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미나 시간에 다른 리괘와 함괘는 모두 관계맺기에 대한 것들을 다루고 있는 괘들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서로 붙어서 의지하고 감응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정하고 길한지 말해준다.

중화리(離)

앞괘는 중수감으로 물이 위아래로 거듭 겹쳐진 괘로 64괘중 4대 난괘중 하나이다. 하지만 주역의 괘가 그러하듯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중화리괘로 넘어오면서 무언가를 붙잡고 의지하여 살 힘을 얻는다. 중화리괘는 불(火) 두 개가 붙어있는 형상으로 불이 2개이니 밝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붙어있다.’ ‘결합하다’라는 뜻도 포함한다. 모든 존재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서로 의지하고 기댈 수 밖에 없는데 무엇과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리괘에서는 밝음(火,양)이 밖에 있으므로 유순하게 안을 기르라는 뜻에서 ‘慉牝牛 吉’이라고 했다. 암소는 유순한 덕인 음을 뜻하기도 한다.

택산함(咸)

주역의 상경이 하늘의 도를 나타낸다면 하경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를 나타낸다. 그래서 하경의 시작은 남녀가 만나 교감한다는 함괘로 시작한다. 남녀가 만나는 것으로부터 인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택산함괘는 위는 연못(태괘)이고 아래는 산(간괘)이 있는 형상이다. 연못이 물로 산을 고루 적셔주어 못과 산 사이에 감응이 통하는 것이다. 함괘는 모든 괘들이 서로 응하지만 모두 다 좋다고 할 수 없다. 감응하는 방법들이 각 각 다르기 때문이다. 엄지발가락(미미함)부터 장딴지(조급함). 넓적다리(집착함)를 거쳐 등(사사로움에 얽매이지 않음)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은 볼과 빰과 혀(말,언어)로 감응한다.

특히 구오의 등으로 감응한다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등으로 감응한다는 것은 전혀 감응하지 않는다고 보는 해석도 있지만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낀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겉으로 보면 불의 기운이 두 개나 겹쳐 환하고 기운이 넘쳐날 것 같지만 밝음의 기운을 유순한 암소를 기르듯 하라고 충고하고 모든 괘들이 서로 짝을 이루어 감응하는 모양새여서 완벽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너무 미미하거나 급하거나 집착한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