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really something!

여울아
2021-06-09 15:49
151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후반부 후기를 맡았다.

발제를 면제하는 대신 후기를 떠맡았는데, 뭘 써야 할까 난감하다.

친구들의 발제문은 잘 모르겠지만 이라거나 솔직히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거나 로 시작된다.

 

에라 모르겠다. <신경써서>.. 부터 <대성당>까지.. 6편의 단편소설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인 마지막 대사 it's really something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 대사는 <대성당>에서 주인공이 맹인 친구를 만나 새롭게 "보인",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던진 말이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여러 각도로 보여주는 대성당 장면보다 눈을 감고 맹인과 함께 손을 잡고 그린 대성당이야말로

주인공에게는 진짜 대단한 무엇인가로 느껴졌으리라. 

 

와우 후반부 첫 작품이었던 <신경써서>에서 it's really something은 무엇일까. 

세상에~ 별로 사이도 좋아보이지 않는 (곧 헤어질 것 같은) 부부가 대따시 큰 귀지를 빼내겠다고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너무 낯설었다. 

가장 친밀한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상대의 귀지파주기. 어떻게 이렇게 상대에게 관심이 없으면서

그의 가장 더러운 것일수 있는  귀지에 이토록 진심일 수 있을까.  it's really something이다.

귀지는 서로의 얘기를 듣지 않는 혹은 듣지 못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상징일 수 있다.

 

<내가 전화를 거는 곳>은 그 제목 자체가 의미하는 장소가 뭐냐 우리끼리 옥신각신했다.

주인공이 일치부심해서 두 번째 입소한 알콜치료센터냐 아니면 주인공이 내내 안절부절 못하며 아내에게 전화걸려고 하는 곳이냐.

영어 제목이 where i'm calling from 이라는 것을 알고, 주인공이 전화를 거는 장소, 알콜치료센터인 것으로 정리했다. 

알콜중독자에게 치료센터는 새로운 삶의 희망이자 한편으로 좌절이 공존하는 it's really something이다. 

 

<기차>는 미스 덴트라는 주인공이 큰 일을 치루고 당도한 대합실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남녀와 함께 기차에 오른다.  

이들은 서로 어떤 공통 관심사도 없고 이해의 지점도 없다. 짧은 순간 대합실에서의 탐색전.

하지만 기차에 오르자, 수많은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저마다의 문제로 돌아가버리지 않았을까. 

"세상은 별의별 종류의 일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이 일은 예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인생이라는 용광로에서 녹아버리듯, 기차는 미스 덴트에게도 기괴한 남녀에게도 그리고 승객들에게도 it's really something이다. 

 

<열>의 주인공은 그동안 나왔던 주인공들에 비해 너무나 정.상.적.이다.

알콜중독자도 아니고 사람을 죽이려고 권총을 꺼내든 미스 덴트와 같은 특별한 경험도 없다.

집 나간 아내를 대신해서 두 아이를 열심히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싱글대디이다.   

우여곡절 끝에 구한 완벽한 베이비시터 웹스터 부인을 다시 떠나 보내는 과정에서, 그는 열병을 앓고,

이제야말로 자신과 아이들을 두고 떠난 아내와 goodbye~한다. 

내게도 웹스터 부인이 필요하다... it's really something. 

 

(여기까지 지난 주 금요일 썼는데... 오늘에서야 기억을 더듬어 본다. )

 

<굴레>는 좀 대책이 안 서는 남편을 둔 어느 부부의 이야기다.

그는 농사를 지었는데, 경마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은  술에 진탕 취해 파티를 하다가 수영장 탈의실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다.  

남편은 구토를 하기도 하고... 결국 이 부부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다. 

건물관리인 화자는 이들이 떠난 집 서랍장에서 말굴레를 발견한다. 

우린 또 이 굴레가 남편이 두고 간 것인지 아내가 두고 간 것인지 갑론을박... 

서랍장까지 깨끗이 청소를 마친 그의 아내가 물건을 두고 갔다는 것은... 일부러 아니겠느냐가 대세였다!!

굴레... 알면서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집착과 편견들이 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굴레는 내가 재갈 물렸는지도 모르는 상태의 굴레가 아닐까.. 와우 it's really something~~

 

비전세미나도 에세이데이~ 가 다가왔다.

도대체 문학세미나는 어떻게 에세이를 써야 하느냐고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온다!!

it's really something ㅎㅎ

 

<비전세미나 다음 일정>

 

내일은 초안들고 줌회의 예정이고, 다음 주는 에세이발표.

문탁tv 봄날살롱을 앞두고 비전세미나 시작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16일 : 1시 - 비전세미나 4시 - 봄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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