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일기> 3회차 전체 세미나 및 <멍걷 프로젝트> 소회 나눔 후기

musa
2020-12-02 11:52
510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문학과 지성사, 2015년 

2020년 11월 28일 토요일, 줌(ZOOM)

참석 : 정의와 미소, 기린, 둥글레, 인디언, 매실, 먼불빛, 콩땅, 코투, 단풍, 스르륵, 초희, 라라, 루틴, 무사, 새털

미참석 : 코스모스

 

문과 : "이과~ 새털샘의 자조섞인 댓글에 내가 낚인걸까?"

이과 : "……"

문과: "아닐거야. 새털샘이 ‘사람낚는 어부’도 아니고 그러실 분이 아니지. 그치?"

이과 : "……"

문과 : "심지어 다들 나한테 후기를 양보해 주시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하하하"(정신승리)

이과 : "……"

 

<몸의 일기> 전체 세미나

 

인디언샘이 어머님, 남편분과 나누신, ‘늙음’ 자각 시기에 대한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엄마는 언제 늙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고사리 넣은 배낭을 메려고 들었는데 안들어졌을 때’, ‘당신은 당신이 늙었다고 생각해?’ ‘아니, 난 내가 늙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나는 내 힘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젊었을 때는 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아니 신경을 안 쓰고 살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의 눈치를 보며 살게 된다는 인디언샘. ‘은퇴를 준비하고 생의 가을과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가 오면… 진정 몸으로 사는 시기가 오면… 돌보는 자에서 돌봄을 받는 자로 바뀌는 시기를 준비해야겠지.’ 인디언샘은 마지막 에세이에서 이런 고민들을 확장해보고 싶다고 하셨다.(나는 우선 겨울동안 읽을 책 갈피로 사용할 낙엽을 줍고, 코타츠를 꺼내야지). 

 

새털샘은 사람마다 ‘내가 늙었다고 인지하는 순간이 다 다르겠구나.’했다.(우리가 몸으로 인지하는 늙음은 표준이나 기준이 있지는 않지만, 터무니없이 자본주의적이거나 비관적이지 않으려면 이런 나눔의 자리가, 함께 준비하는 친구들이 필요하겠지 싶었다.)

 

라라샘은 먼저 떠난, 그리운 이의 미소와 습성을 기억하지만, 기억이 아닌 살아있는 ‘육체’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단다.(여기서 여러 분들이 공감의 통곡을 하셨다. 잠시 각자의 시간을 갖고 충혈된 눈으로 다시 등장)

 

먼불빛샘도 얼마 전 먼 길을 떠나신 친구의 표정, 눈빛, 입술 등이 기억에 많이 남는 걸 보니 사람에 대한 기억은 결국 ‘몸’이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셨다고.(아빠부터 그레구아르, 티조, 팡슈까지 소중한 이들의 다양한 죽음들을 보아 온 ‘나’는 티조의 죽음을 관조하며 “죽음을 존중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에게 삶은 매혹적인 산책이었다.”라고 읊조린다. 매혹적인 산책같은 삶이라니…)

 

초희는 ‘나’의 노년에 대해서는 물리적인 시간 차이가 나서인지 나이에 대한 감각에 거리감이 느껴졌단다.(인디언샘의 채팅이 눈에 띈다. “초희는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아서 좋겠다.” 20대 때 이런 배움과 경험을 나누고도 남은 나날이 많은 삶이라니. 초희의 앞날이 더욱 궁금한 이유다.)

 

코투샘은 <몸의 일기>를 읽고 마치 죽음을 대리경험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두번째 인생이 주어진다면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몸의 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단풍샘은 자녀(특히, 아들)와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싶어졌다고. 아들이 자신과 비슷해서 사이가 좋지 않은데, 라라샘은 오히려 아들이 자신과 비슷해서 안쓰럽고 이해가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두분 모두에게 공감이 갔다.)

