

8회에 걸쳐 마트롱을 다 읽었다.

그 동안 마트롱을 공부하건 안하건 가방에 넣고 다니느라

어깨가 고생했다. 스피노자와 씨름하느라 마트롱도 참 고생 많았다.

그리고 우리도 봄에 이어 여름 보내고 가을, 스피노자와 네그리와 발리바르와 마트롱을

읽고 또 읽느라 고생 많았다.

그래서 지금 머릿속에 남은 것은.... 이럴 때 좀 부끄럽지만.... 몇 개 없다.

이번으로 나는 마트롱을 세 번째 읽었다. 예전에 에티카를 처음 공부할 때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어, 참고서로 마트롱을 읽었고,

올봄 글쓰기강학원 에세이를 쓰며 '정념'부분을 다시 한 번 읽었고,

이번에 세 번째로 마트롱을 처음으로 천천히 꼼꼼이 읽었다.

분량에 놀라고 꼼꼼함에 놀라고 지리함에 놀라고...

마트롱이 세 번째라면 내가 에티카를 읽은 건 몇 번째일까?

분명 세 번 이상이다......이게 좌절이나 절망스러운 상황일까?

에티카는 서너 번 이상을 읽어야 쬐금씩 이해되는 책이 아닐까?

지난 세미나 발제를 준비하며 '신의 지적 사랑' '신에 대한 지적 사랑' 부분이 와닿았다!

우주선에서 외계인이 내려와 하는 말처럼 "이게 다 실체의 작용이야!!"라고

말해주는 듯한 '찌리릿 삐리릿'하는 느낌이 좋았다.

매번 에티카와 스피노자가 던져주는 '찌리릿과 삐리릿'은 다르다.

음...정념이 문제였군!! 정념의 정치였어!!! 역쉬 이성은 무력해!!!

음...알아야 자유로울 수 있군!!!

음...사람에겐 사람이 가장 유익해!!!

음...사랑이었어!!!

지원이는 용기와 관용으로 발제를 했다. 실천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건

자신에 대한 굳건함으로서의 용기와 타인에 대한 관대함이다.

지원이는 용기와 관용에서 찌리릿과 삐리릿을 느꼈나보다.

세미나가 진행될수록 우리의 말은 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음...스피노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은 잡은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게 그게 맞는지 애매하고 확신하기 어려워

우리는 과묵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과묵한 입을 열어

뭔가는 써야 할 시기가 돌아왔다.

다들 스피노자와 찌리릿 삐리릿 접속하시길...

(돌아오는 세미나시간엔 각자 쓸 에세이 개요를 가져오라는 튜터님의 엄명이!!)

이번 세미나에서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건

띠우의 이야기를 비교적 많이 들어본 것이랑

오영님의 글이 나날이... 나아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이랑

건달바가 싸온 빵을 나눠먹던 공복의 즐거움이다.

'만장일치조' 쌩유~~

댓글 6
  • 2017-11-06 22:10

    마트롱이 책을 길게 쓴 이유는...아마도...

    이성이란, 지난한 '노동'의 결과라는 것을...몸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찌리릿 삐리릿

    마선생님, 알겠다고요, 알겠다니까요...아...정말, 마선생님의 노동에 박수를~ 

    그걸 지지고 볶으며 함께 읽어나간 우리의 노동에도 박수를~

  • 2017-11-07 02:25

    이렇게 잘 정리해주는 책은 처음이었으나...너무 많이 알려주셔서 ㅠㅠ

    어쨌든 우리 사분오열조도 고생 많았고요..함께 읽었기에 정말 가능했던 거 같네요
    이제 미약하나마 이성의 지난한 노동으로 에세이까지 가보아요

  • 2017-11-07 07:56

    이제야 스피노자와 정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시작하길 참 잘했다 싶어요.

    사실.. 뭘 깊이 알아서 '스피노자와 정치'였던 게 아니라 그저 감으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스피노자 덕분에 정치와 철학이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제게는 수확이라면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친구들과 같이 읽어 온 덕분에, 그리고 튜터노릇하느라 용을 쓴 덕분에

    이제 비로소 스피노자와 좀 친해진 것 같은데..

    근데.. 어쩌지요? 포스트 스피노자 세미나 하자고 하면 누가 같이 할래나?^^

    • 2017-11-07 08:41

      저요!!

  • 2017-11-07 20:37

    찌리릿 삐리릿...ㅎㅎ

  • 2017-11-09 11:28

    1학기의 미진함을 2학기 때 보충을 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마트롱의 책을 어쨌건 읽고 나니 분명 찌리릿 삐리릿은 있네요.

    그것이 글로 잘 표현될 지는 모르겠으나...

    스피노자가 행한 그 이성의 지난한 노동은 

    신의 영원한 관념 속에 남아 우리한테 전해진 것일까요?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건 그의 책이 남아 우리가 읽게 되었으니...그의 관념이 우리에게 전해진 건 확실하네요.

    잘 전해진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가만보니 '이성의 지난한 노동'이란 말이 왠지 심신평행론과 같은 말인 것 같네요.

    스피노자에게 그리고 마트롱에게

    그들의 노동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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