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침> 후반부 후기: 아Q와 혁명

요요
2021-04-02 21:59
299

이번에 읽은 <외침> 후반부는 <아Q정전>을 제외하면 귀여운 느낌마저 드는 소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시간에 작품 해석을 둘러싸고 갑론을박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세미나는 대체로 조용했다.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역시 <아Q정전>!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아Q의 모습을 발견하고 뜨끔해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그 당시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우리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루쉰이 형상화한 아Q라는 인물에 우리같은 장삼이사들의 어리석은 모습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아Q와 관련하여 논란이 된 것은 아Q에게 혁명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아Q가 거인나리도 벌벌떨게 하는 혁명에 매혹되는 순간은 그 자신의 변화의 가능성이 열리는 생기넘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아니다, 아Q의 혁명당 가입 역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욕망과 노예근성의 연장선에서 보아야 한다.

아니다, 혁명이란 수많은 잠재적 가능성을 포함하는 것인데 그건 아Q에게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아니다, 아Q의 진짜 혁명은 사인대신 동그라미를 제대로 그리지 못해 수치와 부끄러움을 자각하는 장면에서 발견해야 한다.

아니다, 조리돌림 당하는 그를 둘러싼 대중들의 시선에서 여태 보지 못한 더 무서운 눈길을 보았을 때, 그 때야말로 아Q가 그의 삶을 통해 유일하게 진실을 직시하는 순간이었다 등등..

 

다시 생각해보니 마지막 장면이야말로 루쉰이 의대를 그만두고 문예운동으로 전향하게 된 환등기 사건과 뚜렷하게 겹쳐지는 듯하여 소름이 돋는 느낌이다. 그 장면은 아Q를 둘러싼 사람들과 아Q의 위치가 역전되는 장면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오절>과 <흰빛>을 제외한 작품들은 루쉰의 어린 시절이나 동물이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물방울을 통해 루쉰의 바다오완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한층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았다. 여울아가 올려준 노라가 쓴 글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루쉰의 어린 시절이 등장하는 <지신제 연극>과 지난 주에 읽은 <고향>을 비교하며 서로의 감상을 나누기도 했다.

 

나에게는 <외침>의 서문이 <외침>에 실린 어느 작품보다도 강렬했다.

<외침>의 작품들을 다 읽고 나니 서문이 작가 루쉰의 반칙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문이 <외침>에 실린 모든 작품을 씹어삼키는 글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침>을 읽고 소세끼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넘어간다.

2회에 걸쳐 루쉰의 <외침>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점을 소세끼를 읽으며 다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외침>과 <나는 고양이..>  단 한 권씩에 불과하지만 루쉰과 소세끼를 마주 세워서 생각해볼 수 있게되기를 내심 기대해본다.^^

 

 

댓글 2
  • 2021-04-02 23:13

    문탁쌤과 루쉰을 읽을 땐 힘들었는데.... 다시 루쉰을 만나니 또 새롭게 느껴지면서 좋았습니다.

    그 땐 엄청 긴장하고 읽느라 못 읽어냈던 것을 이번엔 찾아내기도 하고 당시 느꼈던 

    깨달음을 잊고 있다가 다시 생각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다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일본 근대 작가 소셰키 작품도 궁금합니다. ~~ 

  • 2021-04-03 21:32

    그러게요. 저도 다시 보니 아큐 캐릭터를 그동안 너무 평면적으로만 봤던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더라구요. 처음 등장부터 조리돌림에 이르기까지 우매하고 허세 가득하게 그려지는 아큐... 혀를 끌끌차면서 그를 구경거리로 여기다가 어느 순간 우리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과 오버랩됩니다. 내게 어떤 가능성도 없을까요?? 마치 아큐처럼. 그래서 저는 아큐에게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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