단풍샘의 메모는 그야말로 ‘일의 역사’, ‘가족의 역사’였다. 42살의 단풍이 17살의 단풍에게 건네는 화해 혹은 토닥임 같다랄까? 문탁에서 공부만하는 동학들에 비해 자신이 자본주의의 노예 같아 보여서 자책도 했지만, 메모를 쓰며 자신을 안아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에 연관 호명된 샘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고뇌하는 직장인(CEO) 1) 정의와 미소샘도 일과 관련된 고민들을 걷기를 통해 시선 전환하며 정리해 나가고 있다고 하셨고, (코가 맹맹한 공맹덕후) 기린샘은 자신에게 ‘문탁은 곧 직장’이라, 오히려 거리두기가 더 어렵다고 하셨다. (고뇌하는 직장인 2) 루틴샘도 직장에서의 업무가 자본주의적 소비패턴을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자책한 경험을 나눠줬다. (고뇌하는 직장인 3) 무사샘은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에 퇴근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렇게 살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며 자기 역량의 50%만 일에 쏟는 원칙을 세우고 지금껏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인 동학들에 비해 좀 덜 생산적인 것 같다는 콩땅샘에게 인디언샘은 아이 둘을 생산했는데, 뭘 더 생산하려고 하냐며 토닥토닥을 건네셨다. 콩땅샘에게 양생 프로젝트는 ‘친구’, ‘우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다고.

 

<멍걷 프로젝트> 소회 나눔 세미나

 

정의의 미소샘은 걷기를 통해 눈이 밝아지고, 귀도 밝아지고, 심지어 코까지 밝아지며 몸의 감각이 살아났으며, 이생각 저생각을 하다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철학적인 주제에까지 이르렀다고, 걷기가 곧 명상이었다고 하신다. 양생 프로젝트를 통해 몸과 정신, 마음을 연결하는 작은 지혜를 얻으셨다고.

 

기린샘은 공동체에서 삶의 양식으로서의 걷기와 블로그 글쓰기라는 공통의 실천을 함으로써 동학들과 사유와 대화하고 감응했던 시간들을 나누며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꼈고, 이 전체 과정은 결국 자기배려와 타자배려를 구축하는 실천이 아니었나 자평하기도.(기린샘의 마지막 메모는 거의 마지막 에세이를 엿본 느낌이었다.) 

 

인디언샘은 돌봄노동을 시작하며, 산책시간이 부족했지만, 팀원들과 평창에서의 걷기, 며느리와의 걷기 등 짬을 내어 걸었고, 리베카 솔닛이 말하는 ‘걷기’와 내가 생각하는 ‘걷기’의 차이점 등을 생각해본 시간이었다고.

 

콩땅샘은 엘리트 축구를 하는 아들과 편찮으신 아버지에 대한 고민을 걷기를 통해 해소하는 시간이었다고. 

 

먼불빛샘은 걷기 후 여러 (생각의?) 배치를 달리하며, 다시 또 8H(직장 근무시간이겠죠?) 살아갈 힘을 얻게 되신다고. 성실하게 뭘 꾸준히 못하는 기질인데, ‘걷기가 곧 명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걸으며, 블로그에 글을 쓰며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었다고. 

 

코투샘은 ‘나에게 걷기란 차비가 없거나 집회때 걷는 것 뿐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달라졌고, 걷기의 가치를 알게 됐으며, 점점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했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재밌었고, 친구들을 만나면 이제는 먼저 함께 주변을 걸은다음 차를 마신다고 하신다. 

 

단풍샘은 회사근처 ‘나만의 걷기 명소’에서 걸으며 직장일에 대한 걱정 등 오롯이 감정을 쏟아내면서 ‘양생이 이런 거구나’를 체득하는 시간을 보내셨다고.

 

스르륵샘은 메모가 다 너무 좋았다며, 블로그에 쓸 글감을 얻고 사진을 찍느라 오히려 멍 때리며 걷기를 못했다고 아쉬워하셨다.

 

라라샘은 매일 강의를 듣거나 호흡/발걸음에 집중하며 1H 30’ 정도 걷는데, 걷기가 몸에 붙은 것 같다고. 주로 아침에 걸어서 하루를 살아낼 몸과 마음의 예열 시간으로 삼는다고. 우울감, 화, 복잡한 생각들이 걸으면 정리되는 매직. 10년 가까이 걸어왔고, 감기는 2~3번 뿐. 걷기를 통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얻었다신다. 블로그 글쓰기가 처음엔 재밌었지만, 나중에는 글쓰기의 강박이 생겨 걷기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해 거의 쓰지 않았다고.

