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복습단]논어 글쓰기 15차- 지극한 덕, 새 세상을 여는 키워드

바당
2020-12-06 19:09
271

지극한 덕, 새 세상을 여는 키워드

 

<논어>를 읽으며 공자님이 하신 ‘공자님 같은 말씀’을 듣는 올드 한 순간도 있지만, 제자들과 만들어 내는 일상의 단편들과 오갔던 말들을 보면 2천 500여년 지난 지금의 생각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랍다. 더욱 흥미로운 건 공자님은 리라이팅의 시조 내지는 최고봉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고전학자로서 옛 문헌들을 읽고, 다듬고 정리하면서 만든 공자님의 일부 강의안은 역사적 인물들을 불러내어 당신이 세우고자 하는 세상을 위해 탁월하게 재창조해 낸 것으로 채워진 듯하다.

 

子 曰 泰伯 其可謂至德也已矣 三以天下讓 民無得而稱焉

자왈 태백은 아마도 지극한 덕이었다고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 천하를 양보했는데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게 양보해서) 백성들이 능히 그에 대해 칭송하지도 못했다.

 

이 말은 공자가 역사시간에 선조들의 삶과 인물됨을 제자들에게 가르칠 때 나온 얘기라고 상정해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공자님은 <서경> 등 어떤 공인된 자료에도 나와 있지 않는 태백에 대한 평가를 처음으로, 그것도 최고의 찬사를 붙인 것이다. 태백은 주나라를 세운 문왕의 할아버지, 즉 고공단보의 첫째 아들이다. 고공단보에게는 아들이 태백, 중옹, 계력 이리 셋 있었는데 태백은 상나라를 치라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아 동생 중옹과 쫓겨났다는 썰이 있다.

 

그럼 공자는 왜 뜬금없이 태백이야기를 했을까? 춘추시대 당시는 여러 나라에서 왕위다툼을 위해 부자간이나 형제간 혈육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날 때였다. 거슬러 올라가보니 당신 시대인 주나라 또한 셋째 동생인 계력의 후손이 세웠고 첫째인 태백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기이한 비서나 B급 자료 등 옛 자료를 접한 공자의 눈에 태백은 주변 부족들을 복속하여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천하를 소유할 수도 있었을 텐데 흔적이 사라져서 아쉽게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첫째인 태백에게는 패권을 위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를 권력의지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죽여야 권력과 욕망을 얻을 수 있고 패자만을 찬양하고 기억하는 역사에서 쫓겨 도망간 첫째 아들 태백, 공자는 쫓겨난 게 아니라 양보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해서 이렇게 지극한 덕으로 왕위를 양보한 사람도 있다는 사례를 공자는 세상에 말하려고 했던 듯하다.

 

사실 태백보다 더 잘 알려진 비슷한 버전이 백이숙제 이야기인데 이 분들도 공자가 최초로 재조명한 인물이다. 이들 태백과 백이를 역사 전면으로 끌어올린 것을 보면 공자는 형제 세력들 간의 힘과 피의 대결로 얻어지는 패권보다는 인간에 대한 배려인 양보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위대한 길임을 역설하고자 한 건 아니었을까. 그 지극한 덕을 역사에서라도 가치를 인정하고 배워야 한다고 가르친 걸 보면 공자는 탐욕과 패권으로 치닫는 자기 시대를 돌파하려는 혁신적인 사상가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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