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읽기 2회차 후기_한나라의 여름

봄날
2022-01-17 23:02
234

서생원 깜짝세미나 <한서>읽기 두 번째 시간은 저자들이 ‘여름’이라고 규정한 한무제의 시절이었다. 단 한 사람의 황제가 등장하고 그는 54년 동안이나 군림했다. “중국 전한제국 시대를 대표하는 황제이자, 세계사 역사가에 따라서 성군이나 명군인지 아니면 폭군이나 암군인지 평가가 갈리는 양면적인 황제.” 위키백과에는 이 한 문장으로 한무제를 설명한다.

 

한고조로 시작해 문경지치라 불리는 문제, 경제의 시기는 무위의 정치, 황로학을 중심으로 한 정치철학이 적용됐다. 한나라의 여름은 그렇지 않았다. 유학을 정치적 사상체계로 삼은 한무제는 한나라의 물적 풍요를 순환시키고, 황제에로 강력한 권한이 모이기를 원했으며,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하게 하기 위한 이론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다. 할머니 두태후의 섭정에도 불구하고 어린 무제는 조금씩 그 카리스마를 키워간다.

 

그리고 거대한 한나라의 운명은 동중서라는 대단한 유학자를 만남으로써 전기를 만난다. 황로의 무위정치는 더이상 작동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행하고 있었다. 동중서는 본격적으로 인의예악을 중심으로 한 유학을 토대로 한 '동중서의 유학'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백가의 철학을 배척하고 유학만을 숭상하는 대일통의 사유와 모든 권력을 황제로 수렴시키는 무제의 의도는 잘 결합되었다. 

 

한무제가 거의 제위기간 동안(45년?) 정벌전쟁을 벌였다는 사실에 우리는 혀를 내둘렀다. 오랜만에 벌건 대낮(^^)에 함께 한 토용도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오래 전쟁을 하면서 살 수 있냐고 흥분했다. 흉노는  황제로 있는 한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존재였다. 흉노의 저력도 저력이려니와 인접 제후국들도 중앙권력에 납작 엎드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더욱이 흉노같은 유목군대와의 싸움은 수없는 변수들과의 싸움과도 같아서 그의 30만대군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은 "우세하면 진격하고 불리하면 후퇴하였는데 도주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정벌전쟁에 수많은 장수들이 동원됐고, 백성들이 동원됐다. 먼지바람이 잔잔한 날이 없었고 백성들은 문졍지치의 시기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결국 45년이나 계속된 정벌전쟁을 중단하고 내실을 보충하는 <윤대죄기조>를 발표했지만, 한무제는 2년 뒤 죽고 만다. 

 

어쨌든 한나라는 무제의 때에 이르러, 사상, 문화등의 분야에서 최전성기를 맞았다. "해를 품은 예지몽에 걸맞게 무제는 한나라의 잠재력을 사방팔방 확산하는 능력을 가진 자였고, 한나라는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하고 있었다. 무제가 시의적절하게 출현하여시절과능력이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해를 품은 군주 무제의 비전은 광대했고 그 의지 또한 강했다." 이와 더불어 그를 보좌하는 수없이 많은 능력있는 신하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사실 지난 시간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혹리'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급관리에서 시작해 어사대부까지 오른 장탕이라는 인물에 대해 반고는 혹리라고 평했다. 무제는 신하들을 철저하게 재물과 성과중심으로 관리했다. 성과에 집착하는 자들은 기꺼이 혹리가 됐다. 장탕은 어려서부터 법률에 뛰어난 재질을 보였다. 진황후 무고사건을 계기로 장탕은 드디어 중앙정계에 진출하게 됐다. 매사에 법의 적용에 철저했던 장탕은, 그러나 그 법을 황제의 입맛에 맞추는 방식으로 휘둘렀다. 비록 그가 죽은 뒤 남은 재산이 500전이었으나, 사람들은 그를 혹리로 규정했다. 

 

가진 것은 많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왕자들에게 덕이 없었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2부 뒷부분의 왕자들의 버닝썬은 현대의 그것보다 더 경악할만한 것이었다. 54년의  제위기간 동안 45년은 정벌전쟁에 여념이 없었던 무제는 죽기 전에 이 난잡한 시추에이션을 당하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성할 때가 있으면 시드는 때가 있는 법, 한무제의 여름은 한무제의 죽음과 함께 서늘한 기운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댓글 3
  • 2022-01-18 09:04

    이번에 혹리 부분을 보면서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이전에는 혹리, 순리하면 그냥 혹리를 가혹한 관리=나쁜 관리로 생각했는데 

    엄격한 법의 집행이나, 가혹함의 씨앗이 권력구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말이 새삼 다시 보입니다. 

  • 2022-01-18 13:44

    혹리의 탄생도 철저하게 성과주의로 평가하는 무제의 정치철학이 많이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현대에도 많은 조직에서 이 성과주의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체계이어서, 이런 시스템이 각박한 '혹리'들을 생산하는 사회가 아닐까요

  • 2022-01-19 08:18

    재위 내내 전쟁을 하며 정치를 했다는게 참 놀라운 것 같아요

    무제는 그것이 정치라고 생각했을까요?

    부국강병과 부민정책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가는건 아닌지?

    수많은 왕자들의 버닝썬은 시대를 불문하고 참 어쩔 수 없는 것인지 ㅜㅜㅜ 기가 막히더구만요 

    혹리라고 평가받은 장탕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해요

    자신은 공평한 법을 집행한 청렴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했을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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