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액팅스쿨> 송광사 템플스테이 1일차 후기

초빈
2019-11-12 19:23
137

이번에 <붓다액팅스쿨>에서 동학들과 함께 2박3일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면... 첫날에는 스님들이 북치는 소리를 들었어요.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용도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전력으로 화려하게 치셔서 깜짝 놀랐어요. 일종의 수련이라고 하던데 멋있는 한편... 저 정도의 경지까지 오르기엔 잘치고자 하는 일종의 집착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ㅎㅎ 

 

그리고 새벽3시에 기상해서 예불을 들으러 갔는데, 생각보다 경건하고 평온한 느낌이 들었어요. 절에서 예불을 들어본게 처음이라 마냥 신기하기만 했는데 나중에 다른분들 말을 들어보니 송광사가 새벽예불로 유명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납득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말을 중얼거리는 게 아니라 노래처럼 부른다는 게 문득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다같이 맞춰부르기 쉽게 음이 붙은 게 아닐까.. 하고 나름 추측해봅니다^^) 

또 밤하늘이 예뻤던 게 기억에 나요. 살면서 그렇게 밝은 별을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어요. 머리 위에 별이 가득 떠있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나기도 했고요. (눈에 보이는 숫자가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그리고 마침 단풍이 지기 직전이라 산이 정말 예뻤어요. (올해 태풍이 많이 오는 바람에 단풍물이 덜 들었다고는 하지만요..) 산책을 좀 더 하고 싶었는데... 자유시간이 적어서 많이 못한 게 아쉬워요. 있다고 해도 새벽예불로 인해 부족한 잠을 자느라.. 

 

주로 제가 봤던 풍경들에 대해서만 줄줄 쓴 거 같은데... 사실 이번 기행을 통해서 무언가 특별히 얻었다는 느낌은 잘 안들어요. 애초에 무언가를 얻어야겠다! 하고 간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여행이 어땠냐고, 즐거웠냐고 물을 때면 말이 턱 막히고 뭔가 그럴듯한 감상을 내놓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문탁에서 그러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러다 문득 작년 광주에 다녀와서 썼던 글이 떠올랐어요. 518사건을 볼 때마다 슬픔을 찾으려고 했다는 내용의 글이었는데, 그처럼 제가 여행에 대해서 과도한 즐거움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요즘 제 고민과도 연결이 되었어요. 근래 며칠간 뭘해도 설레지 않아 우울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훌쩍 여행 떠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죠) 돌이켜보면 저는 끊임없이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래서 아무 것도 설레지 않기 시작할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감정의 공백을 잘 못받아들이는 거죠. 하지만 이것 역시도 제 집착(번뇌..)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공백도 그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될텐데... 

흠.. 다소 두서없는 글이 되었네요. 아무튼 이번 기행은 공부로서의 의미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었다는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 이번 여행이 제게 큰 영감을 주진 못했어도, 나름의 질문거리를 던져주었기에 나쁘지 않았던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좋든 싫든 모든 경험은 제게 어떤 방향으로든 길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고요.  

공연까지 약 한 달이 남았어요! 이제 막 대본 작업에 들어가는 중이긴 하지만... 무사히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화이팅

댓글 8
  • 2019-11-12 21:17

    하 정말 풍경이 너무 좋았어요
    송광사는 풍경이 없는 절인데

  • 2019-11-12 22:18

    도대체 이 사진은 뭘로 찍은거야? 왜 내 사진과 다른거야? ㅋㅋ
    그리고 위의 익명... 그대, 노라쥐? ^^

    • 2019-11-13 00:29

      아니에요 ㅋㅋ

      전 큰절에 처음 가봐서 이러저러한 새로운 거 듬뿍 보았어요. 돌아오자마자 큰 숙제들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어서 참 찹찹하네요

      모두들 좀씩 더 친해진거 같아서 좋아요

  • 2019-11-13 08:34

    송광사를 가 본거 같긴한데 기억이 전혀없네요.
    조만간 꼭 가봐야겠어요.
    예불이 울려퍼지는 산사에서의 새벽은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면서 그 기운으로 내 안이 충만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생각이 드니 더 가고 싶네요.

    사진이 너무 이뻐요♥♥

  • 2019-11-13 12:54

    저도 송광사 일정동안 아무생각이 안 드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2박 3일동안 멍~~~~ 때리다 온 기분입니다.
    새벽예불도 법고 소리도 단풍도 모두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앞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시니 속세가 좋더군요 ㅋㅋㅋㅋ
    많이 친해진 동학들과 어떤 공연을 만들어갈지 기대되요~

  • 2019-11-13 13:19

    멍때리는 시간이 은총이지!!

  • 2019-11-13 13:35

    난생처음으로 해가 뜨기전에 밥을 먹어보는 진귀한 경험응 했어요 ㅋㅋㅔㅔㅖ
    역시나 풍경은 아름답고 ~ 생각보다 예뻐서 단풍보러 송광사 간다는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 2019-11-13 19:40

    네번째사진 참 좋네요~ 단풍사이 물빛에 떠 있는 파아란 하늘
    연못은 붓질 한 듯~....처럼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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