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세번째 세미나 후기....우리는 공동체인가

봄날
2021-03-21 09:58
239

읽어내려가기도 힘들었던 두번째 분량에 비해 마지막 부분은 비교적 차분하게 정리하는 분위기였다고 생각한다.

 

각자 읽었던 부분에서 떠올랐던 키워드는 '백색실명' '감정' '조직' '연약한 삶' 등등이었다.

"일반적인 감정은 볼 수 있는 사람의 감정이었고 따라서 눈먼 사람들도 눈먼 사람들의 감정이 아니라 성한 사람들의 감적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이제 눈먼 사람들의 진짜 감정들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어. 아직도 시작일 뿐이야."

"우리 내부에는 이름이 없는 뭔가가 있어요. 그 뭔가가 바로 우리예요."

"그럼 두번째는요...우리 눈을 뜹시다...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위대한 진리예요."

많은 친구들이 꼽은 이 구절들에서 나는 새롭게 구성되는 공동체, 즉 진정한 의미에서의 '조직'을 봤다면 억지일까. 처음에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손을 얹은 관계에서 손을 맞잡은 관계로, 그리고 한 덩어리로 묶는 관계로 조직의 강도는 높아졌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이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하루하루 그저 연약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이 사라마구의 메시지 아닐까.

 

그들의 조직밖에서는 여전히 허무한 담론(조금도 실천할 수 없는 것들-세상의 종말, 천사의 승천, 성스러운 문신, 수평적이거나 수직적이거나 경사지거나 흩어지거나 집중된 생각 등등) 아니면 재난의 순간에는 오히려 악에 복무하는 것들(위대한 조직, 사적 소유, 감옥, 민법, 선거, 의회, 군대, 공동묘지, 수평적이거나 수직적이거나 경사지거나 흩어지거나 집중된 생각 등등)이, 그렇지 않아도 눈먼 자들의 실명을 더욱 압도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우리 삶에서 분명히 눈을 뜨고 있는 때가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수시로 눈먼 짓을 한다. 보이는 것을 보고싶어하지 않는 때가 많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오랜 눈먼 고통 끝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믿고 한 걸음 내딛을 때 가능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는 또 아무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책을 읽고 서로 토론을 하는 것은 그렇게 새로 만들어지는 '우리'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그 무엇, 이름 없는 그 무엇이야말로 비전세미나가 추구하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도나 해러웨이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생각하는 것은 비단 인류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 가족 같은, 절대불변의 관념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에는 없다고, 이 세상은 이제부터 남자와 여자, 피로 엮인 가족이 아니라 이웃으로 구성된 친척, 심지어 사람과 동물의 영역도 넘나드는 이야기로 넘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우리가 오래도록 저항의 대상으로 집착했던 자본주의 같은 것과는 그 급이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한낱 한권의 책으로도 교감할 수 없다는 이 슬픈 현실 앞에 있다....ㅠㅠ

댓글 2
  • 2021-03-21 12:10

    😭 후기가 이렇게 슬퍼도 되는 겁니까!!

  • 2021-03-23 23:02

    음~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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