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의 건화가 작성한 '비학술적 학술제' 후기입니다!

송우현
2020-01-0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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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새해가 밝았네요~ 아직도 2020인게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작년 12/28에 있던 길드다 청년페어의 열기 때문이 아니었나 조심스레ㅎ 생각해봅니다! 길드다 칸에 규혜누나가 작성해준 후기가 있는데요, 현우형이 찍어준 고퀄리티의 사진이 들어오는대로 첨부해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청년, 니체를 만나다]의 저자로 유명한 규문의 건화형의 후기를 가져왔습니다! 당시의 후끈했던 열기를 느껴보세용

 

 

방학이 끝나고 연구실에 오시면 구석자리에서 요런 요상한(?) 포스터를 하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지난 토요일(12/28), 아마도 채운샘이 치즈 물만두에 신음하고 계셨을 즈음, 저희 연구실 멤버들(저, 민호, 규창, 혜원누나, 혜림누나, 지영샘, 정옥샘, 선민샘)은 문탁에서 열린 '비학술적 학술제(Forum Not Forum)'에 다녀왔습니다. 문탁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문학 스타트업 '길드다'가 본인들의 활동을 펼쳐나가며 이런저런 경로로 접속하게 된, 인문학 공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6개 팀의 청년들(길드다, 남산강학원, 삼색불광파, 티슈 오피스, 민들레, 규문)을 초대하여 '청년, 공부, 자립'이라는 주제로 일종의 (비학술적인) 학술제를 개최했습니다. 길드다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학술제를 기획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저는 ‘비제도권에서 공부하는 20, 30대’라는 매우 독특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본행사는 길드다가 ‘청년’, ‘공부’, ‘자립’에 관한 기조 발제를 하고 나머지 다섯 팀이 돌아가면서 해당 주제들에 관해 각자가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는 것들을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간략히 소개를 드리자면, 길드다에서는 기조발제를 통해 ‘우리는 청년이라는 규정을 어떤 문제의식 속에서 전유할 것인가?’, ‘어떻게 공부를 일로, 또 일을 공부로 삼을 수 있을까?’, ‘다양한 경제적 지원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조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우리의 자립으로 삼을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드물게 질문을 던지는 데에 충실한 발제문을 접하게 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발제를 맡게 되면 텍스트를 정리하고 본문 내용을 채우느라 힘이 빠져서 막상 함께 토론할 만한 질문을 던지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길드다의 발제문은 완전 반대였습니다. (사전 모임에서 공지한대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진 발제문이었어요. 규문에서 세미나를 할 때에도 이런 식으로 발제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길드다에서 준비한 질문들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지나간 게 아쉬웠습니다. 사진은 발제문을 낭독하고 있는 길드다의 지원님의 모습입니다.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모토로 출판, 교육, 연구 등을 진행하는 민들레는 에서는 『사람, 장소, 환대』 읽기 모임, 지역기반 활동, 회사생활에서의 실험 등에 관한 경험에 대해 들려주셨습니다.  텍스트에 접근하는 방식도, 그것을 활동으로 연결시키는 방식도 저희와는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남산강학원에서는 이윤하님과 문빈님이 올해 공부를 하면서 어떤 점이 달라졌으며 또 앞으로 무엇을 과제로 삼을 것인지에 관한 고민을 담은 글을 발표하셨습니다. 두 분은 공통적으로 연구실 생활을 하고 세미나를 하고 글을 연재하면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공통감각을 형성하게 된 경험에 대해 써 주셨는데, 확실히 고민의 지점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규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뭔가 생생하고 진솔한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들었습니다. 아마도 너무 재밌게 들었던 나머지 사진 찍는 것을 잊었던 것 같네요ㅎㅎ. 위 사진은 쉬는시간에 남산강학원 친구들이 규문 공식 수영강사 규창샘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다음으로는 규문과 삼색불광파의 차례였는데요, 규문에서는 민호가 대표로 절차탁마NY 에세이인 '허영자의 지속가능한 공부'를 설명을 곁들여가며 읽어주었습니다(민호가 늘 그렇듯(?) 침착한 설명과 차분한 답변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상이라도 남길 걸 그랬네요). 지식순환협동조합의 졸업생들이 모여 만들어진 삼색불광파(여기서 삼색이란 맑스주의, 페미니즘, 생태주의-다시 말해 빨강, 보라, 녹색을 가리킵니다)에서는 비제도권에서 논문을 쓰고 또 출판하는 본인들의 활동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어떤 문제를 학문적으로 진지하게 풀어낼 수 있으며, 그것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논문 형식이 주는 장점을 살리고, 주어진 담론들만을 답습하고 논문을 쓰는 이의 구체적인 고민들이 배제되기 마련인 기존의 관습을 버리는 것이 삼색불광파가 의도하는 바인 것 같습니다. 논문이라는 딱딱한 형식을 이런 식으로 전유한다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도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색불광파는 본인들을 비롯한 비제도권의 연구자들이 서로의 생산물들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나 지면, 데이터 베이스가 마땅치 않은 것이 요즈음의 고민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길드다와 미학세미나를 함께 한 디자인 회사 티슈오피스 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티슈오피스에서는 개발 중에 있는 한 앱을 소개해주셨는데요, 이 앱은 인스타그램과 연동하여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선택하면 그에 어울리는 인문학적인(?) 구절을 찾아주는 앱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종종 유행하는 '성격유형 테스트'나 '닮은꼴 찾기' 같은 것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각 팀들이나 공동체들이 매일, 매주 쏟아내는 그냥 흘려버리기 아까운 수많은 문장들을 활용하여 일종의 밈 같은 것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티슈오피스의 기획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올해 처음 시작하는 행사인 만큼, 각자의 발표나 그에 대한 질의응답이 밀도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뭐랄까, 각자가 '우린 이런 거 하고 있어요'하고 자기소개 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렇지만 자기소개에 준하는 발표만으로도 제게는 충분히 놀랍고 눈이 번쩍 뜨이게 하고(?) 많은 자극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팀은 행사를 기획하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등의 활동에 주력하고 있고, 또 다른 팀은 '논문'이라는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 자신들의 고민을 학문적으로 돌파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고, 또 다른 팀은 본인들의 본업인 디자인을 공부와 접목시키고 있고....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고, 제가 하고 있는 공부를 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갑자기 제가(우리가) 길드다처럼 전시회를 열고, 삼색불광파처럼 각잡고 논문을 쓰고, 티슈오피스처럼 디자인을 할 수는 없지만 좀더 공부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볼 여지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각 팀의 발표가 끝난 이후에는 짧은 행사와 탁구대회, 그리고 긴 뒷풀이가 이어졌습니다. 우선 남산강학원에서 곰샘의 신간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를 극화한 독특한 낭송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으로는 길드다의 래퍼 코코펠리-김왈리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코코펠리-김왈리는 약간 토크 콘서트 느낌으로, 본인이 학교를 그만두었을 때의 심정부터 랩의 기술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 각각을 다른 방식으로 추구하기 위해 두 개의 자아를 나눠서 활동하는, 현재 진행중인 실험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고민들과 이야기들이 있는 공연이라 더욱 재밌었습니다. 공연에 반한 저는 앨범을 질러버렸습니다ㅎㅎ


