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에세이 데이 후기

요요
2021-06-04 09:06
371

3월부터 5월까지 영성세미나는 '공'을 붙들고 달려왔습니다.

그 동안 세 권의 책을 읽었는데요.

<공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공'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고,

이어서 법륜스님이 풀이한 <금강경>과 달라이라마의 강의를 풀어 쓴 <반야심경>을 읽었습니다.

두 경전을 통해 대승불교의 공사상의 에센스를 맛보는 것이 시즌1의 목표였는데 우리 공부는 어땠을까요?

2021년 영성 세미나 시즌1 '공이란 무엇인가'를 마무리하는 에세이데이 풍경입니다.^^

 

 

바다님은 <금강경>이 설하는 '상을 떠난다'를 붙들고 '나는 왜 말할 수 없는가'라는 글을 썼습니다. 바다님은 에세이를 통해 상을 여의라는 게 <금강경>의 가르침인데 상을 여읜다에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성찰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바다님의 말이 줄어드니 점점 집안이 절간처럼 되어간다는 이야기에 모두 웃었지만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요? 앞으로 또 바다님이 어떤 변화의 흐름을 타게 될지 참 궁금합니다.

 

오이도님은 바람(욕망)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데, 집착하지 않으면서 욕망한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담은 글, '바람 없는 바람'을 썼습니다. 상을 떠나고, 집착을 떠나는 경지를 원하면서도 또한 욕망에 붙들려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함께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집과 욕망이 우리 삶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공성의 지혜에 우리가 매혹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니, 이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요? 오이도님 뿐 아니라 우리가 공부하면서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단지님은 성서를 읽으며 풀리지 않던 백부장 에피소드에서의 의문이 <금강경>의 무주상보시를 읽으며 풀렸다는 글을 썼습니다. 단지님의 에세이 제목은 '나없는 나, 베풂없는 베품'이었지요. 무주상보시는 참으로 어려운 일인지라 우리는 이타행을 하면서도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이라마 반야심경에서 배운 자비수행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단지님의 희망이 담겨 있는 글이었습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불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고 일상의 수행적 실천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지님께 저는 늘 감동받고 있답니다.

 

자작나무님은 '금강경의 언어와 멘붕'이라는 글을 써왔는데요. <금강경>을 읽으며 느낀 혼란과, 세미나를 통해 그 문제가 어떻게 풀리고, 또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 정리해 왔습니다. 피드백에서는 여러 동학들이 이번 시즌 동안 자작나무님의 텍스트를 파고드는 질문으로 책 읽는 방법에 대해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계속 같이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훈훈한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이 공부하며 자작님의 고민에 같이 동참할 수 있어서 저도 참 좋았습니다.

 

라라님은 우리의 기억의 왜곡의 구체적 경험을 통해 '실상을 바로 본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지, 어떻게 하면 지혜의 눈으로 실상을 바로 볼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알아차림이 없이는 실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데, 또 실상이라는 것 역시 어떤 목적지라기 보다도 계속 공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저 언덕이 저기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실상을 향해 가는 매일의 실천이고 과정이라는 결론에 윤슬님은 강한 충격이 왔다고 하시기도..^^ 일상 속에서 알아차림 수행을 멈추지 않는 라라님의 모습은 제게도 늘 자극이 됩니다.

 

도라지님은 <반야심경>의 '관자재보살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한 문장을 붙들고 에세이를 정리해 왔습니다. 빵에 대한 도라지님의 사랑과 집착을 예로 들어 괴로움과 연기와 공을 풀어주어서 잘 읽히기도 했고 도라지님이 왜 이 주제를 선택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이제 간혹 '연기실상'이 언뜻언뜻 보인다는 도라지님, 계속 그 정진을 이어가서 우리들에게도 빛을 보여주소서!!ㅎㅎ

 

윤슬님의 글은 일관성이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는데 솔직해서 윤슬님이 공부를 하면서 어떤 문제에 걸려 있는지 같이 공부하는 동학들이 모를 수가 없습니다. 작년에는 '무아'가 두렵다고 했고 이번 시즌에서는 '자비심'이 얼마나 낯선 것인지를 계속 토로했습니다. 달라이라마의 글을 읽으며 윤슬님은 수행을 통해 '점진적'으로 나아간다는 말에 기뻐했는데 에세이도 역시 보리심=자비심의 실천을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지식과 지혜만이 아니라 지혜와 보리심을 양날개로 갖는 실천적 수행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된 윤슬님을 응원합니다.

 

메리포핀스님의 에세이제목은  '다시 길을 묻다'였습니다. 알고보니 시즌1이 진행되는 동안 메리님은 안으로나 밖으로나 힘든 시간을 보내셨더라고요. 불교공부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메리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힘든 가운데서도 세미나로 인해 메리님이 다시 힘을 얻었다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겪은 혼란과 고뇌가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싶습니다.

 

여러 동학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게도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또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꼼꼼하게 읽을 수 있었네요.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에세이발표에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공부하는 내내 우리 모두에게 힘을 준 잎사귀님이 계시네요. 우리가 힘이 되었어야 하는데 오히려 잎사귀님을 통해 힘을 얻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같이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가시는 강주연샘도 잘 지내시고, 다음에 또 인연이 닿아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모두 수고많으셨어요!!

 

 

댓글 3
  • 2021-06-04 11:21

    ㅎㅎ세심한 후기 덕분에 그날에 다하지 못한 공감과 감동, 동학들이 던진 질문들을 되새겨 보게 됩니당~^^

  • 2021-06-04 18:06

    에세이 데이 마무리하고 나서 며칠동안 아쉽더라고요.
    이렇게 쓸걸... 저렇게 써볼걸...이런 후회들이.
    그런데 저런 제 마음이 더 잘 쓸걸, 하는 욕심인지.
    공부를 열심히 안한것에 대한 후회인지... 알쏭달쏭. 
    결론:  전 연기실상을 보다가 말다가  거의 못 본다는~ ㅎㅎ  

     

    이 마음으로 다음 시즌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해볼게요!

    모두 모두 시즌2에서 다시 만나요~~~~

  • 2021-06-05 15:41

    적어도 이번 시즌에서 내안에서 차가운 물을 길어올릴 수 있겠다는 자신은 얻은것 같아 기쁩니다. 모두 모두 고생많으셨고 다음 시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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