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남은 이야기> Still G.D.D (송우현)

문탁
2022-03-25 11:58
202
송우현

 

* Still G.D.D: 힙합 대부 닥터 드레의 명곡 <Still D.R.E>의 패러디다.

 

 

  길드다 멤버들과 지내는 건 쉽지 않았다. 선 그을 수 있는 직장 동료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한 친구도 아닌 사람들. 많이 봐야 일주일에 한두 번이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그마저도 못 보는 사람들. 게다가 나와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선배들. 이들과 우정을 나눈다는 건 뭐였을까? 무서운 얼굴로 인사도 안 받아주는 골초, 안쓰러울 정도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범생, 쓸데없이 예민하고 비관적인 멀대, 그리고 그들을 모아주는 선생님…. 그 사이에 낀 나는 뭐였을까? 

 

  1년 차까지만 해도 나는 그들 사이에 껴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유일하게 이우학교와 연이 없고, 공부는 이제 막 시작했고, 나이도 어리고, 하는 일마다 실수해서 혼나기 일쑤였다. 게다가 누군 진지하게 준비해온 기획안을 비웃지 않나, 누군 구석에서 자기만 신경 쓰고, 누군 이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나한테 터뜨리고…. 시간이 갈수록 멤버들과 섞일 순 있었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아있었다. 길드다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가? 난 길드다에 기여하고 있는가? 냉정하게 보자면 난 연습생 같은 느낌이었다. 공부량과 경험이 적은 막내로써 핸디캡을 얻었고, 항상 피드백을 받기만 했지 내가 주는 피드백은 효력이 거의 없었으며, 공동 세미나를 따라가는 게 벅차서 기본기를 공부하는 세미나를 따로 열었다.(그마저도 폐강할 뻔했을 땐 정말 괴로웠다.) 당연히 몇 년 만에 그들 수준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건 욕심이고, 현실적으로 나는 기본기를 쌓을 시기인 것도 맞다. 하지만 그 덕에 나는 매번 스스로를 막내로, 그들을 선배로 분리했다. 함께 으쌰으쌰하기 보다는 뒤따라가는 막내였다. 

 

 

 

  그럼에도 내가 길드다를 지속할 수 있던 건 그들처럼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신의 분야를 공부와 연결하고, 그를 통해 더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그들의 글은 흥미로웠고, 작업은 멋있었으며, 이런 삶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은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처음엔 그런 목적에 특이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길드다 활동을 겪어보니 특이성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에 있었다. 한 명이 하고 싶은 일에 모두가 달려들고, 돈이 될 리가 없어 보이는 일을 벌이고, 서로의 역량을 증진하기 위해 밀고 당겨주는 공동체. 돌이켜보면 꽤 많은 일이 있었다. 수많은 세미나를 열고, 함께 책을 읽고, 싸우고, 결과물을 뽑아내고, 피드백하고, 피드백하고, 회의하고, 회의하고, 또 회의하고…. 나도 혼자선 절대 못 만들었을 앨범을 두 장이나 만들었다. 성격이 참 안 맞는 사람들이지만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길드다가 유지됐던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우정을 나눈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서로를 밀고 당기면서 함께 과정을 밟아가는 것.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전까지의 길드다가 유지될 수 없었던 것은 위와 같은 과정을 밟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구성원의 욕망과 역량의 맥락에서도.

 

 

  길드다는 끝이 났지만, 나는 계속해서 그들처럼 되려고 한다. 그리고 아마 다른 멤버들도 계속 그러리라 생각한다. 공부하고, 공부와 하고 싶은 일과 연결하고, 결과물을 내는. 무엇보다도 누구와 어떤 일을 하던 함께 밀고 당기며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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