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영화인문학시즌1] 3주차 : 내.신.평.가. #2 <무방비 도시>

띠우
2022-05-15 19:07
207

[2022 영화인문학시즌1] 3주차 : 내.신.평.가. #2

<무방비 도시> - 로베르토 로셀리니 (1945)

프란체스카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피나가 독일군과 파시스트의 총에 맞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붙잡혔던 프란체스카는 가까스로 도망치고 갈 곳 없는 두 남자를 마리아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 중 레지스탕스 지도자격인 이 남자, 만프레디를 사랑하는 마리아는 독일군의 회유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녀는 독일군 스파이에 의해 약물중독에 걸려들었고, 엄혹한 점령상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마리아는 만프레디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자세히 알리지 않는 이 남자... 그의 태도를 보라. 

결국 마리아는 독일군에게 이들을 신고하고 모두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여자는 항상 문제래."

영화 앞부분에서 피나의 어린 아들 마르첼로가 동네 아이들과 함께 폭탄테러(?)를 일으키고 집에 왔을 때

여자아이가 다음엔 자기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하자 마르첼로가 한 말이다. 아마도 복선의 역할...  

남성감독에 의한 카메라 시선에 겹쳐져있던 나의 시선이 툭, 튕겨져 나오는 지점이다. 

만프레디는 이탈리아인에게 영웅이지만, 이 장면에서 보여주는 이 남자의 저 태도는 어쩌란 말인가...

댓글 7
  • 2022-05-16 00:23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도 영화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무방비 도시>는 이탈리아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네오리얼리즘' 사조의 영화였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물고, 2차 세계대전 속에 있었던 사건들을 실제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
    내가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레지스탕스를 고문하는 장면이었다. 고문의 모습이 잔인해서가 아니었다. 고문 장면이 진행되다가 카메라가 뒤로 움직이는 듯 하더니 갑자기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그때 나는 속으로 '아니, 감독이 너무한 거 아냐. 굳이 이 장면에 이런 음악을 넣어야 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문을 하는 장소와, 독일군이 죄인(?)을 면담하는 장소, 그 옆에 독일군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며 즐기는 장소가 모두 나란히 있었다. 따라서, 문 두 개를 동시에 열면 가운데 방을 통과해 이탈리아 사람을 고문하는 곳과 독일군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술을 마시고 게임을 즐기는 장소가 바로 통하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가 문 두 개를 열었기 때문에,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고문하는 곳까지 들린 것이다. 이것은 감독이 의도한 상징이었을까. 아니면 나에게만 유독 꽂힌 장면이었을까. 그 두 공간이 그렇게나 가까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어느 누군가는 고통으로 죽어가고, 또 어느 누군가는 그런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것도 모른 채 향락에 빠져 살 수 있다는 것.

    -
    영화를 보고,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돌아보아야 하는 일이다.
    문을 하나만 열어도 힘들다. 둘 다 열면 괴롭다.
    띠우샘이 자꾸 문을 두 개 다 열고 반성문을 쓴다.
    나는 반성문을 그만 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제 난 반성문을 쓰기 싫으니까.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폴 발레리의 말처럼
    어쩌면 이제 나는,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을 모두 닫은 채로

    • 2022-05-16 06:51

      ^_____^👍

      누군지 짐작하시쥬~?

      • 2022-05-16 09:51

        댓글 말고, 얼굴 보여 줘요~~~^^

  • 2022-05-16 07:54

    문을 모두 닫는 시간이 있다면…문을 모두 여는 시간이 있고… 열려버린 시간이 있고…

    하나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시간도 있을 듯…

    그런데 우리, 문이 벽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는 거지요..

    아~~~ 반성문 아니라고 해도 반성문으로 읽히는 글을 그만 쓰고 싶어요ㅋ

    그런 말 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더더욱…

    이번 시즌 우연히 시작된 이 방식으로 문틈을 슬쩍 들여다보는 즐거움

    아마 저는 수수님 글을 기다리나봐요~ 왜일까요ㅎㅎㅎ

     

  • 2022-05-20 12:58

    시대의 부조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가진다는 면에서 , 모호한 태도를 취하거나 요리조리 말바꾸고 빠져나갈 궁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화는 매우 용기있는 영화라고 여겨진다.

    영화를 잘은 모르지만,

    나는 영화보기를 상당히 즐긴다.

    영화보기  2시간 가량,

    영화속 인물이 되거나, 최소한 영화의 배경 구석에 그림자처럼 거닐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얼마나 안전한 모험인가)

    나는 신체나 감정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매우 꺼리는 편이기 때문에,

    영화보기는 나에게 안전한 모험의 도구인 셈이다.

