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인이 멀리있는가 아니면 인할 마음(생각)이 없는 것인가.
여울아
2020-12-07 12:28
529
지난 시간 자한편을 마무리하고 향당을 나갔습니다.
저는 자한편 마지막 장과 그 주변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자한 편명은 공자께서 드물게(罕 한) 말씀하신 것이 이익(利)과 천명(命)과 인(仁)이라는 첫 문장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익과 천명을 드물게 말씀하신 것은 금세 수긍하는데,
공자의 대표적인 인 사상이 어째서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나도 볼 때마다 긴장하는 문장이다.
이번에 우쌤은 공자가 인의 실천(혹은 방법)은 자주 얘기했지만, 인 그 자체는 말하지 않았다고 풀이해주셨다.
인 그 자체는 왜 말하지 않았을까? 집주에는 인의 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주 배운 문장에는 세한연후 문장이 나온다.
소나무, 잣나무의 푸르름은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알 수 있다는 것.
공자는 그의 사람됨은 풍파 속에서 빛이 난다고 말하고 있다.
첫 장에서 말하는 인(인의 도)은 바로 소나무, 잣나무 같은 인물됨이 아닐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도록 탄천변 버드나무가 초록을 유지했다.
주변 벗나무들은 벌써 울긋불긋 예쁜 옷을 다 벗어 던지고 허허롭게 서 있는데,
유독 버드나무만 초록이라 상록수인지 헷갈렸다.
한참 추워지고 나서야 버드나무는 누렇게 뜨더니 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만약 우리가 이토록 추워지도록 탄천변을 걷지 않았다면 버드나무는 상록수로 기억되었을 수도 있다.
버드나무는 물 가까이서 무럭무럭 자라서 초록도 오랫동안 유지되는... 그럼에도 낙엽나무였다!!
늦가을까지 낙엽이 지지 않는 버드나무를 보면서 자칫 상록수라고 오해/착각하는 어리석은 인간이여~
자한 편은 유독 공자가 세간의 평에 대해 수긍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나는 못배웠다. 수레를 끌겠다. 등등
공자는 사람들의 편견이 쉽게 변하지 않으며, 세상이 자신의 뜻을 알아주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이익, 운명, 인의 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던 모양이다.
"같이 배울 수는 있지만 다 같이 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로 나아갔더라도 다 같이 굳게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굳게 지키더라도 누구나 다 상황에 맞게 처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한편 29장)
심지어 가장 가까운 제자 자로도 공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자로가 암송한 문장을 공자가 핀잔 주는 장면(26장)
이렇게 이해받지 못한 공자는 까칠하게 자한 편 마지막 장에서 한 마디 내뱉는다.
"인이 멀리 있는가? 아니다.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
"산앵두나무 꽃이 산들산들 흔들리는구나.
어찌 그대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집이 멀리 있구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생각이 없는 것이지
길이 먼 것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자한편 3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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