다음으로는 탁구대회가 있었는데요, 네트와 라켓과 공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탁구를 칠 수 있다는 정신으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도 한 온갖 테이블들을 이어붙여서 탁구대를 만들었습니다. 상금 20만원을 걸고 6개 팀과  즉석에서 만들어진 무명팀을 더해서 총 7개 팀이 경쟁을 했는데요,


그 결과 규문은 민호-규창이 대표로 나서서 잘 싸워주었으나 아쉽게도 2위에 그치게 되었습니다. 상으로 북드라망에서 출간된 여러 책들을 받고 기뻐하는 민호입니다. 1위는 삼색불광파였습니다. 특히 왼쪽에 머리를 묶은 록이라는 분이 엄청나게 투지를 불태우셨습니다.


열심히 떠들고 놀았으니 먹고 마실 시간입니다. 이후에는 (아마도) 해 뜰 때까지 뒷풀이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회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행사이고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번 비학술적 학술제는 저와는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제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길드다 멤버들과 음식 마련을 도와주시고 장소를 제공해주신 문탁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댓글 1
  • 2020-01-03 10:26

    자립에 대한 질문에 차분하면서도 조리있게 답하던 건화씨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후기 잘 읽었어요~
    저 또한 건화씨의 말대로 청년들이 모여서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2020년에도 또 그 이후에도 지속해볼 만한 기획인 것 같아요. 모두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