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후기: 리(履)괘와 태(泰)괘

스르륵
2021-04-05 17:00
159

주역세미나는 5회가 되었다. 내용이 귓속을 걍 바로 통과해 사라지던 현상은 튜터3인방 샘들의 정성어린 강의 덕에 어느덧 5회를 맞이하면서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다. 더불어 몇년 전, 이문서당에서 주역을 처음 만났을때 노래가락이나 한 줄기 시처럼 느껴지던 몽롱함도 제법 사라졌다.

  올 한해 이러저러한 계획과 핑계로 욕망과 능력사이에서 세미나를 주저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끝까지 물망에서 주역은 살아남았다. 이유인 즉, 난 주역점이 너무 좋기때문이다. 살아오면서 점(占)보는 것을 좋아했느냐 ..하면 오히려 그 반대였다.  처음으로 점을 보러간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죄를 지은마냥, 내 삶의 모든 것을 수동적으로 그 무엇에게 넘긴마냥 나는 수치심와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왜 그랬을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여러 이유가 없진 않지만, 어쨋건 나는 이제 주역점을 인생의 의지처로 삼고 싶은 '새로운'  그리고 조금은 '겸손한' 인간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주역은 단지 점서가 아니다.  그러나또한  주역을 단지 철학서처럼 읽는 것도 주역의 '재능낭비' 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난 아직 멀었겠지만 어쨋건 내가 '소주역'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아직은 단순하다. '무슨 소리인지 다시 한번 차근히 읽어보자' 이다.

 

첫번때 괘는 리(履)괘 이다.

리(履)괘는'천택리'라고 읽는다. 하늘(천, 天)이 연못(택, )위에 위치한 형상이기때문이다. 하늘이 연못 '위'에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세상 만물과 인간사에는 대소의 구별과 고하의 등급과 강약의 차이가 존재한다. 또 앞의 소축小畜괘가 '모이는' 괘였기에  아롱이 다롱이가 모이는 인간 사회에서는 이러한 차이로 인한 다툼이 늘상 존재하고, 바로 이러한 다툼을 조절하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을 예의로 볼 수 있기에 소축괘 다음에 오는 리괘는 예禮를 상징하는 괘가 된다. 리(履)의 원래 뜻은 신는 신발을 상징한다. 그래서 신을 싣고 걷다 혹은 밟다의 뜻이, 더 나아가서는 현실에서의 적절한 실천과 행위를 '이행하다' '차근차근 밟아나가다' 로 확장되면서  또한 예禮와 연결된다. 

 

 리괘의 괘사는 '호랑이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이 물려죽지 않는다, 형통하다' 인데,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는 의미와 상징에 대해 이야기를 오래 나누었다. 진짜 꼬리를 밟았다는 뜻일까, 아니면 꼬리를 뒤따라 조심해서 따라간다는 의미인가... 여하튼  내가 이해한 바대로 정리하자면, 호랑이 꼬리를 밟았는데도 물려 죽지 않았다, 왜? 신을 신었기 때문이다. 신을 신었다는 것은 거친 형식에 관계하면서 외적 형식인 예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위험한 순간에도 우리는 신중하게 자신의 할 바를 예로써 이행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예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현대적 의미의 예란 타인과 더불어 자신을 배려하는 섬세한 형식이며, 자신의 뜻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이다."(⌈세상과 소통하는 힘, 주역⌋, p172) 라고 한다. 알듯 모를듯 ..... 갑자기 올초 모집했던 예禮 관련 세미나가 생각난다. (모집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초구는 '평소의 본분대로 가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본분대로 행한다는건 사심없이, 꾸밈없이를 뜻한다.

구이는 '다니는 길이 평탄하니 담백한 사람이라야 곧고 길하다'- 평탄한 길에는 과속의 위험이 따른다. 과속하지 않으려면 평소 속도조절이 가능하게 수행한 자(담백한 자)라야 한다.

육삼은 '애꾸눈이 보고 절름발이가 걷는 격이다. 범의 꼬리를 밟아 사람을 무니 흉하고, 무인이 대군이 된 꼴과 같다'- 위험을 경고한다. 하괘의 윗자리에서 경거망동하며 상황을 분별하지 못해 자신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 상황을 경고하고 있다.

구사는 '호랑이 꼬리를  밟으니 두려워하고 두려워하면 마침내 길하리라' - 육삼처럼 구사도 범꼬리를 밟았으나 구사는 건괘로서 나아가는 속성을 가진자, 그래서  속도조절 능력이 있는 자이기에 이런 자신을 인식하고 조심하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구오는 '독단적으로 결단하니 곧게 하더라도 위태롭다' -  구오는 중정의 자리이기에 독단의 위험이 있다. 더구나 건의 중간 자리여서 나아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허니  호랑이 꼬리를 밟은 것도 아니지만, 같이 발맞추어 가지 않고 혼자 감에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상구는 '밟아 온 것을 보아 상서로운 것을 상세히 살피되 그 두루 살핌이 완벽하면 크게 길 할 것이다' -  (두가지 의미로 해석) 일의 말미에 와서 그 전체 과정을 살펴보았을때 1)결과가 목표에 일치했다면 길한 것이다  2)마지막 나의 평가에 따라 길함은 결정된다. (맞나? ㅜ)

 

두번쨰 괘는 태(泰)괘이다. 

