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 두번째 후기: 화택규와 수산건

바람~
2021-08-28 20:27
232

어긋남과 분열의 괘 火澤睽, 어려움과 고난의 괘 水山蹇

 

그래서인지 후기 차례였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아마도 피하고 싶었던가보다.

위험에서 풀려남의 괘인 뇌수해...를 하면서야 기억해 낸 수업후기를 뒤늦게 쓴다.

 

  1. 화택규(火澤睽)

 

앞 괘가 풍화가인이라, 家道가 궁하면 반드시 어그러지므로 睽괘가 왔다고 한다. 불은 불타 올라가고, 못은 적시고 내려가 두 체가 서로 가는 방향이 달라 어긋나 있다. 위의 중녀(육오)와 아래 소녀(육삼)가 있어, 뿌리는 같은 자매지만 장성하면 각자 갈 길이 달라 어긋났다고도 한다. 불화와 고립의 괘이다.

 

괘사. 규괘는 작은 일은 길하다.

초구효. 후회가 없어진다. 말을 잃어 쫓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온다. 악인을 만나면 허물이 없다.

구이효. 골목에서 군주를 만나면 허물이 없다.

육삼효. 수레가 뒤로 끌리고, 소가 앞에서 막고, 사람이 머리가 깍이고 코가 베이는 것을 본다. 시작은 없으나 마지막은 있다.

구사효. 어긋나서 외롭기에 원 남편(초구)을 만나 믿음을 가지고 사귀면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다.

육오효. 후회가 없어진다. 친족들이 살을 깨물 듯이 믿고 따라주니 가는데 무슨 허물이 있으리오.

상구효. 어긋나 외롭다. 돼지가 진흙을 짊어지고 귀신이 한 수레 실려 있음을 본다. 먼저 활을 당기고 나중에는 활을 풀어놓으니 도적이 아니라 혼인할 짝이다. 가서 비를 만나면 길하다.

 

어긋나고 힘들지만 늘 희망은 있는 것이 주역 풀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작은 일은 길하다니, 작은 일만 하면 되지 않을까. 골목에서 군주를 (살며시) 만나면 허물이 없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마지막(마무리)은 있으니 참 다행이다. 외로울 때 원래 배우자를 만나 믿음으로 사귀면 괜찮다니... 썩 내키진 않지만 이해가 되기도 한다. 믿고 따라주는 사람이 있으면 뭘 하든 걱정이 없으리라. 힘든 상황이지만 가서 음양의 조화를 가진 비를 만나면 길하리라. 비를 만나면 홀딱 젖어 흉할 듯 한데... 불화와 고립의 괘라지만 곳곳에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1. 수산건(水山蹇)

 

어긋나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어서 건괘로 받았다. 蹇은 절름발이, 다리를 절다...란 뜻이 있으니 어려움이다. 물은 험하고 산은 그침이니, 험함이 앞에 있어 그쳐서 나아가지 못한다. 갑갑한 괘이다.

 

괘사. 건은 서남쪽이 이롭고 동북쪽은 불리하다. 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롭고 정하면 길하다.

초육효. 가면 어렵고 오면 명예가 있다.

육이효. 왕과 신하가 어렵지만, 자신(신하) 때문이 아니다.

구삼효. 가면 어렵고 오면 (제 자리로) 돌아온다.

육사효. 가면 어렵고 오면 연합한다.

구오효. 크게 어렵지만 친구들이 온다.

상육효. 가면 어렵지만 오면 여유로워 길하니,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

 

꽉 막히고 험난한 괘지만, 서남쪽은 이롭다니 솟아날 구멍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늘 정(貞)해야 함은 주역의 키워드! 가면 어렵지만, 오면 명예는 있고, 제 자리(적어도 잃을 것이 없는?)로 돌아오고, 연합하여 힘을 모을 수 있고, 친구들도 오며, 여유로워지기까지 한다. 수산건괘도 몹시 험난하고 힘든 괘이지만 어렸을 적 했던 게임을 떠오르게 한다. 뱀 타고 주~욱 미끄러져도 꾸준히 가다 보면 사다리 타고 쑥~ 올라가기도 하고, 결국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

 

주역에서는 괘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안 좋아 보이는 괘도 끝까지 나쁘지 않고, 좋아 보이는 괘도 좋은 것이 영원하지는 않다. 그래서 늘 주의하고 경계하고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음양의 조화는, 우리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모두 다르니 서로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이해하고 양보하고 내려놓고 함께 가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모든 것을 다 수용한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지만, 괘가 그러하면, 때가 그러하면 어쩔 수 없음을 인지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효마다 위치에 따른 의미가 있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인간 개개인의 때와 재질도 봐야한다는 것 같다. 괘를 보며 때의 의미를 헤아리면서, 우리 개개인의 처지가 지금 어떤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미 같다.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이 어떤지, 살 방도를 찾으려면 어찌 해야할지...

 

주역이 정답을 말해 줄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처한 상황을 한번 돌아보게 하는 것이 주역 같다. 그러는 가운데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괘마다 의미가 있고 그 안의 효마다 또 의미가 있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어떤 경우의 수가 일어나도 헤쳐나갈 구멍은 있다는 의미로 내겐 다가온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괘일수록 끝나면 좋은 시절이 올 거 같아 그렇게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괘는 뇌수 해 괘다. 풀어지는 괘~

 

암기를 하는 것이 무척 싫었지만... 암기를 시도하다보니 생각지 못한 의미가 쑥 들어오기도 하고 괘의 스토리 얼개가 그려지기도 한다. 해석만 해서는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다. 며칠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더라도 단 며칠 머리 속에 들어와 몇 분간 내 마음 속에 머물다... 다시 멀리 사라진다. 언젠가 때와 내 자신을 돌아보고자 애쓰며 기억하려 했던 구절들이 떠오를 것도 같다. 그래서 어쨌든 한동안은 괘를 외워보자~ 나를 다독인다.

 

숙제 끝!

댓글 1
  • 2021-08-30 08:17

    수고하셨네요

    후기 덕분에 확실한 복습, 괜찮죠? ㅎ

    숙명론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세상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쉽지는 않지만 분명한 방향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주역을 공부할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암기의 묘미에 대한 바람~샘의 생각에 많이 공감하면서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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