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 시즌2-6주차 후기_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영화 '사마에게'

Micales
2020-07-20 20:50
353

 드디어 처음으로 영화인문학에서의 (첫)후기를 작성하게되었다. 지난 시즌은 띠우샘과 청량리 샘께서 모두 번갈아 가며 작성해 주셨고, 이번 시즌은 돌고 또 돌아 마침내 나에게 후기의 순서가 돌아왔다. 여기까지만 들는다면 마치 내가 후기를 기다려온 것처럼 들리겠지만, 애석하게도, 아니다. (심지어 '밤을 사유하다' 세미나 이번 주 후기도 나다.) 그래도 이왕하게 된 거 스스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을 하면서, 이번 수업도 좋았으니 후기도 좋은 마음으로 써보자는(자기최면을 하는) 심정으로 후기를 써볼까 한다. 그래도 처음이니까.

 

 이번 수업에는 (책에서는) '영화 사조의 이해'(10장)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영화 인문학에서의 최연소(일 수 밖에 없지만)인 나는, 책에서 (늘 그렇듯) 이번에도 모르는, '옛날 영화'들이(영화를 아시는 분들이 '옛날 사람'이라는 얘기는 아니예요..) 무자비하게(?) 나왔다. 그래도 비록 영화는 몰라도 이야기는 나누었다.

이번에 볼 영화인 '사마에게'가 속한 '제3세계 영화'라는 장르를 다루었는데, '제1세계 영화'인 서구 유럽을 포함한 미국, 일본, 중국등 자본주의 경제체제 중심 영화들을 이야기하면서 사실 이제 한국영화도 어느정도는 이 제1세계 영화에 포함되는 게 아닌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상 이제 한국영화들을 보면 자본주의적(?) 체제 아래에서 영화들이 기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계속해서 나오는 이야기; 이 책이 너무 과거의 관점에서 쓰인 것은 아닌지) 이제는 한국의 영화 시장도 제1세계 영화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었다. (책의 1장을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책의 마지막인10장을 하다니...너무 빨리 끝나는 것 같아 아쉽다)

 

그렇게 책에 관한 짦은 얘기들을 나눈 뒤에, 영화를 보았는데, 이번에 볼 영화는 작년에 갓(?) 나온 따끈따끈한 영화, '사마에게'였다. 영화 인문학 수업에 오기 전에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현재까지도 진행 중에 있는 시리아 내전에 관련한 다큐멘터리인데다, 그동안 나로서는 시리아 내전, 하면 시리아 난민 문제, 바닷가에서 익사한 6세 시리아 소년 '쿠르디' 정도 밖에 알지 못하였던 터라 더욱 관심이 가기도 하여서, 기대를 갖고 영화를 보았다.

 

 '사마에게'는 앞에서 언급하였다시피, 시리아 내전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시리아 내부에 위치한 '알레포'에서 주인공인 '와드'는 부자세습으로 정권을 이어가는 독제자를 고발하는 학생운동을 하기 시작하지만, 어느새 그들의 고향인 알레포는 시민들의 '반군'과 '정부군'의  전쟁터로 변하였고, 그곳에서 와드와 그녀의 친구인 '함자', 그리고 내전 속에서 낳은 그 둘의 딸인 '사마'는 5년간 그곳에서 '버틴다'.  영화 '사마에게'는 그간 와드가 그곳에서 5년간의 참상을 카메라로 남긴 흔적이다. 

 영화 내에서 와드는 계속해서 스스로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체 카메라만 들고 있는, '기록하는 사람으로써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와드는 다큐멘터리에 자신의 기록의 이유처럼 보이는 장면을 삽입한다. 영화 도중,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엄마의 모습을 와드는 기록한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의 엄마가 그녀가 찍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이거 지금 찍고 있는 거냐"고 물어본다. 그러고는 그녀는 와드에게 화를 내기는 코녕 오히려 "지금 이거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다 찍어!" 라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그것이 와드가 5년간 비통의 순간에도, 죽음의 순간, 피가 낭자하고 분노에 찬 순간에도 카메라를 '들이대는'이유가 아닐까. 그녀에게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 아픔의 순간을 간직하고, 알리고, 망각하지 않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그녀가 찍은 알레포는 분노와 동시에 기쁨, 슬픔과 동시에 행복, 죽음과 동시에 탄생을 간직한 곳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사마를 낳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끈질기게 살아남음으로써 저항한다. 그녀와 일행들의 생존은 그 자체로 저항이다. '우리는 어떻게해도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메세지이다. 하지만 결국 영화의 끝에서, 그들은 알레포를 빠져나오고 만다.  그러나 '이후 5년의 기록을 95분으로 편집하는 동안 그녀는 아직 그곳에서 나오질 못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모두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영화가 너무 무거웠는지 다들 숙연했다. 그래도 조금씩 영화의 그림자(?)에서 빠져 나온 뒤 얘기를 나누었는데, 수수샘께서는 이제 아이들을 때리거나 혼내지 말아야겠다고, 자신의 삶이 얼마나 값진지 깨달으셨다고 하셨고, 토토로샘께서는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와 더불어 BTS그룹의 팬들 중에서 아랍계 사람들이 굉장히 열성적이라는, 뜬금없는(ㅎㅎㅎ) 이야기를 하셨다. 청량리샘께서는 이번에 개봉한 유아인과 박신혜 배우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와 '사마에게'를 주제로 하여 발제를 해오셨다. 

'우리 살 수 있죠? / 그건 모르겠고...살아남으면 그때 희망이 보인대요. 그러니까 먼저 살고 봐요. 내가 좋아하는 배우 유아인의 대사다. 그가 나오는 <#살아있다>가 잘 됐으면 좋겠다. 또한 알레포의 딸 '사마'와 그의 가족, 아프라의 세 아이와 가족들도 잘 살아있으면 좋겠다'

청량리샘의 발제문 중에서...

 

헉..헉...쓰다보니 벌써 이만큼이나 썼네요. 다들 다음 주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댓글 4
  • 2020-07-20 22:13

    ㅋㅋㅋ
    내가 뜬금없는 소리만 한게 아니라
    엄청 진지한 소리도 많이 했건만 앞뒤 다 자르다니
    ㅠㅠ
    ㅎㅎ
    재하는 후기를 참 잘 쓰는구나.
    잘읽었어. 고마워~~~

  • 2020-07-21 07:55

    네, 저도 올 초 텅 빈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답니다.
    이런 영화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를 잘 모르겠더라구요.
    완전한 무력감이죠.

  • 2020-07-21 23:09

    재하군, 후기 잘 읽었어요. 글을 이렇게 길게 잘 쓰다니.. 훌륭합니다^^
    '사마에게'를 보며 내가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외면하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문탁이 제게 지금 꼭 필요한 이유도 그것이겠죠. 목요일에 만나요~~

  • 2020-07-21 23:57

    영화인문학이 벌써 끝나니 아쉽지요? ㅎㅎ
    어떤 의미에서는 재하군이 남기는 기록이 쌓여간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후기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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