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부처가 사람이라구요?

문탁
2019-09-26 09:35
130

드뎌 액팅스쿨이 시작되었다.

공지가 올라가고도 한동안 신청자가 없어서 처음엔 좀 걱정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 잘하면 폐강할 수도 있겠네. 으~~ 폐강되면 좋겄다. ㅋㅋㅋ

폐강될까 걱정하면서도 은근히 폐강을 바라는 건, 모든 선생들의 공통된 마음인 모양이다. ㅎㅎㅎ

 

그러나 우리 조교들의 엄청난 노력 - 난 이럴 줄 알았다. 노라가 이걸 폐강되게 둘 리는 없다 -으로 일곱명이 모였다. 스탭까지 포함하면 열 명. 딱 좋다! 그런데 숫자보다 더 좋은 것은 면면들이다. 난 이번 액팅스쿨에 모인 분들의 면면을 보면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아주 신선한 조합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첫날. 압권은 새은이와 초빈.

우선 3년차 새은! - "전 이번에 싯다르타가 부처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부처가 사람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하하하하하하핳.................이렇게 귀여울 수가!!. 이렇게 신박할 수가!!  이제껏도 그랬지만 새은이는 이번에도 부처님의 생애와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을 군더더기 없이 알게 될 것이다. 깨달음이란 선행지식이나 정보의 양과, 어쩌면 반비례 할지도 모르니까^^

 

 

스물 아홉의 싯다르타. 그는 드디어 출가를 결심한다.

마부 찬나가 준비해 놓은 말을 타고 왕궁의 동문으로 나갔다. 2월 8일이었다.

서양에서는 이런 싯다르타의 출가를 '위대한 포기(great renunciation)'이라고 칭한다.

 

 

새은만큼은 아니겠지만 불교적 지식이 부족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점에서 요요나 정화스님이 아니라 내가 <붓다액팅스쿨>의 교장인 걸 "다행으로 아세요"라고,  첫날 우겼다.  아는 게 별로 없으니까 설명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고, 그런 점에서 진짜 좋은 "무지한 스승"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크하핫

 

 

그런데... 뒤이은 초빈의 질문.

열반이란 번뇌의 불을 끄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자기소개를 지금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번뇌가 뭔지를 말해달라는 나의 요청을 듣고 초빈이 물었다. "근데 '번뇌'가 뭐예요?"

 

헐!!! 번..........뇌? 번뇌가 뭐냐고? 번뇌를 모른다고? 근데 어떻게 말해야지? 이 아이는 뭘 이렇게 훅~~ 들어오지? 

동시에....번뇌.....한자가 뭐였지? 동의어가 뭐지? 원어가 뭐길래 '번뇌'라고 번역했지? 굳이 '번뇌'라고 번역한 불교적 맥락이 따로 있나? 아...번뇌는 보통 백팔번뇌라고 쓰잖아? 번뇌에 해당하는 동양고전의 어휘는 뭘까? 고(苦)?, 우(愚)? 치(痴)........아....몰러..... 머리 속은 갑자기 빨강불, 파랑불, 노랑불, 초록불들이 켜졌다, 꺼졌다, 켜젔다, 꺼졌다..... 난리가 났다.

일단 수습!  번뇌...그건 고민, 고통, 갈등...뭐 그런거야. 지금 너는 뭐 땜에 젤 괴롭냐고? 난, 우리 엄마거든. 

 

 

 

 

이후 나는 '번뇌'라는 단어 때문에 번뇌에 빠졌다. 당근, 좀 찾아봤다. 인터넷도 찾아보고 내가 갖고 있는 불교 관련 책을 좀 뒤졌다.

번뇌의 어원은 Kleśa. 산스크리트어의 어원은 √kliś: 고통스럽다. 괴로워하다, 오염되다, 번거롭다....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원래 하얀 것에 뭔가 물든 것이다. 원래는 아무 색깔도 없는 마음이 누군가와 마주칠 때, 혹은 무엇인가를 보았을 때, 혹은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빨강색도 되고 (분노? 아니 열정?) 노랑색도 되고 (시기? 질투?) 검정색도 되는 것(우울)......그래서 누굴 미워하게도 되고 사랑하게도 되고 싸우게도 되고 엄청 먹게도 되는 것. 그렇게 업을 짓는 것 (초빈아, 이것도 어렵지?)..... 어쨌든 그런게 번뇌다. 

 

아마도 <중용> 식으로 이야기해서, 우리 마음은 원래 허령지각한데 우리는 도심으로 살지 못하고, 위태로운 인심으로 살고 있다고 할 때, 바로 그 인심. 다시 정확히 말하면 '인욕의 사사로움'. 인간만이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출렁이는 마음. 그것이 인심이고 아마 그것이 번뇌일 것이다.

공자님을 잇는 송나라의 도학에서는, 원래는 맑은 거울(=하늘로 부터 받은 성=마음).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때가 묻고 얼룩으로 오염된 거울. 그것을 다시 깨끗이 닦는 것. 그 수신이 인간이 태어나서 해야 하는 일의 알파이고 오메가라고 말한다.

 

다시 돌아와, 번뇌의 연관검색어는 뭘까? 아마도 백팔번뇌? 그런데 나는 번뇌와 가장 어울리는 단어, 번뇌와 붙어 다니는 단어로 적절한 게 망념 또는 망상인 것 같다. 번뇌 망상!!!! 우리가 평상시 하는 생각의 대부분이 망상이라는 것. 부처님이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이게 아닐까? 그러니 맞다. 열반(니르바나), 우리가 꺼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번뇌 망상인 것이다.

 

내친김에 번뇌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 <아비달마의 철학> 8장에 따르면 번뇌에 대한 설일체유부의 이론은 소위 98수면설인데.............. (음....이런 건 읽을 게 못된다. 넘 복잡하구나...............ㅋㅋㅋㅋ).....에잇. 오히려 대표적인 번뇌라고 이야기하는 3독. 그러니까 탐, 진, 치... 우리 마음의 탐욕, 분노, 어리석음... 이런 게 우리 삶의 대표적인 번뇌라고 생각하는 것이 깔끔한 것 같다.  불교의 교리는 이 탐욕, 분노, 어리석음...삶을 망치는 이런 번뇌=불길을 끄고, 마음의 평화(열반적정)를 찾으라는 이야기일테니까!!

 

 

어쨌든, 여러분. 재밌게 잘해봅시다. 그리고 마지막 액팅 때 꼭 000님께 꼭 마야부인의 역할을 줍시다. ㅎㅎㅎㅎㅎㅎ

모두 홧팅!!

댓글 3
  • 2019-09-26 23:29

    백성호 기자가 쓴 붓다를 만나다에 보면....
    번뇌란....나의 기대와 눈 앞의 현실 다를 때, 즉 어긋날 때를 '번뇌'라 표현하더라구요~~
    이 말이 일주일 동안 머리를 멤도네요~ 초빈이 덕분이죠 ㅋㅋㅋ

  • 2019-09-26 23:59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어가...!

  • 2019-09-28 02:15

    붓다 참, 재밌는사람이네요 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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