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데이> 후기

서생원
2020-12-13 12:51
444

지난 97일간 온라인에서만 만나온 <단편적으로 카프카 단편소설 읽기>멤버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났다.

50일 행사를 줌미팅으로 치렀기에 또 줌으로 만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방역철저를 강조하며 모인 사람은 여덟명, 여기에 토요일 오후 파지 매니저 봉옥샘과 특별초청공연팀 크루와상까지.

 

먼저 청량리가 큐레이션한 독일 애니메이션 <변신>과 일본 애니메이션 <시골의사>를 보았다.

30분 정도의 영화상영이 끝나자 다들 크게 호흡을 가다듬는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100일간 카프카를 읽는 동안 웬만큼 카프카스러움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언제나 낯선 이 느낌, 예상을 배반하고 엉뚱한 곳으로 튀는 전개,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모호함이 카프카에게는 있다.

 

단카단의 공식 매니저이자 오늘 행사의 사회자 우현이는 우리가 한 숨 돌리는 사이, 크루와상 친구들과 자리를 잡았다.

크루와상이 준비한 아카펠라는 두 곡, 동요 '아빠와 크레파스'를 변주한 노래, 그리고 레몬트리.

크루와상 친구들이 카프카스럽다는 게 무엇일까 자신들의 곡해석을 담으려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역력했다.

아! 그리고 노래도 좋았다!!^^ 당케쉔, 크루와상!

 

노래가 끝나고 낭송타임! 느티나무가 준비해 온 작품은 '팽이'였다.

낭송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눈으로 읽는 것과 귀로 듣는 것은 정말 다르다.

낭송으로 들은 '팽이'는 느티나무가 해석한 카프카가 스며들어 있었다.

거대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 대한 탐구를 통해 보편성에 이르고자 했으나 결국 좌절하는 철학자.

나는 그 나무토막을 손에 쥐었을 때 철학자가 느낀  '메슥거림'이라는 구절이 유독 귀에 들어와 콕 박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의 팽이연구가 실패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남지 않았는가?

 

그리고 100일간 단카단 페이지에 남긴 사진과 글에서 말하지 못한 것을 이야기 할 시간!

우현이는 그전에 참가자들의 인증율을 까보자고 제안했다.

여울아 83일, 새털 58일, 정애님 71일, 잎사귀 71일, 요요 85일, 담쟁이 80일,

오늘의 참가자 중에 가장 많은 인증을 남긴 사람은 느티나무 89일, 가장 적은 인증을 남긴 사람은 청량리 56일.ㅋㅋㅋ

매니저가 살펴본 결과 99%의 인증율인 이는 김신혜님이었다. 김똘복님은 91일. 이 두분에게 리스펙트!!

아기와 함께 카프카를 읽은 타라님도 85일. 짝짝짝~~~

 

그리고 각자의 인증 100일에 얽힌 기쁨과 곤란함과 애매함을 털어놓았다. 격한 공감이 오갔다.

바로 이거야! 온라인에서 뭔가 결핍되었다고 느꼈던 어떤 감정과 기운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온라인으로 친구의 책읽기를 지켜보는 100일, 그리고 단 한번의 오프라인 미팅을 통해

우리는 카프카로 서로 연결되고 섞이는 그런 경험을 했다. 이렇게 책을 읽고 이렇게 만날 수도 있구나!!

 

 

서생원은 함께 한 단카단 멤버들을 위해 미리 작은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

그 선물을 더욱 빛내준 것은 느티나무님이 준비해 온 단풍든 낙엽으로 만든 예쁜 책갈피!

내년에도 서생원은 다른 주제로 카카오 100 프로젝트에 참여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새로운 형식의 책읽기를 이어가게 되지 않을까? 

12월 15일까지 100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도 또 만납시다!!

(공들여 글씨를 써준 자작나무에게도 스페셜 땡큐!!)

 

5fd58b5ebe9bb5475477.jpg

 

댓글 5
  • 2020-12-13 13:05

    멋져요!! 카프카도 우리도~

  • 2020-12-13 13:17

    이렇게 백일을 함께 했던 카프카. 만나서 친구의 얘기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자리 마련해준 서생원에 감사드립니다~

  • 2020-12-13 13:42

    문탁 덕분에 큰 위로를 받은 한 해였습니다. 쉽잖은 카프카 작품들이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을 잊게 해 주었어요. 행사를 준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감사합니다. 퇴색한 감성을 일깨워준 멋스러운 행사였답니다^^

  • 2020-12-13 19:55

    오랜만에 문탁 냄새 넘 좋았어요~
    혼잡한 시기를 카프카 읽기 친구들 덕분에 어수선하게만 보내지 않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유니크한 선물을 받으며 다음 100일 프로잭트에는 필사해 볼까 싶더라고요.
    하게 된다면요^^

  • 2020-12-13 20:15

    저도 왠지 카프카에게 한발 다가간 느낌!!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2
박연옥(겸목)&정승연(정군) 콜라보! 북토크(3월16일 한시) (2)
기린 | 2024.02.19 | 조회 218
기린 2024.02.19 218
91
[게릴라 세미나] 니체 강의 네번째 수업 후기 (2)
잎사귀 | 2023.09.14 | 조회 175
잎사귀 2023.09.14 175
90
[게릴라 세미나] <니체강의> 읽기 세 번째 시간, 후기 (6)
김선영 | 2023.09.08 | 조회 162
김선영 2023.09.08 162
89
[게릴라 세미나] <니체 강의 > 읽기 두 번째 시간 후기 (4)
초빈 | 2023.08.31 | 조회 177
초빈 2023.08.31 177
88
[게릴라 세미나] <니체 강의 > 읽기 첫 번째 시간 후기 (3)
진달래 | 2023.08.23 | 조회 205
진달래 2023.08.23 205
87
'아모르 파티' 『니체 강의』 온라인 게릴라 세미나 모집합니다! (9)
우현 | 2023.08.04 | 조회 946
우현 2023.08.04 946
86
북쿨라 정산 결과입니다~
서생원 | 2023.07.23 | 조회 208
서생원 2023.07.23 208
85
내가 직접 잡아보고, 펼쳐본 북쿨라의 책들 (7)
고은 | 2023.07.10 | 조회 362
고은 2023.07.10 362
84
문탁 북쿨라에는 어려운 책만 있올 것이다? [O/X]
고은 | 2023.07.05 | 조회 314
고은 2023.07.05 314
83
북쿨라를 위해 문탁회원들의 책을 모읍니다
서생원 | 2023.06.25 | 조회 380
서생원 2023.06.25 380
82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 저자 김해완 북토크(8월30일 화요일 저녁) (5)
요요 | 2022.08.14 | 조회 482
요요 2022.08.14 482
81
차명식의 <68혁명, 세계를 바꾸기 위한 세 가지 방법> 온라인 저자 강연회(6월28일 저녁) (3)
요요 | 2022.06.18 | 조회 554
요요 2022.06.18 55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