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연대, 절망도 희망도 아닌

진달래
2021-03-16 00:35
404

<페스트>는 점잖은 편이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읽을수록 힘들다. 

누구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했고, 누구는 너무 힘들어서 머리가 아플지경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세미나가 시작되고 이렇게 힘들고 머리가 아플 지경인 장면들 사이 ,  '연대', '구원'과 같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여자들은 귀가 멀고 눈이 멀고 벙어리가 된 채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앞에 있는 여자의 손을 놓치지 않을 만큼의 의지력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올 때와는 달리 어깨가 아닌 손을 서로 잡았다. 누가 왜 돌아갈 때는 손을 잡고 가느냐고 물어도, 여자들 가운데 누구도 대답을 못 했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다. 모든 행동을 늘 쉽게 설명할 수는 없다. 때로는 어렵게도 설명할 수가 없다."

 

그것도 가장 수치스럽고 힘든 일을 당한 여자들 사이의 연대감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의사의 아내'는  눈이 멀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다. 

요요샘과 여울아샘, 토용샘은 이 작품을 끌어가는 여자들의 역할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 사이에 연대감에 눈길이 간다고 했다. 

재하는 <페스트>와 <눈먼 자들의 도시>는 둘 다 현실의 부조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페스트>가 추상과의 싸움이라면  <눈먼 자들의 도시>는 물리적 조건과의 싸움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아마도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주체가 페스트에서는 리유로 대표되는 의료진의 입장이라면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질병의 당사자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봄날샘은 읽으면서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여자들이 이러한 행동으로 인간의 삶을 지켜낸 것을 보면서 <장자> 생각이 났다고도 했다. 

 

유진샘의 발제문을 읽으면서 '우리는 어떤 조건에서  인간일 수 있을까?', '과연 인간이란 무엇일까?' 등을 이야기했다. 

절대적인 인간다움이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것? 의사의 아내는 여자들이 계속 강간당하고 폭행당하는 일을 참을 수 없어서(?) 눈먼 깡패 두목을 죽인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더 이상 여자들의 희생으로 음식을 얻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순간에 식량 공급이 끊어진다. 

사람들은 용기를 내서 저항해 보지만 여러 사람이 죽고 다치게 된다. 그 와중에 한 여자가 눈먼 깡패들이 있는 방에 불을 지른다. - 이야기에서 새로운 사건, 장면으로 전환하게 하는 것은 대부분 여자이다. 

그들이 갇혀있던 정신병원이 불길에 쌓여 무너지자 감금되어 있던 많은 사람들이 병원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군인들도 없었고, 눈먼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디언샘은 이 이야기는 페스트와 다르게 질병과 싸우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눈먼 깡패들이 식량을 무기로 여자들을 보내라고 할 때 때아닌 '존엄성'의 문제를 따진다. 인간의 존엄함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물방울샘은 죽은 여자를 물로 씻어주는 장면이나 '창녀' 같은 단어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 종교적인 면을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특히 죽은 여자를 물로 씻어주고 여자들이 함께 씻는 장면을 보면서 연대를 상징하고 있다고 보았다고 했다.  여기서 연대는 절망이냐, 희망이냐가 아니라 같이 할 수 있는 힘을 그려내는 것이다. 

 

너무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 나에게 이 책은 너무 어렵다.  - 노벨문학상 받은 책 중에 가장 잘 읽히는 책이라는데 

뒤로 가면 나으려나, 끝가지 읽으면 괜찮아질까 했는데 다 읽어도 아직 모르겠다. @@

 

댓글 3
  • 2021-03-16 22:17

    소설이 어렵다는 진달래샘을 보면서 '머시라!'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저 역시 읽어도 읽어도 뭔 소리인지 이해가 안되는 소설도 한둘이 아닙니다.

    작년에 읽은 카프카의 단편들도 제게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진달래 샘의 말은 어떤 개별 작품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장르가 어렵다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우리가 문학세미나를 하게 되면서 내가 진달래를 잘 모른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고^^

    우리가 이렇게 뭔가를 같이 하는 경험이 서로를 알고 개입하게 하는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양고전 어렵다는 사람을 만나면 진달래는 뭐라고 하는지요?

    아마도 계속 읽다보면 (사랑하게 되고) 뚫릴거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나요?

    어렵든 쉽든(하하 물론 쉬운 건 없는 것 같아요) 같이 감응하며 뚫어내봅시다!

    이렇든 저렇든 같이 한다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 2021-03-17 09:51

    이 세미나를 하면서 생각보다 많이 관점이 다를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소설에서 연대보다는 인간의 나약함과 인간문명의 덧없음을 더 느꼈거든요. 사회 시스템에 타격을 줄만한 일이 생기면 혼란이 올수도 있겠구나...하는. 그래서, 인간이 무엇이고 인간다움을 지켜내려면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걸 더 생각하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전세계의 시스템에 타격을 가한 지 2년째네요...지금의 코로나 시기가 정상적인 일상보다 견디기 힘든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을까...이런 생각도 하게 되면서 제도의 틀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는 건 그나마 행복한 상황이라고 자조하게 됩니다. 

    더 상황이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2021-03-17 16:41

    이 책 첫번째 세미나 시간에 여울아가 연대를 얘기했을때는 별로 공감을 못했었어요. 그런데 그 후 책을 읽을때는 자연스레 연대를 생각하면서 읽게 되더라구요. 제가 여울아 말을 너무 잘 듣나봐요 ㅎㅎ

    서로 다른 관점을 알게되니 역시 책은 같이 읽어야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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