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까야 강독 8회차 후기 / 변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작은물방울
2021-10-31 18:04
299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기에 무상하다. 이 말이 왜 그리 쓸쓸하게 느껴졌을까? 날씨 탓인가?

모든 것은 변한다. 우리의 노력이 가 닿아서 변한 것인지 때가 되어 변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고...

인간이 알 수 없는 인과로(알 수 없으니 인과라 할 수 없나?....)변하는 것이다.

지금 나의 젊고 힘찬 에너지가 알록달록의 가을이 변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어딘가에 있었나보다.

이 집착이 고통이 되는 것을....

‘변하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말이 새삼 깨달음을 주었다. 변하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소중하고 또 앞으로의 삶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망상으로의 희망이 아니라.... 써놓고 보니 여전히 뭔가 센치한 기분이 있는 것 같다

.

이번주의 큰 주제는 윤회와 연기였다. 두 가지 모두 어려운 주제였으나 나에게는 연기가 더 어렵다.

조건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인과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잘 모르는 이야기는 누군가가 알려줄 것이라 생각하며....

윤회에서는 ‘업’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 나의 질문이었다.

인간은 업을 쌓을 수 밖에 없다. 부처가 살던 시대의 인도사회에서는 윤회가 당연한 이야기였다. 약 15년 전이지만 인도 여행을 갔을 때 그 사상은 여전히 인도사회에 뿌리내려 있었다. 자신의 현재 처한 상황은 윤회의 고리 속에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지금의 가난도 지금의 재산도 덕분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부처의 개혁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지은 업이 나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디언이 지은 업을 진달래나 여율아가 받을 수 있고 내가 지은 업이 나 에게 오기도 한다. 또는 내가 지은 업을  후대에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우연히 또는 연기적으로 발생한다.

그러고 보니 연기적이란 말에는 우연히...라는 말이 포함된다. 그리고 하나의 독립 발생이 아니라 연결되어 발생되는 것이다.

 

우리는 말로 몸으로 마음으로 행하여 업을 짓는다고 한다.

어찌보면 ‘업’이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동일한 방식의 패턴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업은 방향을 바꿔 괴로움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댓글 3
  • 2021-11-01 05:44

    대학이나 맹자를 공부하면서 어떤 전제를 다 같이 공유하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는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불교 공부를 하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괴로움은 삶의 전제죠?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좀 놀랍다고 생각한 게 

    윤리의 필요성을 너무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것 같아서 - 아직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 2021-11-02 11:16

    연기라는 말을 그 자체로 뜯어보면 조건적 발생이라는 뜻이랍니다.

    원인-결과의 도식과도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원인-결과에는 원인 외에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조건(이걸 연이라고 합니다)에 대한 고려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셈이지요.

    실험실에서 원인 외의 모든 조건을 통제하고 실험한 뒤 원인-결과 관계를 도출하는 것과 같은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원인-결과가 인간의 삶에 적용되는 것을 불교적 용어로 업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업보라는 말을 할 때 내가 지은 업을 내가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실체적 자아를 부정하기 때문에(무아) '업은 있지만 업을 받는 자는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내가 지은 업을 내가 받는다는 생각은, 확고하고 자명한 것인 '나'(자아, 본질, 정체성)라는 것이 있다고 이미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은 있지만 업을 받는 자는 없다'는 생각에는 '나(자아)'라는 주체가 빠져 있어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우리가 자명하게 생각하는 '나'라는 것이 실은 관습적 생각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이 된 것입니다.

    관습적으로는 내가 업을 짓는다고 말할 수 있지만, 무아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업이 조건이 되어 발생하는 사건의 연속이 있는 셈이지요.

    우리가 겪는 괴로움도 그런 조건(행위)들로 인한 결과라는 것이 붓다가 연기를 통해 알려준 것이고요.

    그러니 조건을 바꾸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우리가 살면서 한 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흔적을 남깁니다.

    그 행위가 인연이 되고 조건이 되어 내 삶을, 다른 사람의 삶을, 그리고 세상을 바꾸지요.

    하지만 이건 우연론과는 전혀 다른 생각입니다.

    결과가 우연히 발생한다는 것은 콩 심은데서 팥이 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물론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듯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우연한 마주침' 같은 일은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지요. 

    그럴 경우 그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겨났다는 의미이지,

    그 일이 생길 만한 어떤 조건도 없는데 우연히 어떤 결과가 생겨났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연기를 우연과 같다고 하면 수많은 오해가 발생할 것 같아서 굳이 사족을 붙입니다.^^

     

     

    • 2021-11-03 21:51

      조건적이라는 말이... 참으로 어렵네요... 

      여튼 우연히라는 말은 연기와는 관련이 없군요.

      알면 알수록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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