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왜 진실인가>2회차 후기

도라지
2019-05-13 20:35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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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특별하단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 메세지를 심어주려 많이 노력했다.

자존감이 강한 아이, 매사에 긍정적인 아이,  내 아이들은 나랑은 다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쯤 녀석들의 중간 평가를 해보자. 어떤가?
큰 아이는 공개수업에 학교에 가보면  별로 존재감 없는 아이였고, 작은 아이는 남들 좋은게 그저 다 좋은 아이로 자랐다.
한 놈도 어디 내놔야 특별한 구석이나 잘난 구석은 없다. 그래도 감사한 건, 어디 별나게 구겨지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정도랄까 ;;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특별함'이란 단어에 목이 메였던 걸까?
살면서 나는 나에 대해 평가할 때 늘 인색했다.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그냥 그렇게 포기하고 낙담했었다.

남들보다 잘 하는 게, 남들보다 특별한게 한 개도 없어 보였다.
한 때는 나란 사람은 자아가 없다!라고도 생각했었다.  붓다의 '무아'를 스스로 깨우친 것이 아니라.
워낙 귀가 얇고 심지가 가늘어 팔랑개비처럼 나부끼고 툭툭 부러지는 내 성향을 나는 그렇게 평가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단단한 사람이 되길 바랬다. 자아가 강한, 자존감이 강한 뭐 그런 당찬 아이들이 되기를 바랬다.

살면서 어떤 연기적 조건들을 만났던걸까? 이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전히 물러터진 나도, 개성 없는 내 아이들도 계속해서 변할 것을 알기에.
우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나를 향한 자기비하도, 아이들을 향한 때 이른 평가도
내가 짓고 호들갑 떨고 있는 환영임을 잘 알기에.

그리고 이런 생각이. 이제는 '그렇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나의 '큰 기쁨'이 되었다. ^^

요즘 수시로 편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마음 세미나 영향이 제일 크다.

불안하고 걱정이 앞설때면 심장이 조이는 느낌이 드는데, 그럴때면
심장에 잠시 집중해본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을 때. 불안하게 쿵쾅거리는 심장을 느끼면서 온기를 보낸다. 편안해진다.  좋다!
아! 후기 쓰러 들어와서 일기를 쓰고 있었구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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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주에 걸쳐  '불교는 왜 진실인가'를 읽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저자가  '공(空)'을 진화 심리학과 자신의 명상체험을 통해으로 풀어가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우리는 세미나를 하면서  '본질'이라는 말이 주는 각자의 이해의 결이 다소 다름을 느꼈는데,

로버트 라이트는 우리가 사물에서 느끼는  '본질'이라는 말이 환영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깨달으면 '무아'에 대한 이해와 '공'에 대한 감각을 선명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통찰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명상'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나는 메모는 깨달음 통해 삶에서 기쁨을 찾는 것에 대해 썼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공'에 대한 부분이었다.
'공'은 사물이 연기를 통해 개별 정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한다(물론 결코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사물들은 상호 연결되고 상호 의존해 있어 하나와 다름없기 때문에 '공'은 우리 삶의  지향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어떤 지향점? 즉  '공'을 깨달음으로 우리는 서로 관계맺고 살아가는 속에서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고

또한 도덕성을 실천할 수 있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 뭐라 더 말하고 싶은데 배움이 얕아 다 못하는 것은 이후 '중론' 강의로 풍부하게 채울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른 쌤들의 메모중 기억에 남는 것은 잎사귀 쌤의 메모였다.

 '본질'이라는 환영을 그날의 일상에서 찾고 벗어나는 노력중이신 잎사귀 쌤의 메모는 요즘 나의 일상과  닮아있는 부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잎사귀 쌤은 "저는 정말 교만하거든요."라고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속으로 다 이렇게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저도 똑같거든요."라고.

세미나를 통해, 모두의 메모를 통해, 만나고 발견하는 것들이 서로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 다소 의심스런 시선으로 메모를 써오시는 그림쌤의 글도 사실은 말하지 못한 나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요요쌤의 메모에서 한줄 뽑아 적으면서 후기를 마무리해야겠다.

 "누구나 정념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정념의 발생과 소멸 과정을 이해하고, 정념에서 출발하여 개념들을 연쇄시키며 세계를 구성하는 마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아래는 새연님의 "우리 사진 찍어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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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세미나 쉬고 다음주에 미니에세이를 가지고 만나요~

정향쌤~~~ 맛있는 허브티 또 챙겨오실건가요? 더불어 에세이도 꼭이요~~~ㅎㅎㅎ^^

댓글 3
  • 2019-05-13 23:42

    맞아요! 공, 그것이 <중론> 강독에서 우리의 다음 탐구과제가 되겠지요? ㅋ

    하지만 일단 미니 에세이 주제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가다듬어 가면서 

    마음탐구 시즌1에서 우리 각자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게 무엇이었나,

    잘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합시다.

    가능하면 우리가 읽은 책에서 씨앗문장을 찾아서 이야기를 엮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시즌을 마무리하는 미니에세이는 힘든 숙제이기는 하지만

    같이 공부한 친구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응원이기도 하지요.

    세미나 하는 동안 매회 좋았지만.. 미니 에세이를 읽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가장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작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붓다의 가르침처럼.ㅋ

  • 2019-05-15 17:59

    마음탐구세미나를 통해 내 마음이 얼마나 어수선한지 알아채고 고요해지려 노력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책을 통해 특별한 자아를 추구하는 일이 얼마나 흔한 일이지 알게되니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정말 환영에 붙잡혀 사는구나 싶어서요.

    알게 되어 정말 감사하고 기뻐요^^

  • 2019-05-16 10:15

    어제 같이 밥당번 한 곰곰샘이 이런 걸 물어보셨어요?

    " 요즘 하정우의 <걷는 인간>을 읽고 걷기 실천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걸어면서 아무 생각도 없어지면서 열심히 걷기만 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요? "

    저는 잘은 모르지만

    "명상이 추구하는 무아의 경지와 걸어면서 자신도 모르게 걷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지는 같은 것이 아닐까요? "

    그런데 우리 둘다 좀 꺼림직했답니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무'와 그  '무아'가 맞을까요?

    글쎄요.. 좀더 공부를 더 하면 뭔가 명확히 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마음탐구 세미나는 계속 진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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