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7 니까야강독 7회차 후기

도라지
2021-10-19 23:12
321

 

가장 붓다의 원음에 가까운 말씀들이 담겨 있다는 초기불교 경전인 니까야는 붓다를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충분히 설레지만, 그래서 현대인들이 읽기 힘든 경전이 된다. 이천 년 전 조상들의 생활상과 공감대로 읊어졌던 말씀들을 후손들이 읽으면서 읽기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것도 좀 웃긴 일인데. 나는 니까야를 대하면서 줄곧 그런 웃픈 태도였었다는 반성이 들었다. 그래서 니까야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고. 니까야 강독에 합류했다.

 

 

물론 지금도 잘 안 읽히고 어렵다. 이번 시간 비중 있게 이야기한 '오온'은 특히 그렇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불교는 "나라는 것은 오온의 가화합이다."라고 답한다.

오온은 색-수-상-행-식을 말한다.

色은 물질세계를/ 受는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의 세 가지/想은 인식/ 行은 심리 현상들/ 識은 식별하는 알음알이를 뜻한다. 오온은 몸과 정신을 다섯으로 세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것들은 다양한 연기적 조건들이 만나 생겨나는데, '나'라고 불리는 것 또한 이러한 오온의 인연에 의해 임시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 연기적 조건이 다하면 오온의 결합도 다하고 '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들도 사라진다. 즉 우리는 오온이 가화합 되어 있는 상태를 편의상 '나'라고 부를 뿐인 것이다. 그래서 상주불변의 '나'는 없다. 이것을 '무아'라고 한다.

 

그런데 오온을 무엇인지 아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동안 경전을 읽어오며 알게 모르게 알이 벤 깨달음이 있는데,

불교에서 '안다'는 것은 '하는 것'과 '달라지는 것'을 강력하게 동반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내가 '오온'을 잘 알았다고 말 할 자신이 없다.

여전히 알아가는 중이고, 계속 알아차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하고 싶다.

 

세상에 대해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내가 그것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나의 반응이 지금 내 삶이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차리고,

만약 '이것이 괴로움이다'라고 알았다면 바꿔나가야 한다.

계속 코끼리들의 모습에 비친 자신을 보며 괴로워하는 물방울쌤 처럼,

아들과 동거 중인 헤아릴 수 없는 독일제 먼지들 속에서 번뇌하는 토용쌤 처럼. 노력해야 한다.

 

 

내가 니까야 강독에 합류한 이유 중 다른 하나는
바로
공부 고수들의 공부 노하우, 그들의 암묵지를 곁에서 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
배우고 따라 하고 싶어지길 바라면서~

 

댓글 3
  • 2021-10-20 13:20

    불교 공부 고수이신 도라지님께 더 많이 배워요^^

  • 2021-10-20 17:29

    토용에 공감!!! 

  • 2021-10-22 09:12

    불교 공부를 시자하면서 느끼는 당혹감 같은게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동양고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랬던 것 같고

    무슨 철학 시작하면서도 그렇고,,, 

    분석적이고, 분류하고, 체계적으로 나누고, 불교가 이런 거라는 걸 아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걸 또 계속 반복하고 은유적(?)으로 말하는데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개념을 이해하기에 앞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소리내서 반복적으로 읽으면 좀  도움이 될까요? 

    혹시 시간이 관찮으시면 30분 먼저 모여서 소리내서 경을 읽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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