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노래>1부-박동과 맥은 같은가? 다른가?

기린
2019-08-14 11:39
716

양생 세미나 시즌 2에서 읽게 된 <몸의 노래>1부의 질문은

가장 기본적이고 친밀한 몸에 대한 인식의 극명한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가?에서 비롯된다. 

출발은 이 그림이다

왼쪽은 동양의 몸 인식을 살펴볼 수 있고, 오른쪽은 서양편이다.

동양에는 세밀한 근육이 없고 서양에는 경맥이나 경혈의 개념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 과정을 고대의 몸을 탐구를 통해 추적해간다.

1부에서는 동서양의 촉진(觸診)을 다루고 있다.

동서양 모두 맥에 대한 관심은 같았다. 의사의 손에 느껴지는 '박동'의 의미를 통해

아픈 까닭과 회복의 가능성을 알려고 했다.

출발은 같되 각각 걸어간 길은 달랐는데 서양에서는 실제 시체의 해부를 통해 몸의 내부를 보게 되면서

심장과 동맥의 확장과 수축이 박동이라며 실제 박동의 움직임을 이미지화 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미지화 과정을 통해 박동의 수축과 확장에서 리듬을 찾게 되었다.

리듬을 찾아냄으로써 박동의 말을 듣는 쪽보다는 울림을 잡아내는 것에 집중되었다.

결국 울림을 수치화하여 박동수로 질병의 유무와 경중을 진단하게 된 것이다.

중국 의학의 가장 오래된 문헌 <황제내경>에 의하면 맥을 짚는 방법은

손목에 한정되지 않았다. 몸의 자리에 따른 비교방식이 선호되었다.

머리의 세자리, 팔의 세자리, 발의 세자리 등 왼쪽과 오른쪽 다리를 모두 더하면 열여덟자리이다.

그 자리의 위치가 대략 몸의 공간적인 조직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관자놀이의 박동은 눈과 귀의 상태를 , 손목의 박동은 폐에 대응,

발목 뒷부분의 박동은 신장의 상태를 나타낸다.

그래서 손가락을 통해 전해지는 맥의 의미는 그 자리에 의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어떤 자리를 촉진하느냐에 따라 그 자리의 느낌이 주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

이것이 중국 진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렇게 다르게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따라  몸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지게 되었다.

인식이 감각의 틀을 구성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서양에서는 박동의 상태를 선명하게 진단하게 위해 맥의 빈도와 빠르기에 집중하여 표현했고,

동양에서는 맥의 원칙은 분명하게 표현하기 어렵다고 여기며 단어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맥의 표현법에도 직유나 은유 같은 상상력이 넘치는 방식이 반영되었다.

"폐가 병들면, 오르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은 것이 닭의 깃털을 건드리는 느낌" 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동서양의 촉각 지식의 역사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배경에는 인식 대상에 대한 탐구의 

방식(해부하고 하지 않음 등)과 함께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표현은 언어로 가능하기 때문에 말하는 방식과 말하는 내용이 모두 관련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말하는 방식은 듣는 방식과도 떼어낼 수 없다. 의학의 역사에서 듣기는 만지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몸에 대한 이해에 있어 촉각 지식은 이렇게 상호의존성을 바탕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공히 몸의 개념사를 밝히려면 대화의 개념사와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몸을 탐구하는 것은 몸에서 일어나는 증상을 보고 듣고 만지기 등의 통합적인 행위를 통해

변화의 징후에 응하는 방법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그래야 전문가로부터 듣는 추상적인 '지식'으로 

자신의 몸을 소외시키지 않고, 제 몸을 가장 잘 아는 '자신'의 힘으로 장차 도래할 질병과 마주할 수 있겠다.

이제 이 책은 2부로 넘어가 몸에 대한 동서양의 시선을 대해 탐구해 볼 것이다.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유하는 토대에도 무게 중심을 놓치지 않는 저자의 관점이 기대된다.                                                                                           

 

댓글 4
  • 2019-08-15 22:17

    양생세미나를 통해(정말?) 자기 몸을 가장 잘 알아가는 저는 오늘 제 몸이 무탈하지 않을 것을 일찌감치 예상했지요. ㅎㅎㅎ
    꼬이는 왼쪽 배를 끌어안고 2부 정리했습니다. 1부보다 더 흥미진진 재밌는데 정리는 힘드네요.
    4장 정리하며 든 생각 공자님 맹자님은 역시 훌륭하십니다. 4장을 기린쌤께 또 드리고 싶더라는~^^

    양생세미나 하다가 더 쇠약해져가는 도라지 되겠습니다. 도래할 질병이 예상됩니다. 하하하

    • 2019-08-21 09:58

      안되욧!!! ㅎ

  • 2019-08-17 18:33

    몸의 노래 흥미로운 책이에요! 감탄하면서 읽는데 뭐라~ 말하기엔 아직 입이 안풀리네요^^입만 열면 술술 흘러나올 그날을 기다려봅시다!!

  • 2019-08-21 10:13

    인식의 방법의 차이가 동서양의 의학에 큰 차이를 발생시켰다는 건데,
    이 때문에 맥에 대한 비슷한 동서양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결국 어떤 것은 받아들여졌고 어떤 것은 폐기되었다.

    '개미가 기어가는 듯하다' vs '닭의 기털을 건드리는 듯하다'

    전자는 다른 의사들에게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았고 후자는 후대 의사들에게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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