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 세번째 후기 슬기로운(?) 주역생활

스르륵
2021-09-02 22:30
288

  시즌3의 세번째 시간은 뇌수 해 (雷 水 解)와 산택 손 ( 山澤損) 이었다... (스크롤 압박 주의 )

 

 

   어려움과 위험에서 풀려남,  뇌수 해解

괘사: 해는 서 남쪽이 이로우니 갈 필요가 없다. 와서 돌아옴이 길 하니 갈 바가 있거든 일찍 하면 길 하리라.

초육효: 허물이 없다.

구이효: 사냥하여 세 마리 여우를 잡아 누런 화살을 얻으니 올바름을 굳게 지켜서 길 하다.

육삼효: 짐을 져야 할 소인이 수레를 타고 있는 것이라 도적을 불러들이니 올바르더라도 부끄럽게 될 것이다.

구사효: 너의 엄지발가락을 풀어버리면 벗이 와서 미더우리라.

육오효: 군자 만이 오직 풀 수 있어 길 하니 소인 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상육효: 공公이 높은 담장 위에서 매를 쏘아 맞혀 잡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덜어내고 비운다, 산택 손損

괘사: 손은 성실함을 두면 크게 선하여 길하고 허물이 없어서 바를 수 있으니 나아가는 것이 이롭다. 어디에 쓰겠는가. 대그릇 두 개만으로도 제사를 지낼 수 있다.

추구효: 일을 마쳤거든 빨리 떠나가야 허물이 없으니리 적절히 헤아려서 덜어내야 한다.

구이효: 올바르게 함이 이롭고 나아가면 흉하니 자신의 중도를 덜어내지 않아야 군주에게 더해 줄 수 있다.

육삼효: 세 사람이 갈 때에는 한 사람을 덜어 내고, 한 사람이 갈 때에는 그 벗을 얻는다.

육사효: 그 병을 덜어 내되 빨리 하면 기쁨이 있고 허물이 없게 된다.

육오효: 혹 더할 일이 있으면 열 명의 벗이 도와준다. 거북점일지라도 이를 어길 수 없으니 크게 길하다.

 

 

 지난 시간 공부한 수산괘의 건(蹇)은 '다리를 절며 걸어가는 것', 그래서 어렵고 험하여 길이 막힌 상황을 상징했다면,  이어지는 뇌수괘의 해(解)는 '해결, 풀어지다' 즉, 장애물이 흩어져 어려움과 위험이 풀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느슨해지고 풀리는 때가 극에 달하면 그 다음에는 느슨해져서 잃는 것이 있는 때 즉, 산택 (損)의 때가 온다. 못(택)을 상징하는 태괘 위에 높은 산인 간괘가 있다. 연못이 깊어질 수록 산을 높아진다. 이는 아래를 덜어 위를 보태는 것이 되므로 산택 손의 상징은 아래(강, 양)를 덜어 위(유, 음)를 보탠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실은 나는 주역점을 쳐서 뇌수해와 산택손을 얻은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정갈한(?) 마음으로 무심히 점을 쳐서 뇌수해 괘사를 얻었는데,  뇌수해의 가 의미하는 바를 찾아보기도 전에 바로 전화가 울렸다. 친구였다.  전화를 내가 먼저 걸어야 하나, 그(?) 이야기를 내가 먼저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실은 이렇게 몇 주 동안 내 마음 저 밑에서 갈등을 일으키던 주범인 친구였다. 반가운 맘으로 후련하게 통화를 마치고 뇌수해를 찾아보니 바로 어려움이 풀린다는 뜻이었다.

신기해하며  이내 더듬거리며 한자를 읽어갔지만 도통 모르는 한자들이 쏟아져 나와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하여 언젠가부터 검색이 먹통이 되어버려 잘 사용하지 않던  한자앱을 오랜만에 다시 눌러보았다. 역시 무슨 이유인지 어느 단계에서 또 멈춰버렸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이리저리 몇 번을 더 눌러보던 어느 순간 갑자기 다시 한자 검색이 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무 기뻤다. 아... 이것이 진정 해(解)의 때란 말인가. 복이 저절로 굴러 들어온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하였다

 

 

스토리 하나 더, 나는 요즘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마을만들기(집짓기)를 이제서야 진행하고 있는데...

