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역학-<대칭성 인류학> 2회 후기

기린
2021-02-24 22:01
477

 인문의역학 세미나에 합류하면서 다시 나카자와 신이치의 <대칭성 인류학>을 읽게 되었다. 오래전 ‘선물세미나’에서 읽었다. ‘대칭성’을 수학의 대칭축으로 접으면 합동이 된다고 배운 것에 비추어 어정쩡하게 이해했던 기억이 났다. 이번에 다시 읽으니 ‘무의식에서 발견하는 대안적 지성’이라는 부제를 곱씹어 보게 되었다.

 

 이 때 무의식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에서 따온 의미이지만 프로이트가 마음속의 억압된 부분으로 이해하려는 것과 다른 의미로 쓰인다. 바로 ‘대칭성’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고차원의 유동적 지성이다. 이 대칭성은 일상에서 생물의 범주를 통해 분류하는 기준을 해체하고 서로 동질의 것으로서 상호간의 연관성을 가리킨다. 일상에서 분류하는 비대칭성과 현생 인류의 마음의 기층인 무의식에 내재한 대칭성이 복(複)논리에 의해 중첩되어 균형을 유지했던 선주민들의 철학인 신화를 예로 들고 있다.

 

 저자가 현대의 대안적 지성으로 대칭성 논리를 내세우며 현대사회가 “삼차원으로 구성된 현실만이 유일한 실재”라고 믿으며 자유로운 사고가 활동하는 고차원의 실재를 의심하고 나아가 위험하고 여기는 것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현생 인류의 사고는 고차원의 실재를 오랫동안 인정해 왔다.

 

우리의 ‘마음’은 이 대칭성의 무의식과, 그것을 기층으로 하여 형성되는 비대칭적인 의식이 협동해서 작동하는 복논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질적인 두 원리의 균형 잡힌 협동 작업에 의해, 문자를 갖지 않는 사회, 국가를 갖지 않는 사회는 동시에 신화적 사고를 하는 사회로서, 3만여 년 이상의 기나긴 세월 동안 지구상에 인간이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영역을 형성했습니다.(133)

 

 신이치는 현대 사회가 “균형 잡힌 협동 작업”이 깨치고 비대칭성이 전면적으로 작동하는 변화의 원인으로 “一의 원리”가 출현한 것을 든다. 인간과의 사이에 압도적인 비대칭의 관계를 강요하는 신을 가진 종교의 등장(특히 크리스트교), 이 종교와 결합한 자본주의 발달 등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현대 사회의 인간은 유동적 지성을 억압당하며 유례없는 불행이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신이치는 현재 전해오는 불교의 사유에서 대칭성의 사고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자기라는 존재는 실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점, 개념에 의한 세계의 분리도 없는 점, 유동적 지성의 작용을 전면적으로 발달시켰을 때 인간의 ‘마음’에 나타나는 지성을 공(空)이라 부르며 이것에 근거한 삶을 탐구하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2회차에 6장까지 세미나를 하면서 신이치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대칭성의 논리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느끼는 한계, 즉 불행이라고도 인식할 수 있는 지점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게 하는지 파악하는 데는 아직 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여에서 일어나는 많은 가치들로 인한 행복감과 등가교환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체제의 상품 교환에서 느끼는 행복하다는 착각. 그 착각에서 벗어나 마음의 기저에 있는 대칭성의 논리에 휩싸인 무의식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뒷부분이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댓글 6
  • 2021-02-25 18:26

    저는 수업 끝나고 뒷부분을 다시 읽으니,
    부분과 전체가 일치된다는 개념을 데데킨트의 무한집합 N=2N 로 설명가능하다는 점에서 너무 놀랐어요.

    이렇게 생각하니, 무한한 부의 증식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나아가게하고,

    불교에서 있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고 없는 것은 있다 할 수 있다는 아리송한 말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무한대를 전복시킬 수 있는건 공(空)일 수 있겠구나 싶어서 혼자 엄청 큰 깨달음을 얻은 마냥 엄청 신기했는데~~ㅎㅎㅎ 제대로 이해한건지 라라샘한테 물어봐야겠네요~ㅎㅎ도시와 영성팀에게 물어봐야하나~ㅎ

    • 2021-02-25 21:40

      공은 자성이 없는 것, 무상한 것,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말하고 있으니 무한의 반대적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요요샘한테 물어볼까요? ㅎㅎ
      (우린 무한 자체가 아니라 무한한 부의 증식을 문제시하고 있으니까요)

      • 2021-02-25 21:48

        전복보다는 포함인거같아요.

        n=2n에다가 0 이라는 개념을 넣으면 무한대가 모두 0 으로 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서, 0을 空으로 본다면 무한대를 포함하는건 空일수 있겠다 싶었는데~~ㅋㅋ그래서 불교에서 마음을 공으로 표현한건가? 라는 생각이~~맞는 얘기인지 모르겠네요~ㅎㅎ

  • 2021-02-25 19:11

    대칭성 인류학 책 너무 재미난거 같아요. 예시들도 생각해볼 것들이 많구요~ 신화나 고전이 재미있다는 것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ㅎㅎㅎ

  • 2021-02-25 19:24

    저는 책 1,2장까지는 그냥 흠흠.. 했었는데 3장부터 개인적 경험이 겹쳐 크게 공감하며 '올~ 이거 인생책 되겠는데?' 하며 읽었습니다^^ 불교에 대해선 아는 바가 전무하여 큰 깨달음은 없었지만, 작가의 주장대로 불교가 대칭성 인류학을 위한 실천 지성으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 불교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새로이 생겼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 2021-02-25 19:56

    ㅎㅎ
    저도 데데킨트의 무한집합론과 화엄경의 논리가 일치하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랄정도로 경이로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무한집합과 화엄세계를 표현하는
    이즈쓰 도시히코의
    '존재에너지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나타내는 방향성' 그림과 그것을 설명하는 문장이 좋더라고요.
    이분은 '종교를 초월한 종교' 혹은 '종교 없는 종교' 메타종교에 관해연구하시는 분이더라구요.
    루틴샘과 함께 불교공부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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