 

새털샘은 기록을 해나가는 일은 생각지도 않은 '생각'을 하게 했다면서, 술병총량의 법칙에 의거 술병을 이미 많이 따버려 결국 술이 지겹지 않다고 말하기 힘든 순간이 왔다는 것과 자신이 걸으면서까지 일생각을 하는 워커홀릭임을 알게 됐고, 걷기를 통해 진정 ‘동네 사람’이 되셨다는 훈훈한 마무리…그러나 훈훈한 마무리가 무색하게 다음 주 공지를 하는 새털샘은 ‘조진다’는 전문용어까지 쓰시며 첨삭의 펜부림(칼부림보다 강하다는...)을 예고하셨다ㅜㅜ

 

<12. 5. 토요일 글쓰기 대행진 1주차 공지>

 

- 진행방식/내용 : 전체 줌/에세이 개요 검토

- 개요구성/분량 : 목차 3~4개 정도/A4 반장 ~ 1장

- 작성기한 : 12.4. 금요일 자정까지(문탁 양생프로젝트 게시판 게시)

- 새털샘 팁 : 매일 3시간씩, 매주 1쪽씩 엉덩이로 쓰면 A4 3장 완성!

 

후기를 정리하면서 그날의 감동이 떠올랐습니다. 줌으로나마 뵈어서 반가웠고, 그동안 함께 공부하고 걸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이상 엉덩이로 쓴 후기였습니다.(그리고 더이상 낚이지 않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댓글 7
  • 2020-12-02 12:52

    한때 제가 '조진다'는 업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시절이 있었어요.
    나 뭐하고 있나? 하는 현타가 왔던 순간 같아요.
    그런 번민과 갈등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업에 충실하자는 각성모드의 시절이 돌아왔어요!!
    뻔한 소리 쓰지 말고, 듣기 좋은 소리 쓰지 말고, 자기연민의 눈물범벅도 경계하고
    나에게 그리고 동학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글은 무엇인가....절절히 고민해보며 써보시기 바랍니다.
    무사님의 후기를 읽으니 '사람을 낚는 일'도 새로운 '업'으로 고려해봐야겠구나! 하는 각성이 드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0-12-02 13:08

      굳이 이 시점에서 각성모드로 돌아오시다니요ㅜㅜ
      사람 낚는 어부까지 하시다니요ㅜㅜ워워~~

  • 2020-12-02 13:16

    무사샘은 어떻게 이렇게 기억력이 좋은거지? 건망증 심한 나는 흑흑^^
    뻔하고 듣기좋은 자기연민의 글을 쓰지말라!!!
    배움이 일어나는 글을 써라!!!
    난들 안 그러고 싶겠냐고요~~~ㅜㅜㅜ

  • 2020-12-02 14:58

    무사샘~~세미나시간에 꼼꼼히 적으시더니~
    이런 생생한 후기를~^^

    근데...새털샘 마지막 문구가..너무 어려워요~~ㅠ

  • 2020-12-02 17:07

    어떤 시인이 쉽게 시가 쓰여지는 걸 괴로워하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윤동주인가? 글이 쉽게 쓰여지는 게 좋은 일이 아닐 수 있어요. 나의 배움에 시간을 할애하시고 집중해보세요. 다 잘 살자고 하는 일이라는 전제를 잊지 마시고^^

  • 2020-12-02 17:55

    ㅋ 무사님~~ 이렇게 정성어린 후기를^^ 아~ 이제 에세이만 쓰면 올 시즌은 끝이군요^^ 벌써 아쉽네요~
    모두 정 들었는데~ 코로나가 3주만에라도 잠잠해져 얼굴보며 에세이 발표하기를 바래보며^^

  • 2020-12-04 23:48

    무사님. 놀랍습니다.
    전 벌써 그날의 대화들 다 까먹었는데, 이렇게 보니 생생합니다.
    아니 강의를 졸면서 들었는지, 샘의 글이 더욱 생생해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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