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첫시간 후기

곰곰
2021-03-12 13:40
488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첫 시간이었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도 놀랐지만, 그럼에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고 외국의 대학, 거리에서 저자의 책을 읽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환경서인데? 이렇게 두꺼운데? 하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예외가 한국이라고 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도, 저자도 인기가 없단다. 나 역시 이번 세미나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책이다. 부제는 '자본주의 대 기후'로, 저자는 자본주의 아래 기후변화는 필연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모든 것을 바꿀 정도의 근원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코로나 위기만 해도 그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되었고, 우리는 그것이 개발과 이윤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경제 질서와 이를 뒷받침하는 화석연료 문명의 부작용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가 닥쳤는데도, 우리는 위기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고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위생,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더 많은 일회용품, 플라스틱, 전자제품 등을 계속 소비하고 있다. 기후 변화의 현실을 직접 마주하면서도 금세 망각하고 외면한다. 심지어 부정하기도 한다. 아주 강경하고 시끄럽게...

 

저자는 1장에서 기후변화 부정운동을 얘기한다. 기후 온난화 방지 정책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녹색 공산 사회주의 도입하려는 것이라는 우파성향 지식인들과 연구소들의 주장에 대해서. 그들은 기후변화를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감지하였기에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1)세계화 경제는 화석 연료 사용을 통해 구축되었고 앞으로도 화석 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지금의 지구 온난화는 선진국들의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것이지만 그 충격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은 나라에서 가장 심하게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인 불공정을 바로 잡는 것, 즉 세계적 규모의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3)기후변화의 해법은 시장이 아니라 집단적 해결(공공의 목적)을 요구하는데 이는 자유 시장주의와 충돌한다. 4)지구와 인간의 관계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신념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현실을 부정하고 반박한다. 물론 산업계로부터 풍부한 재원을 공급받고 있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기후변화의 사실들이 정치, 경제적으로 미칠 파급력, 자유주의 경제의 근본 논리의 급진적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을 꿰뚫고 있다는 대목에서 (중도주의자들에 비해 오히려) 이들의 판단은 정확하다고 강조한다. 

 

2장에선 기후협상과 무역협상의 평행이론을 톺아본다. 1992년 제1차 UN 기후변화 협약과 1993년 북미 자유 무역협정 체결, 그리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 탄생과 1997년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한 '교토의정서' 채택. 시기적으로는 비슷하게 전개되었지만, 그 강제력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기후협상에서 협의된 약속은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를 가하기에는 무력한 반면, 무역협정에서 채택된 약속은 모두 강력한 제재와 분쟁 해결 제도에 의해 강제되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소송에 휘말린다. 이런 견고한 위계질서 때문에 기후 방안들은 처음부터 국제 무역 시스템에 절대적으로 순응하겠다는 뜻을 표명해야만 했다. 이러한 자유 무역협상이 단시간 내 만들어낸 결과들은 대단하다. 탄소 배출량은 수직 상승, 재생 에너지 사업의 위축 등등.

 

그런데 지구 온난화의 위험이 명백한,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왜 이렇게 태연한 걸까?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확고한 운동이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경제 패러다임(신자유주의)과 서구 문화를 근간으로 삼고 있는 주장(인간은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정체성을 형성하고 공동체를 규정짓는 다양한 활동(물건사기, 생활하기, 더 많은 물건 사기)에 직접 맞서야 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기후행동은 지금과 같은 산업 형태로는 불가능하며 이를 붕괴시켜야만 가능한 것인데, 우리는 여전히 정치적, 심리적, 문화적 족쇄에 매여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서 지금의 패러다임 아래에서 주류 경제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환경문제를 계속 머릿속에 넣고 기억하는 일, 나아가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은 늘 힘들었고 수시로 무력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러한 우리에게 어떠한 지향점을 제시해줄까. 우리는 세미나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내가 속한 '하늘팀'에서는 서구권 국가들에 비해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은 상당히 높지만, 실제 탄소배출량은 적지 않다는 조사결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아마 긴 근로시간과 열악한 노동환경, 그 속에서 늘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한 구조 아래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탄소배출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시간을 쪼개어 살고 그럼으로써 해야할 일, 필요한 것은 자꾸 많아진다. 우리 삶은 경제 문제와 딱 붙어있는 구조라 모든 일이 그렇게 수렴되고 만다. 

