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회차 후기

토용
2021-04-11 10:50
223

비전 세미나에서 문학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는 물론이고 소설도 읽기 어려워하는 나에게는 같은 책을 읽고 나누는 얘기들이 도움이 된다. 물론 어떤 세미나든 마찬가지이지만. 새 책이 들어가는 첫 시간 물방울님의 작가 소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번에는 일본의 근대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를 읽었다. 집에 일이 생겨 뒤숭숭한 가운데 이 책의 유쾌함은 단비 같았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을 때는 약간의 지루함을 느꼈었는데.... 책도 시절인연이 있나? 어쨌든 직전 읽었던 루쉰의 『외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100년 전에 쓰인 책이 아니라 현대 소설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세련된 느낌이었다.

 

소세키는 1868년 메이지 유신 한 해 전에 태어나 메이지 시대를 관통하여 살았던 사람이었다.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는 시대이자 근대화를 향해 모두가 달려가는 시대였다. 그 속에서 소세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신경증, 위궤양에 시달렸을 정도니 그 예민함을 알 만하다.

『소세키와 가족, 가족으로부터의 탈주』 (길진숙 지음)에 이런 말이 나온다.

 

흔히 소세키가 살았던 시대라면 민족을 고민해야 할 것 같고, 근대 민주주의에 대해서 아주 거시적으로 고민해야 될 것 같은데, 오히려 굉장히 미시적으로 일상적인 것들을 가지고 얘기를 해요. 그렇게 하면서 정말 근대가 진행되면서 일어날 법한 아주 심각한 문제들을 더 예민하고 예리하게 포착한 사람이 나쓰메 소세키가 아닌가 합니다.

 

맞다. 이 책이 그렇다. 아주 일상적인 에피소드들 속에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 모습들은 100년 전인지 현재인지 구분이 안 된다. 소세키가 살았던 시대 배경을 무시할 수는없겠지만, 근대화로 인한 혼란이든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이든 그 어떤 다른 이유의 혼란이든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기승전결의 형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장면 장면으로 이어진다. 처음에 낭독회용으로 쓰였다고 했는데 그래서였을까? 그런데 그 장면마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과 인간의 허세와 위선을 꿰뚫는 통찰과 유쾌한 웃음이 있다. 뚜렷한 줄거리와 사건이 없어도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이다.

구샤미와 메이테이라는 근대화 속에서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자들, 가네다 부부와 스즈키라는 근대화 속에서 성공한 인물들, 앞으로 이 인물들은 어떤 이야기를 엮어낼까? 후기를 썼으니 빨리 계속해서 읽어야겠다.

댓글 1
  • 2021-04-12 09:23

    1905년, 러일전쟁의 승전보가 들려오던 도쿄.

    승전보의 흥분과 일정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곳,

    허물어진 담과 풀이 자라는 지붕 아래 구샤미선생의 서재방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야기들의 향연,

    이 작은 세계 속에서도 한 시대의 모습이 축약되고 인간군상들의 다종다양한 생각들이 오가고 있네요.

    루쉰을 읽은 직후인지라 더더욱 중국과 일본의 모습이 대비됩니다.

    루쉰이 일본에서 겪었을 혼란과 다짐했을 사명감이 더 이해가 됩니다.
    아직은 소세키보다 루쉰에 더 감정이입되누만요.
    얼른 빠르게 소세키로 모드전환이 되어야 이 소설이 더 잘 읽힐텐데 말입니다.ㅎ

    한국의 근대소설도 한편 같이 읽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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