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게바라의 편지

겸목
2021-04-0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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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서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있다. 지난 세기의 혁명영웅을 신자유주의시대의 학생들이 어떻게 읽을까 회의적이었는데, 나름의 재미가 있다. 몇몇 학생들은 체 게바라에게서 '완벽한 리더쉽'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고, 몇몇 학생들은 자신들과는 너무나 '거리감' 느껴지는 이야기라고 솔직한 감상을 말한다. 나에겐 무엇보다 편지 쓰는 체 게바라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부모 말도 지지리 안듣고, 집을 나와 게릴라전에 뛰어들지만, 체 게바라는 '착한' 아들처럼 꼬박꼬박 부모님께 편지로 자신의 안부와 생각을 전한다. 

 

오늘은 1959년 쿠바혁명의 성공 이후,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개혁을 이끌어가던 체 게바라가 쿠바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1965년을 읽었다. 쿠바를 떠나며 체 게바라는 부모님, 피델 카스트로, 그리고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편지를 남긴다. 잘 생기고 연애도 잘 했던 이 남자는 참 편지를 잘 쓴다.

 

"나는 찬란한 날들을 살아왔습니다. 당신의 곁에 머물면서 카브리 해의 위기가 야기한 슬프고도 저 빛나는 시간들을 우리의 민중과 더불어 함께했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낍니다. 그날들보다도 더욱 빛나는 시간을 가진 정치가는 없을 겁니다. 아울러 망설임 없이 당신을 따랐고, 당신의 사고방식에 내 자신이 기꺼이 따랐다는 점 역시 자랑스럽습니다."

 

피델 카스트로에게 남긴 편지를 읽을 때, 나는 문탁 친구들을 생각났다. 우리도 참 많은 시간을 함께 해왔고 찬란한 시간이 있었다는 깨달음!

 

"특히 이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구나. 누구보다 너희들 자신에 대해 가장 깊이, 그것이야말로 혁명가가 가져야 할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늘 너희들을 다시 보길 바라고 있으마, 아주 커다랗고 힘찬 키스를 보낸다. 아빠가"

 

맏이가 고작 열 살 남짓이고 나머지 아이들은 그 아래인 자식들 다섯을 남기고 삼십대의 아버지는 다시 아프리카로 떠났다. 무책임한 아버지인가? 그런데 살면서 나는 자식에게 저런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오늘도 딸과 나의 대화는 "일어나! 밥 먹어!"가 전부다.

 

일리치약국에 체 게바라의 편지를 옮기는 까닭은 '편지쓰기'도 양생의 기술이 아닐까 해서이다.

누구에게 편지를 써볼까?

 

댓글 1
  • 2021-04-07 16:20

    양생의 기술로 편지쓰기라.... 좋네^^ 난 누구에게 써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