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曰可曰否 논어>26회-인간미 돋는 공자님!

게으르니
2018-09-03 05:34
323

  <曰可曰否논어>는 '미친 암송단'이 필진으로 연재하는 글쓰기 입니다.




 子曰, “莫我知也夫! 子貢曰, “何爲其莫知子也?” 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其天乎!”(헌문, 37)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구나.”


자공이 말했다.


어찌하여 선생님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 하십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남을 탓하지 않고, 아래로 배우면서 위로 통달하나니


나를 알아주는 것은 하늘일 것이다.”


 『논어를 읽기 시작했던 첫 해에 이 문장으로 글을 썼다. 시간이 흘러 다시 논어를 읽으니 그 때 썼던 글이 떠올랐다. 찾아 읽어보니 구구절절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말씀으로 읽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말아야지 운운하면서 어떻게 해야 저 말씀을 따를 수 있는지 괴로워한 내용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주희는 이 문장의 어법을 제자를 가르치기 위한 방법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그러면서 자공의 대답은 스승의 뜻을 터득하기에 앎의 수준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했다. 다른 제자인 증자처럼 스승님의 말에 바로 라고 즉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공자님이 하는 모든 말을 경()으로 새기려는 과도함이 느껴진다. 그보다는 자신이 세운 뜻을 이루지 못한 절망을 토로하는 한 인간의 탄식으로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자공 역시 스승님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원망어린 억울함이 섞인 반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운로드.jpg




 경전의 반열이 아니라 탄식으로 읽으니 공자님이 살았던 시대를 살펴보게 되었다. 주나라의 예법에 따라 천자를 세우고 주변의 제후들이 그를 받들고 경과 대부가 제후를 모셨다. 그리고 이들을 가리켜  군자(君子)라고 통칭했다. 공자님이 태어났을 때는 그 신분질서의 형식은 유지되었지만 내용은 지켜지지 않는 춘추시대였다. 배우기를 좋아했던 공자님에게 배운 것과는 다른 형식과 내용의 간극은 질문거리였을 것이다. 왜 군자(君子)로 태어났는데 군자(君子)로 살지 않을까? 혹은 군자(君子)로 태어나지 않았다고 군자(君子)로 살 수도 없는가? 이 질문은 주어진 대로 살기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로 나아갔고 배움을 통해 그 길을 찾는 것에 뜻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이후 공자님은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여 그 형식과 내용이 부합하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흩어진 경전을 모아서 정리하고 주나라의 예법을 근간으로 삼아 몸에 익혔다. 바른 언행과 몸가짐으로 군자(君子)라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이 되고자 했다. 점차 그를 배우고자 하는 제자들이 모여들면서 학단을 이루었다. 그 가운데 덕은 닦인 것이 없고, 학문을 함께 강습하지 않으며, 옳다고 알아들은 일을 실천하지 못하며, 불선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 공자님의 유일한 근심거리였다.




  공자님의 명성은 점점 높아졌고 노나라 조정이나 대부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하지만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처신해야 한다는 공자님의 뜻을 귀담아 듣고 함께 하려는 의지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공자님은 고향인 노나라를 떠나 제자들을 이끌고 천하를 주유하기에 이르렀다. 가는 곳마다 그 곳의 정사에 대해 듣고 답하기에 최선을 다했지만 역시 공자님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자님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공자1940년작.jpg




  그래서 저 말은 말년에 빈손으로 고향으로 돌아와서 하는 회한에 찬 탄식으로 들린다. 옛 것을 배워 지금을 새롭게 하고자 했던 뜻을 이루지 못한 회한 말이다. 같은 뜻을 세운 이를 만나지 못한 절망이 저 탄식에 뚝뚝 묻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다는 절실함으로 토로하는 탄식. 그 때 사람은 고개를 올려 하늘을 쳐다본다. 자신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 뜻을 헤아리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하늘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순간,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그 때, 고개를 내려 다시 세상을 굽어보며 말한다. 하늘은 나를 알 테지. 논어가 마땅한 말씀이 아니라 진솔한 탄식으로 읽히는 순간이었다. 탄식하는 공자님, 인간미 돋는다!

댓글 2
  • 2018-09-03 22:40

    초창기에 공자님 말씀처럼 님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말아야지 하면서 괴로와하던  게으르니와 인간미 돋는 공자님으로 해석하는 게으르니,  분명 두 명의 게으르니 인거죠? 이런 변화가 재밌네요^^ 

  • 2018-09-04 07:37

    논어 곳곳에 이런 공자님이 보이죠^^

    게으르니도 인생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중?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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