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영화인문학시즌1> 브라이언 드 팔마의 <언터처블>(1987)

띠우
2021-05-2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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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선을 낚아채가는 몽타주

 

브라이언 드 팔마 <언터처블The Untouchables(1987)>

 

  몽타주(montage)란 프랑스어 ‘조립하다(montor)’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촬영한 쇼트들을 그 목적과 효과에 맞게 연결하여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것으로써, 넓은 의미에서 편집을 의미한다. 이 기법으로 유명한 세르게이 M. 에이젠슈타인은 일본의 표의문자(門+耳=聞)나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사고에 영향을 받아 A와 B가 결합하여 C라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데 주목했다. 그는 이러한 장면의 ‘충돌’이야말로 영화 속에서 관객의 정서적 반응을 극대화시킨다고 생각했다. 러시아 혁명을 다룬 <전함 포템킨(1925)>의 그 유명한 오데사 계단 장면은 상이한 내용(총격씬과 유모차)의 교차편집을 통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훗날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헐리우드 갱스터 영화인 <언터처블(1987)>에서 이를 오마주한다. 그런데 어린 시절, 미소 양국을 선악 구도로 교육받았던  나로서는 몽타주 기법을 통해 <전함 포템킨>과 <언터처블>이 말하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오데사 계단 장면을 오마주하다-

 

  <전함 포템킨>이 러시아 혁명의식을 찬양하고 있다면, <언터처블>의 주제는 미국 민주주의 법질서 수호다. 그러나 실제로 <전함포템킨>이 만들어졌던 당시에는 수병과 장교 사이의 갈등이 극대화된 상태였고, <언터처블>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는 미국 법질서가 그야말로 엉망인 시기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영화의 배경은 금주법 시대의 미국 시카고다. 금주법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1차 세계대전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미국과 독일, 그런데 독일인들이 미국에 이민 오면서 양조업으로 생활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한다. 때마침 도시는 많은 범죄가 발생했는데 미국인들은 범죄와 부패의 원인을 음주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1919년 금주법의 제정을 불러온다. 그러나 오히려 밀주제작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마피아 집단의 세력이 엄청나게 커진다. 그들의 불법적인 성장은 정치부패와 범죄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금주법 폐지 1년 전인 1931년, 막강 권력의 마피아 알 카포네를 잡기 위해 악전고투하는(실제로는 부패의 온상이었던) 미 수사관들의 영웅적인 이야기다.

 

  이후 전쟁 호황기를 맞이했던 미국이 1970년대 베트남전쟁의 실패, 워터게이트 사건 등에 이어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다. 영국의 ‘대처리즘(1979∼1990년)’ 시기와 맞물려 레이건(1981~1989)이 등장하면서 자유방임주의를 내세운 보수주의가 득세하는 시기에 이 영화는 만들어졌다. 전통적인 미국질서의 회귀를 부르짖는 가운데 법질서 수호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영웅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다분히 미국적 가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을 따라 가다 보면,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진보에 대한 실망이 다시 보수주의로의 회귀를 낳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리고 그런 한편, 우리는 어디선가 나타날 영웅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말론이 네스의 손을 거절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몽타주, 어떤 목적이나 효과를 위한 편집에 의해 감독의 시선에 낚이는 경험이기도 하다. 나는 이번에 선악이 분명했던 네스와 알 카포네보다는 말론(숀 코넬리)의 시선에 머물고 있었다. 네스의 팀원 중에서 말론은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그는 미국 법질서 수호를 정의라고 부르짖지 않는다.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동료들의 부정부패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네스의 손을 뿌리치지도 못한다. <캐리(1978)>, <필사의 추적(1981)>, <드레스 투 킬(1984)> <스카페이스(1984)>등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였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80년대 이후 새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미국 영화등급위원회와의 마찰이 계속되었고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집하느냐, 자본과 타협하여 극복해가느냐라는 경계선 말이다. 그는 <미션 임파서블(1996)>을 찍으면서부터 내리막길을 걷는 것 같다. 감독의 현재가 마치 말론이 네스의 제안에 망설이다가 참여하게 된 후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네스는 미국적 가치를 대표하는 허구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말론이 죽는 장면의 편집은 브라이언 드 팔마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진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작품들-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 100』의 저자 데이비드 파킨슨은 몽타주를 ‘영화의 신경’이라고 표현했다. 신경은 단일한 세포들이 모여 하나의 결합된 조직으로 이뤄진 ‘구조’를 말한다. 영화 역시 장면들이 모여 일련의 구조를 형성할 때 완전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몽타주다. 장면과 장면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 속에서 우리가 경계를 의식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영화든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를 낚아챈 몽타주의 효과가 우리의 내면을 향할 때 작은 깨달음이라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몽타주의 효과를 들여다보기 위해 <전함 포템킨>에서 <언터처블>로 이어가며 영화 속 장면들을 더듬어왔다. 오늘날은 더 다양한 편집기법들이 영화 속에서 너무나 교묘하게 등장하기에 그 ‘신경’이란 것도 둔감해지기 쉽다. 섬세하게 영화를 보는 것은 그래서 재미가 있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언터처블>을 보고 있는 사이에 연일 <미나리>가 화제였다. <미나리>의 미덕은 한쪽의 시선에 무게를 두지 않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남성의 가부장적인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심, 이민세대 자식의 시선과 한국적 정서 속에서 살아온 여성의 모습까지를 각자 자기 시선 속에서 드러내고 있다. 감독이 누구의 시선에도 큰 힘을 부여하지 않는 느낌이다. 자전적 내용에 대해 감독이 거리를 유지하며 편집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아카데미가 <미나리>를 주목하게 된 배경은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한국에 주목된 세계적 관심이나 한류, 미국의 불안정한 사회현황과 맞물린 결과일 것이다. 거기에 편승해 국내 언론은 한류 프레임을 집어넣어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그것이 못마땅해 보이는 것은 나뿐일까. 아시아 영화의 약진으로서가 아니라, 아시아든 아프리카든, 미국이든 유럽이든 좋은 영화는 어디에서나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 1
  • 2021-06-07 20:58

    기법으로서의 '몽타주'에 대한 두 사례, 전함 포템킨과 언터쳐블, 가 감독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서로 닮아있다는 것에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함포템킨이 에이젠슈타인 표방하는 '충돌'의 이미지들의 편집이라면,

    언터쳐블의 몽타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조'화 된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든다.

     

    말하자면 드 팔마의 계단씬은 2층에서 내려다 봤으면 누구나 인지하게 되는 씨퀀스들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줌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서로 다른 이미지들의 '충돌' 아닌 쿨레쇼프, 푸도프킨의 '연속'과 '결합'이다.

     

    "영화예술의 기초는 편집에 있다"는 푸도프킨가 말하는 몽타주는 그래서, 에이젠슈타인의 '충돌'과는 

    어쩌면 , 같은 몽타주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전혀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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