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올립니다

바다
2021-09-01 22:43
286

드디어 무문관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이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을 다루는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에 참 힘들었는데요.

그야말로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한 발짝도 뗄 수 없는듯한 막막함과,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좌절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마치 학습부진아가 된듯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아!  그 동안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여전히 분별할 수 없는 상태를 잘 견디지 못하는구나. 

언어로 이해할 수 없으면 화가 나는구나! "    그야말로 언어의 그물에 걸리는 것이죠.

그런데 좀 억울한 것은, 불교를 접하기 이전까지 50년이 넘는 세월을 제대로 분별하려고 얼마나 애써왔는데, 이제 그 분별을 깨고 홀로 허허벌판에 서라고 하니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요?

'공안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깨고 변화시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딛고 서 있는 판을 깨는 것' 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머리로는 백번 이해하는데, 막상 딱 맞서면  '이건 또 뭐지? 무슨 깊은 뜻이 숨겨져 있을까?'  궁리하다가 갑자기 몸에서 열이 확 오르며 화가 나기 시작하더군요. 매번 그랬습니다.

그런데 사실 선문답은 답이 없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합니다.

 선문답을 접하면서 관점이 변화되거나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가는 것, 그래서 생각과 분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에 휘말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의식구조를 갖는 것, 그런 것이 정답이 있을 리는 없겠죠.

강신주 선생님의 해설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나마라도 없었으면 더욱 막막하고 힘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는 모두가 해설은 제쳐두고 공안에 집중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저자에 대한 회의감보다는 우리가 좀 힘이 생겨서 그랬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댓글 6
  • 2021-09-02 08:07

    세미나하는 내내 바다님이 느꼈을 고충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후기입니다.

    저라고 해서 뭐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개념과 맥락으로 이해하는 텍스트와 달리 뭘 붙잡고 시작해야 하는지도 갑갑한 게 선어록이니 말이에요.

    어쩌면 제목이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잡을 것 하나 없는 미끌미끌한 절벽에서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가'가 되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답니다.^^

    선어록은 그렇게 계속 미끌어지게 하는 빙판 같기도 하고, 앞을 막는 은산철벽 같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미끌어지는 경험이 우리에게는 매우 절실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나마 자신의 방식으로 선어록과 대결했던 선지식들 덕분에 우리도 그 맛을 좀 본 것 아닌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금강경>을 읽을 때는 말수가 줄고.. 선어록을 읽을 때는 몸에 열이 올라오는 바다님이

    오히려 텍스트를 몸으로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바다님의 고투를 응원합니다~~

  • 2021-09-02 08:41

    저도 이번 세미나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요.
    텍스트는 여러가지 헷갈리는 지점이(강신주랑 정 떼느라;;) 있었지만요! ㅋ

    책을 덮고도 계속 생각하고, 일상에서 적용해보려고 하고,   이런 내가 생소하고 

    낯설어서 잘 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되는. 

    바다님 처럼 열이 오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울고 싶게 흔들리는 지점이 저도 많았네요.

     

    그런데 에세이를 앞두고 좀 더 긴장해야 될텐데. 다소 방학처럼 책 덮고 쉬는 이 기분은 또 뭘까요?ㅋ

     

    다시 백척간두를 향해 발을 옮기는 아침입니다. 

    저는 일단 백척간두에 올라가는게 먼저 같아요. 

    요요쌤이 아무리 준비하지 말라고 하셨어도. 어디 그게 쉽게 되나요?

    준비 운동 좀 해야 덜 다치는 거라고... 습관적으로 궁시렁...ㅎㅎㅎ;;; 

  • 2021-09-02 09:19

    온몸으로 공안을 마주하신 바다님!!!

    알아가는 것보다, 나를 깨는게 더! 비교할 수도 없도록 힘들다는 걸 느끼며! 같이!^^.

    이제 에세이라는 산을 같이 넘어 볼까요!!

    근데 이 깜깜함은 ㅠㅠ

  • 2021-09-03 21:15

    뭔말인지 잘은 모르겠는데 무지 어렵고 힘든 책이었나봅니다.

    근데 시즌 시작한지 얼마 안된거같은데 벌써 또 에세이?! @.@

    에코챌린저 출신인 많은 도시와 영성팀.

    정이 갑니다^^~

    모두들 화.이.팅. 입니다!

  • 2021-09-05 14:39

    함께 하진 못해도 책은 같이 읽었어요. 강신주 매달린 절벽~ 저는 울림이 있었는데 ㅎㅎ 조주록을 해석한 책을 읽고 있는데 필자의 시선이 가벼워 좋네요. 에세이 응원하며 올려봅니다~

    홧팅~

  • 2021-09-05 20:00

    토토로님도 잎사귀님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응원해주시니 홧팅 안할 수가 없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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