때는 얼마전 설계가 한창 진행되던 와중에 있었던 일이다. 일이란 것이 그렇다. 맘 먹은 대로 잘 안된다. 여기를 고치면 저기가 이상하고 저기를 고치면 여기가 이상했다. 그리고 함께 마을을 만드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도 애매해져 갔다.  너무 피곤했다. 지친 마음으로 어느 날 조용히 나는 이 주제를 가슴에 품고 주역점을 보았다. 그리고 산택손 구이효를 얻었다.  

   아래를 덜어 위를 보탠다? 세 사람이 갈 때에는 한 사람을 덜어 내고, 한 사람이 갈 때에는 그 벗을 얻는다?  그때는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이 점사를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저녁 남편이 집에 오더니 갑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설계를 바꾸는게 아니라 그 부분을 몽땅 덜어내자고 말이다. 그 방향으로 마음을 내자,  왜 진작 이런 당연한 생각을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 홀가분했다. 그리고 며칠 뒤 습관처럼 책상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내가 이미 산택손을 해결책으로 얻었었다는 것을 말이다!( 구이효 효사와 관련된 사건도 있지만 너무 거짓말(?) 같아서 이만 생략! )

 

 

음 뭘까...

과거의 누군가는 주역점을 나라의 큰 일을 도모할 때나 조심스럽게 어쩌다 쳐보았고, 오늘날의 누군가는 매일 주역점으로 일진을 쳐본다고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점을 보더라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재미로 주역점을 보자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 잘 판단이 안 선다고도 했다. 또 어떤이는 주역을 공부하지만 점은 아예 치지 않기도 한다 그럼 나의 이런  간증은 어떤 포지션에 넣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다시 나를 통과한 '뇌수해'를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를  생각해본다. 뇌수 해는 얼음이 녹고 봄이 와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듯이 불현듯 어느 날 좋은 날이 오는 상이다. 그러나 각 효사들을 자세히 읽어보면 어려움에서 풀려나는 운이 좋은 때지만 마냥 그냥 얻어지는 것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냥을 하여 누런 화살을 얻어야 하고, 누군가의 도움도 필요하고, 또 엄청난 수행으로 자신을 바로 잡고 정직해야 하며, 제일 중요한 것은 매를 잡을 수 있는를 기다려 결국은 매를 쏘아 맞혀야만 한다는 것이다.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해결의 실마리를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그 실마리를 잡았다면 늑장 부릴것이 아니라 일찍 해야 길하다.  나는 그저 복이 굴러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나에게 해괘는 '해결의 실마리'라는 예리함과 함께 읽힐 것 같다.

 

그리고 산택손... 나는 이번에 산택손괘를 공부하며 이상한 것이 하나 눈에 들어왔었다. 바로 괘사의  '원길元吉' 이란 단어였다. 덜어내고 비우는건 어찌 보면 손실인데 믿음이 있으면 그냥 길한것도 아니고 아주  크게 선하고 길하다니... 그러나 이내 튜터샘들의 해석에 고개가 끄덕여 졌다. 덜어내어 준다는 것은 교환이 아닌 선물이다. 교환은 불안하지 않다. 교환하니까. 그러나 선물은 조심스럽다. 누군가 혼자 주는 것이니까. 그래서 '믿음'이 꼭 동반되어야 한다. 주기도 어렵고 받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하여 앞으로 손괘의 손(익)은 '양면' 이란 뜻으로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신뢰가 전제되어 있고 또 우리가 멀리 내다 볼 수 있다면 당장 눈 앞의 덜어냄과 보탬은 그리 큰 일이 아닐 수도 있기에 말이다. 물론 그런 믿음 가득한 원길의 경사를 맞이하려면  그냥은 안된다. 

적절히 헤아릴 줄 알아야 하고, 또 주더라도 자신은 지켜내야 하며, 빨리 자신의 허물을 덜어낼 수 있어야 한다.

역시 거저 되는 일은 없는 것인가... 

 

이상,  앞으로는 꼭 슬기로.....웁기를 바라는  길고 늦은 주역생활 후기였습니다.

 

 

 

 

 

댓글 1
  • 2021-09-05 16:14

    슬기로운 주역생활 맞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스르륵님의 '주역이 생활화된 일상'을 응원합니다.

    주역을 공부하다 보면 비슷한 증상(?)을 겪는 것 같아요. 내가 처한 상황을 보면서 '이걸 주역에서는 뭐라 할까?'...뭐 이런 궁금증이 자주 생긴다는 거죠. 그런제 저는 이런게 좋다고 생각해요. 자꾸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그러다 보면 나를 알고, 남도 알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도 알아차리게 되지요. 후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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