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시즌1> 문 라이트 후기

띠우
2021-04-14 12:09
398

 

 

 

 

 

 

 

 

 

 

 

 

 

 

 

샤이런이 성장하는 동안 연기한 세 명의 얼굴, 이중 리틀과 블랙이 많이 닮은 듯^^

 

 

“난 너무 많이 울어서 어쩔 땐 눈물로 변해버릴 것 같아” -샤이런의 대사중

 

 

<문 라이트>는 개봉 당시 심야영화로 보았는데,

사실 흑인사회에 대한 얄팍한 이해수준에서 영화를 해석하기란 굉장히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가슴이 먹먹한 심정 이외에 뭘 더 생각해보지 않고 흘려보냈던 영화였다.

미국 사회에서 빈민가 흑인 게이소년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고작 두 시간 정도 보면서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만

보고 나니 불편함을 가지고라도 봐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된다.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는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어떻게 성장이 가능할까.

희망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에게서 시작되기도 끝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난 샤이런은 어떤 꿈을 꾸었던 것일까?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따뜻한 마음을 건넨 후안과 테레사

반면 지독하게 구는 엄마와 결정적인 순간 자기 손을 놔버린 케빈...

샤이런의 인생에서 후안이나 테레사라는 인물보다

엄마와 케빈이 결정적인 이유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 아닐까.

엄마로 인한 자기 존재의 부정을 어떻게든 넘어서고 싶었던 샤이런,

인간 존재로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하는 샤이런, 내면으로 향하는 그의 고통이 느껴진다

“너는 누구니?”라는...

 

이 영화는 느리다. 느림에도 불구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카메라의 움직임 때문이다.

컷을 구분하지 않고 흔들리더라도 장면을 길게 찍어감으로써 그 틈 사이사이로 우리의 감정이 흘러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우선은 감정...

많은 대사보다는 어떤 동작이나 뒷모습, 분위기, 색감이나 음악의 효과가 좋았던 영화다.

그래서였을까, 수수님은 영화에 감정이입이 되어 따라가면서 슬픔이 점점 커져갔다고 한다.

이 영화를 세 번째 본다는 재하군이 전한 영화결말의 다른 버전은 한바탕 웃음을 가져왔다.

토토로님은 소수자, 약한 인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작년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보았던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미국 밑바닥의 어두운 현실을 볼 수 있다고.

 

속도감 넘치는 영화들 속에서 잠시 숨고르듯 이 영화를 함께 보며..

나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일들도 당사자는 그 이유를 모르지만 이유가 있기에

우연과 필연이 다른 말이 아니다? 선택, 우연, 필연...

청량리님이 발견한 우연의 효과에 대해서 한참을 떠들었던(참 재미있다ㅋ),

역시나 밤 12시가 훌쩍 넘어버린 영화인문학 여섯 번째 시간이었다.

 

슬슬 에세이를 준비할 시간이다. 모두 같은 영화를 가지고 쓰기로 결정~

모두가 한 두개씩 내놓은 영화들을 주르르 적어놓고

칠판에 사다리타기를 통해 시즌1 에세이를 쓸 영화가 정해졌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2010년작인 <블랙 스완> 당첨^^

이번 주까지 A4 반페이지 정도의 개요 써오기

 

댓글 3
  • 2021-04-14 13:44

    깔끔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문라이트'는 시간내서 꼭 다시 보고 싶더라구요.. 

    저희한테는 후기를 짧게 써도 된다 하시더니,

    풍부한 내용이 그날 일을 생생하게 기억나게 하네요.

     

    '블랙스완'도 기대가 됩니다. 금요일에 만나요^^

    • 2021-04-14 20:35

      나중에 다시 또 이 영화를 보면? 

      그때 우리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할지도 몰라요ㅋㅋ 

       

       

  • 2021-04-15 08:38

    저도 이 영화를 개봉당시 한달음에 달려가서 나홀로 거의 텅빈 극장에서 보았는데요 (제가 살면서 젤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

    일단, 화면 가득 채워지는 (감독이 의도한) 어떤 색감! 그게 영화적으로 황홀했었죠

    영화미술이 예술이었던듯.

    버뜨...워낙 기대가 컸었는지 내용은 제 기대에 약간 못 미쳤던 것 같은, 뭐, 그랬던 것 같다는....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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