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네번째 후기- 택천쾌괘

누룽지
2021-09-10 13:47
390

 

후기를 쓰려 일주일 내내 끙끙거려봤지만 써지지 않는다.

12달 괘는 이제 택천쾌와 천풍구를 끝으로 64괘에서 더 이상 등장하지 않기에 기왕 후기를 쓸 차례가 돌아오면 두 괘 중에 하나를 쓰면 좋겠다 바라봤었다.

모르는 거야 너무 많지만 달 별로 등장하는 음과 양의 효 갯수와 그 의미를 정말 모르겠다.

12달 괘가 차례로 있지 않고 64괘 안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걸 보면 괘 중에 어울릴만한 걸 달에 붙여준 것 같다. 그런데 그 마음을 왜 이렇게도 모르겠을까?

여름은 양이고 겨울은 음인 것도 아니다. 새싹이 돋아 부쩍부쩍 자라나는 싱그러운 계절에도 음이 꽤 있다. 심지어 다른 괘들과 달리 분명한 규칙성이 있다.

게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각 괘의 괘사와 효사들은 읽을수록 더 헷갈릴 뿐이고...

 

, 밤과 계절변화는 왜 생기나?

결국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또 자전하는 지구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발상의 시작점이라면 옛 사람들 눈에 태양의 움직임이 괘를 정하는 기준이 아니었을까?

서경 앞 부분에 써 있었던 천문에 관한 놀라운 지식을 기억해보면 이 천문학적 지식이 괘의 순서를 정하는데 모자람이 없었을 것 같다.

근거있는 추론을 할 수 없을 때 아무 말이나 던지는 것을 애교로 봐 주는 것은 오죽하면 그럴까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우리 세미나팀 분들은 다 따듯하시다.

그래서 이 기준으로 열두달 괘를 들여다보면,

5월은 하지가 들어 있는 달이니 낮이 가장 길었다 짧아지기 시작하니까 초효에 음이 들어있는 천풍구괘로 정한 것 같다. 동지가 들어 있는 11월을 일양이 돌아온 지뢰복괘로 정한 것처럼.

춘분이 있는 뇌천대장괘에는 양효가 4, 추분이 있는 풍지관괘에는 음효가 4개 들어있다. 세 개씩 공평하게 들어 있으면 방향을 잡을 수 없을 텐데 뇌천대장괘(춘분)를 보며 양이 늘어날 것을 풍지관괘(추분)를 보며 음이 늘어날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춘분이 中春(1,2,3월 중 2)이고 추분이 中秋(가을 7,8,9월 중 8)이니 밤 낮의 길이가 같은 날을 포함하면서도 낮과 밤 중 어느 것이 더 길어질 것인가를 알 수 있게 적절한 괘를 정한 것 같다.

그 다음은 소설을 쓸래도 밑천이 없다. 다만 세 분의 강사님이 왜 주역을 보고 또 보고 하는지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을 뿐이다.

 

3월을 택천쾌괘로 왜 정했을까? 청명과 곡우가 있는 달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뭔가 어울리는 것 같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라는 속담도 있으니.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으로 4월이니 산에 들에 봄나물이 가득하고 꽃들도 만발할 것이다.

농가월령가에 딱 3월답게 써 있다.

삼월은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이 재양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 소리 각색이라

당전의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화간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 기니

미물도 득시하여 자락함이 사랑홉다

그런데 걸리는 건 쾌는 결단한다는 건데 이 달의 자연현상과 관련해 무엇을 본 것일까 하는 것이다.

들깩모 일찍 붓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그루를 상환하소

보리밭 매어 놓고 못논을 되어 두소

들농사 하는 틈에 치포를 아니할까

울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으로

담 근처에 동아 심어 가자하여 올려 보세

무우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 막아

계견을 방비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농가월령가의 이 부분을 보면서 또다시 근거 없는 추측을 하면 이 달은 더 이상 궁리를 할 때가 아니라 1년 농사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때이다. 쾌 괘의 상징과 어울리려나?

그리고 하나 남은 상육의 음은 이 계절의 어떤 부분과 통하는 것일까?

봄날의 만발한 꽃을 보며 이태백도 소동파도 꽃 지는 봄을 가슴 에이게 노래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언제나 꽃이 져야 파릇한 새잎이 무성히 나더라. 이게 혹시 상육의 음효일까?

 

도저히 못 쓸 것 같았던 후기를 그래도 꾸역꾸역 다 썼다.

주역은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댓글 2
  • 2021-09-13 11:27

    재미있는 후기 잘 읽었어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누룽지샘한테 배워야 할 것 같네요^^

    • 2021-09-14 08:03

      이런 말도 안되는 말씀을 하시다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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