    그런데, 잼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불러 일으키는 감정들이나 인상 깊은 장면,대사, 주인공들의 결단이나 변화가

    영화가 펼쳐지는 내내 나에게 영향을 주고,

    더군다나, 어떤 영화는 오히려 영화가 끝난 뒤에

    불쑥불쑥 감정을 헤집어 놓고,

    때로는 무의식의 장치로 사용되기 까지 한다는 점이다.

    영화속 인물이나 배경이 나와  동일한 의미장에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생각과 몸의  경험이 축적된 정신 안에서

    계속해서 의미를 생성하거나 감정을 일으킨다는 점때문에 나는 영화에 중독 될수 밖에 없다.^^

    1945 영화< 무방비도시>에서

    2022년의 내가 머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인 신부의 처형 부분이다.내내 취하던 기록 영화적 태도와 조금 다른 결로 느껴져서 일까?

    영화가 딛고 있던 처참한 현실과 이상의 어떤 경계를 구축하는 장면이랄까?

    드넓은 잔디가 펼쳐진 듯한( 영화는 흑백이니 순전히 상상이다. ) 평원에 사형집행이라는 상징으로  사용되는  나무의자, 신부가 돌보던 소년들의 휘파람소리, 신부를 차마 쏘지 못해서 땅으로 총구를 내린 병사들,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내리막길 위의 소년들의 뒷모습

    감각적으로 매우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지도록

    --- 장면이 연속되면서 영화는 끝난다.소년들이 향하는 현실, 소년들의 맨발이 닿는

    까끌까끌한 바닥이 경계를 통과하면서

    조금은 달라져 있길 기대하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생긴다.

    자동적으로 막연한 희망을 잠시 품게 되었던 게
    속으로는 조금 편치 않았다.
    영화가 의도한 대로 순진하게 따라 간것 같아서 였나?
    모르겠다.
    여튼,

    그래서인지 나는,

    예술이 바깥에 대해 기능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 2022-05-20 19:45

    <무방비 도시>를 봤을 때 첫인상은 리얼리즘보다는 이탈리아 반군들에 대한 일종의 찬양(?)을 보내는 영화에 가까웠다. 이탈리아의 독일에 대한 저항은 숭고하게 그려지는 반면, 독일 군인들은 무자비하고 이탈리아 반군에 비교적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과연 이 영화가 리얼리즘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아니, 더 나아가서, ‘리얼’리즘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만일 리얼리즘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면 대체 영화는 어떻게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까. 어떤 면에서 보면 모든 영화(혹은 영화에 쓰이는 카메라)는 각기 자신만의 ‘시선’을 갖는 것이고, 그 시선 자체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할지언정, 그것이 과연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일까? 다시 말해, 네오리얼리즘이라고 말하는 이 영화는 비록 독일 정권 아래의 이탈리아인들의 삶을 보여주지만, 그 시선이 집권하고 있던 독일 군인들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리얼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아마 내가 영화의 이야기가 당시의 실화에 의존해있다는 사실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얼’하게 느끼지 못한 것은 영화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띠고 있지 않아서 보다도, 특정 집단에 대한 시선만을 비추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쩌면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일지도 모르지 않을까. 현실이라는 것은 포착하려는 순간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얼마나 더 ‘현실적’인지 보다도, 얼마나 이러한 고민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 2022-05-27 06:08

    영화는 등장인물이 다양함에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반면

    돈 신부는 영화의 마지막까지 극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물론 그 역시 총살형을 면하지는 못 했으나,

    이후의 이야기는 신부의 죽음을 직접 본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사실 신부는 아무도 모르게 레지스탕스를 돕고 있었다.

    어느날 결혼을 앞두고 피나가 돈 신부를 찾아온다. 그녀의 연인이 레지스탕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 신부는 자금을 전달하기 위해 서둘러야 해서 그녀의 고해성사를 들을 시간이 없다.

    그러면 가면서 이야기를 하지.

    피나는 신부를 돕는다고 신부의 무거운 책을 들어주지만, 신부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그 책 속에 바로 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돈 신부는 영화 속에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다. 엉뚱하지만 정직하고 엄하지만 따스하다.

    종교에 고집스러우나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다.

    영화 속에서 대개 이런 캐릭터는 감초 역할을 담당한다. 유해진처럼.

    무방비도시가 자칫 무거운 다큐로 갈 수 있었는데. 돈 신부가 그 완급조절을 잘 해주었다.

    알았네. 잘 될거야, 피나. 이제 책은 내가 들고 가지. 그럼 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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