태(泰)괘는 '지천태'라고 읽는다. 땅(지, 地) 아래에 하늘(천,天)이 있는 형상이다. 언뜻 보면 땅아래 하늘이 있다니 이치에 맞지 않는 형상으로 보이나, 앞의 리(履)괘가 예로써 서로 화합을 요구한다고 보면, 서로 소통하여 평안함과 자유로움의 의미를 가지는 태(泰)괘가 뒤이어 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땅은 기운이 아래로, 하늘은 기운이 위로 향한다고 보았을때 바로 이 기운들이 서로 합하는 형상이 되기 때문에 태泰의 뜻은 평안한과 자유로움이다. 옛날 중전마마가 거하던 교태전(交泰殿)을 이상하게(?) 이해했었는데 주역의 태괘를 보며 음양의 소통임을 이해했던 기억이 난다. 

 

태괘의 괘사는 '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길하고 형통하다' 이다. 여기에서 작은 것은 음, 혹은 소인을 뜻하고 큰 것은 반대로 양이나 군자를 의미한다. 군자가 제대로 된 자리를 차지하고 소인은 밖에 거처하게 되니 모두 제자리를 찾게 되는 자연스럽고 평안한 상태로 본다. 그러나 특히 여기에서의 길(吉)이 원(元)길이 아님에 유의하자. 아무리 편안하고 여유로워도 만사형통은 힘든 법.

초구는 '띠풀을 뿌리째 뽑음이니, 같은 무리와 함께 가면 길하다', - 일을 시작할 능력이 충분한 초효는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건괘의 두 양)이 있어 나아감이 순조롭다. 단 너무 일이 순조로워 자칫 그 기운을 잘 다스릴 필요도 있다.

구이는 '거친 것을 포용하고 걸어서 황하를 건너는 과감함을 쓰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을 버리지 않고 사사로운 친근함을 없애면 중도를 행하는 것에 맞게 될 것이다' - 유순한 군주 육오와 호응하여 태평성대를 구축해 나갈 구이는 '거침을 포용하고' '과감성과 결단성을 지니며' '멀리 있는 사람을 버리지 않고' ' 사사로운 무리는 없애는 일'을 하면 중도를 이룰 수 있다.

구삼은 '평평한 것은 기울지 않는 것이 없으며,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곧음이니 허물이 없고, 근심하지 않아 미더움이 있어서 먹는데 복이 있을 것이다' - 하괘의 맨 윗자리이자 순양의 맨 윗자리인 만큼 힘을 과시할 수 있지만 다가오는 음(곤괘)의 시대를 내다 볼 줄 알아야 한다. 분위기에 취하지 말고 인생사 새옹지마, 전화위복 임을 잊으면 안된다.

육사는 ' 훨훨 날아 내려오니, 부유하지 않으면서도 이웃과 함께 하여 경계하지 않고 진실하게 믿는다' - 순음의 첫자리에서 거침없이 곤괘와의 사귐을 시도하는 (조금은 부화뇌동하는) 육사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육오는 '제을이 여동생을 시집보내니, 복이 있고 크게 길할 것이다' -  황제가 여동생을 시집보내 음의 덕을 발휘하게 하니, 이는 육오의 화합의 제스쳐로 보면 된다. 이 시기가 이미 강의 기운이 기우는 만큼 차분히 태괘의 기운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육은 ' 성이 무너져 해자로 돌아온다. 군대를 쓰지 말고 읍으로부터 명을 고하니 곧더라도 부끄러울 것이다.' -  태괘의 끝은 태평한 시기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 시기의 음은 무언가를 무리해서 도모할 수 없다. 이미 명이 멀리 까지 작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곧아도 부끄러울 것이라는 이 어려운 시기에서의 최선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리수를 두지 않고 다만 자신의 명이 미치는 곳이 있다면 그저 그곳을 잘 다스릴 뿐이어야 한다고나 할까...역시 어려운 시기 상효다.

 

 

 주역점은 한번 이상 되묻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한번 이상 되묻고 싶어지는 이유는 점을 쳐서 나온 괘사와 효사가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를 때 무례(?)를 범하곤 했다. 이제, '열심히' 공부하여, 주역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갖추고 싶다...

그리고 하루  빨리 오프로 모두 모여 다함께 주역점을 함께 치며 더욱더 화합하고 웃으며 공부 할 소주역팀의 단란한 미래를 그려본다~~~~

 

 

 

 

 

댓글 4
  • 2021-04-07 14:15

    리괘의 괘사는 매력적이었어요. 호랑이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이 물려죽지 않는다라는 말씀은 여러 해석이 가능한 열린 문장이라 좋더라고요. 저는 호랑이가 꼭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만치 않은 내 앞에 놓여진 인생길.. 호랑이로 상징되는 그것의 족적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딛는 걸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밟아도 무사할 만큼의 운을 타고난 것 같진 않고 조심조심 예를 갖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ㅎ

    • 2021-04-07 21:01

      전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ᆢ호랑이 꼬리에 대한 멋진 사유네요~~^^

  • 2021-04-07 22:34

    와~ 정리를 정말 잘해주시네요!

    전 아직 해석에 급급하여...

    언젠가...스르륵님의 주역점 해석을 듣고싶네요^^

    오프모임이 기다려집니당~

    • 2021-04-08 17:32

      저도 해석에 급급입니다~  수업시간 바람샘의  예리한 질문덕에 많이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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