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5월 공식당 이야기

주방지기
2021-06-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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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월에 주방에서는? (주방지기는 토용과 띠우)

 

 

올해부터 작년까지와는 다른 주방운영이 시작되었다. 독립된 활동단위가 아니라 함께 돌보는 주방으로의 회귀랄까. 공간 분리가 된 상황이니 더욱더 주방을 잘 살피기 위해 문탁과 파지사유에서 한 명씩 주방지기가 되었다(견우와 직녀?ㅎㅎ).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주방지기가 되었다. 운영회원에 늦게 참여했기 때문에 조금 더 서툴렀을지는 모르지만, 보고 들은 정도로 시작한 셈이다. 생각에 독립된 활동단위든 다른 형태든 공동체 주방은 함께 살피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주방지기로서 토용님과 나는 장보기와 밥당번 짜기, 회계와 주방일지 정도를 생각해두었다. 그런데 4월 말에 코로나로 인해 주방이 올~ 스톱되었다. 냉장고에 남은 채소들을 2주동안 둘 수가 없어서 인문약방팀이라도 먹을 수 있게 반찬을 만들고, 일부 남은 재료들은 나눠주었다. 냉장고 파먹기가 한창이고, 코로나 상황도 그렇고, 우리는 장을 그때그때 보자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바람~님이 주방에 쌀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필요한 때 연락하기로 해두었다. 5월 어느 날에 쌀이 바닥났고, 바람~님께 받을 선물을 제외하고 쌀 탁발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단톡방에 카톡을 남겼다. 문탁 주방에 이런 경우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는데, 이후 느껴지는 이 찜찜함은 뭐지? 주방지기로써 느끼는 자격지심인가? 뭔가를 맡아서 하게 되면 작은 소리에도 반응은 커지기 마련이다.

 

 

 

쌀도 떨어지고 기름도 떨어지고... 각종양념류도 바닥이 보였다. 그때쯤 번영회에서 목소리가 조금 높아진 채로 이야기가 오갔다. 주방 상황이 바뀌었으니 새로운 형태의 주방이 되어야 되는 게 아니냐? 굳이 탁발을 받아야 하느냐? 선물은 계속 되는 게 좋다... 나는 어떻게 했을까? 처음에는 잘 듣고 있었다... 정말 잘 듣고 있었다아아아~~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 이게 다 내가 주방지기로서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 사과한다~~ 우씨^^:;(뜨아한 표정들을 잊지 못하겠군ㅋㅋ)

 

한 달에 걸쳐 압력밥솥 고무패킹 교체에 대해서도 설왕설래했다. 바꿔라, 쓸만하다, 바꿔라 쓸만하다~~~ 쌀 사건과 맞물려 때마침 바꾼 쌀로 밥을 하니 밥이 너무 맛있더라며 아직 쓸만하다는 의견과 김이 새니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되었다. 우리는 주방지기가 끝나갈 무렵, 다음 주방지기에게 김 안 새는 밥솥을 넘겨주기로 하고 패킹을 주문했다.

 

씻으려고 불려놓은 밥솥을 보더니 봉옥, 기린샘이 밥풀 아깝다며 나에게 아름다운 훈화(?)말씀을 전하셨다~ 하하하

 

어느 토요일에는 ‘영끌’까지 하면서 주방에 있는 재료를 다 끌어모아 썼다는 여울아님의 카톡이 사실은 좀 반가웠다. 주방에 많은 것들을 쌓아두지 말자는 것이 이번 주방지기들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정말 없다 생각하면 밥당번들이 장을 봐서 주방에 청구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주방에 대한 상들을 다시 그려야하는 요즈음, 카톡에 올라온 이 내용으로 다들 한번쯤 우리의 주방??? 하며 생각해볼 수 있겠지? 현 주방지기들은 5월로 끝이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주방지기들을 위해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 음하하하

 

이왕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밥당번이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몇 마디 써보려 한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정해졌다기보다는 이런 방향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다. 이후 다른 분들의 의견들이 모아지면 어느 정도 감각들이 맞춰질 것 같다.

 

<밥당번들은 이런 일들을 생각해봅시다>

  1. 밥당번은 전날 냉장고 상황을 살피는 것에서 시작된다.

2. 각자 할 수 있는 요리가 다르니 있는 재료로 할 수 없을 때(가능하다면 있는 것으로!!)는 주방지기와 의논을 한다.

이와 같은 일은 밥당번 전날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3. 시간을 지켜 나와서 점심을 준비한다(혼자서 하다보니 10시 30분에 시작한다).

4. 점심 식사가 끝나면 중요한 마무리 과정이 남아있다.

 개수대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싱크대에 있는 그릇들은 행주로 닦아 제자리에 넣는다.

(물기가 많으면 당일 파지사유 일당번들이 마무리할 때 할 수 있다)

5. 바닥까지 정리하고 나면 마지막은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쓰레기봉투는 양념장 아래 서랍에 있다).

여름이 다가오니 음식물 쓰레기 봉투는 꼭 확인해서 제때 버린다.

재활용쓰레기는 밖으로 내놓고 일반 쓰레기 봉투도 뒷정리를 잘 해둔다.

 

주방지기가 끝나가는 가운데 약간의 찜찜함에서 시작된 글이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톡방에서, 번영회 회의에서, 혹은 주방지기끼리도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주방지기인 나와 토용님도 각자의 상황에서 맞추고 있고, 그 사이에서 간혹 오해가 생길 수도 있지만 우리가 뭐 한 두 번 이런 일을 겪나? 하하하하하!!! 다시 마주하고 말하고 맥락을 파악하다보면 새로운 상황을 잘 마무리해갈 수 있다.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감사한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4월과 5월에도 주방에 선물은 이어졌다. 쌓아둘 수 없는 상황이라 그때그때 가져다주신 소중한 것들이다.

 

- 선물은 계속 되어야 한다

4월, 5월에 주방에 선물하신 분들이다.

- 혹시 빠진 분이 계실 수도^^:; 

 

5월의 마지막 날, 토용과 띠우는 주방 청소를 깨끗하게 하였다. 물건들도 자기 자리를 잡고~

 

-깔끔하쥬? 

 

오늘 우리는 6월 밥당번표를 다음 주방지기(봄날, 달팽이)에게 전하며 하산한다.

다들 기억하시라~~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 어쩌면 ‘영끌’까지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 주방지기 같이 하면 더 친해지겠어요~ 하하하

 

댓글 5
  • 2021-06-01 16:16

    고백하자면 전 날라리 주방지기였습니다. 

    그래서 띠우가 저 대신 애 많이 썼구요, 욕도 먹었을 거예요.

    마지막 사진은 그 미안함에 비굴하게 비는 모습^^

  • 2021-06-02 12:01

    주방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곳이네요^^ 두 분 수고 많으셨어요!!

  • 2021-06-02 17:52

    파지에 점심밥이 없으면 얼마나 허전할까

    주방지기님들~ 수고하셨어요

  • 2021-06-02 21:59

    밥당번분들 띠우 글 잘 읽으셨죠?

    잘 부탁드립니다  

                               - 6,7월 주방지기-

    • 2021-06-03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