언제든 손가락만 까딱하면 누릴 수 있는 편리한 소비 시대에 과연 어떻게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저자는 친환경적 소비란 없다, 아예 소비를 없애라고 외치는데, 늘 넘쳐나는 유혹들을 어떻게 떨쳐버릴까. 정작 초딩 딸아이 하나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수시로 휘둘리는 입장으로서 막막할 뿐이다. 에코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이제 사소한 행동도 그냥 할 수 없게 되었는데... 더 힘들어지는 건가? ㅋㅋ 그건 아닐 것이다. 함께 하는 에코 실천은 신선한 자극이 되고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서 하늘팀에서는 주간실천과제 매일 올리기를 한 주 더 해보기로 했다. 지난주 활동을 통해 매일 '에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많은 팁을 공유하게 되어 좋았다는 총평. 이번 주엔 어떤 실천들이 있을지 기대하면서... 다음 시간엔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3,4,5장을 읽고 만나기로 한다. 

 

 

 

 

댓글 6
  • 2021-03-12 22:07

    곰곰쌤의 깔끔하고 정돈된 후기를 읽으며, 다시 한번 실천의지를 곱씹습니다~ 위기의식을 느끼며 한참을 신경쓰고 살다가도회의적이 되거나,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의지가 꺾일 때가 많은데, 함께 에코프로젝트 시작하면서 힘도 나고 자극도 되네요~ 머리에서 손, 다시 발까지!!

  • 2021-03-12 23:01

    공곰님 후기를 읽으니 1,2장 내용이 머리속에서 한 번 더 요약되네요.
    다음장들도 분발해서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지구팀 수요일 조 모임에서는 <이것이 모든것을 바꾼다>를 읽은 소감과 1주일간 실천과제를 실행하면서 어떠했는지 이야기 나누었답니다.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했으며 -기후행동에 참여를 해야하지 않을까...
    * 거대권력ㆍ무역,정치에 맞서 상대해야하는데. 무력감이 들고 고민이 깊어 졌으며,자본주의 사회가 주는 풍요와 편안함에 저항하고 벗어나야 한다는 것
    * 또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더 잘 알게 되면 자본주의라는게 우리사회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깨닫게 되는 좋은 지식정보라는 것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 나온 의견은
    1.리싸이클링 수리센터(공구를 이용하여 간단한 용품 수리해보기ex)우산고치기)
    2.환경다큐보기 모임 만들기(공동체상영-블랙커피쌤은 알바트로스 함께 보기 의견주심)
    3.감시하고 요구하기(과대포장 자제등)
    4. 꾸러미공구(비닐없는 장보기는 너무 어려우니. 공구를 통해 비닐을 줄여보자)
    5.sns소통 문화바꾸기(소박한 삶 플렉스 sns공유)등 이야기 나누었네요~~

    이번주 지구조는 주간실천과제를 '냉장고 파먹기' 공통과제로 정했답니다. 냉장고의 시작과 끝을 보여 줄 겁니다. 매일 올리는건 아니고 다음주 화요일에 올 릴거에요. 전,후 사진과 함께요)
    전 생각지도 않게 고추장 나눔으로 1일차 실천과제를 바로 해결하고 복도 엄청 많이 받았답니다~~

  • 2021-03-13 00:09

    올려주시는 주간실천과제도 그렇고, 조별토론에서 나오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그렇고...
    요즘은 우리가 재밌게 해볼 것들이 너무나 많아 행복한 고민에 빠지네요.
    하나하나 같이 해보면서 경험을 공유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좀 더 한 발 나아가는 실천으로 연결해보면 좋겠네요~

  • 2021-03-13 09:29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다큐보기 추천합니다.
    몇년전에 파지사유에서 이 영화를 같이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어디서 이 영화를 받을 수 있는지 몰라서 물어 물어 파일을 받아 공동체상영을 했어요.
    검색해보니 지금은 다음영화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네요.
    저는 영화를 먼저보고 나서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네요.(더 쏙쏙 이해가 될것 같아요^^)
    잘 만든 다큐라 당시 그 영화를 같이 봤던 친구들로부터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 2021-03-13 20:24

    오호~~ < 이것이 모는 것을 바꾼다> 다큐에 대한 평이 좋군요! 그렇지 않아도 이 다큐를 에코 프로젝트 다섯번째 시간(3월31일)에 볼 예정이예요. 기대 업~~~~

  • 2021-03-15 15:30

    두꺼운 책이지만 나오미클라인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읽으며 감사하게 되네요

    다 읽고 나면 뭔가 새로운 게 보이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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