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가 양생이다> 5회 포세이돈 신전에서 맹자를 낭송하다

기린
2021-01-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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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문에 꽂히다

 

 문탁의 초창기 홈피에는 공동체를 소개하는 문구로 용맹정진(勇猛精進), 지행합일(知行合一), 사상마련(事上磨鍊) 등의 성어들이 즐비했다.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그 성어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면 된다고 외치는 ‘무대뽀의 정신’이 저절로 느껴졌다. 앎과 행함의 일치라는 비전은 강렬했고, 내가 그동안 사상을 마련하지 못해서 사는 게 고달팠다고 납득되었다. 나중에 저 성어들이 중국 명나라 사상가 왕양명의 사유라는 것을 알았고, 그 뜻도 나의 독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알고 혼자서 멋쩍어 했었다.

 

 공동체에 와서 내가 처음 접한 고전은 『논어』 였다. 읽자마자 꽂힌 성어는 ‘발분망식(發憤忘食)’이었다. 어떤 일에 분발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면 먹는 것도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공자님이 스스로를 자처하는 말이기도 한데,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먹는 것도 잊는다니 기가 찼다.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까먹어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경이로운 소문이었다. 그 놀라움 때문에 몇 번이나 써 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점점 『논어』 읽기는 나의 행동을 가늠하는 준칙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공자님의 말씀에 군자는 배부름을 구하지 않으며 편안함에 머무르지 않고, 부모님 앞에서는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며 형제와는 우애가 있는 사람이다.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는 내가 인정머리 없는 딸이라고 공공연하게 불만을 드러냈고, 명절에 형제들과 만나면 서로 언성을 높이기 일쑤였다. 그러니 문장들이 나의 양심을 콕콕 찔렀고, 다른 일상에서도 그 준칙들로 인한 불편함이 갈등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2.사기열전 낭송집을 발간하다

 

 이문서당에서 『사기열전』을 읽게 되었을 때는 내심 기대를 했다. 열전에서 만나는 그 많은 인물들의 삶이 공자님의 말씀처럼 불편하겠어? 확실히 그렇지는 않았다. 자신을 알아주었던 주군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자객의 숭고미나 찌질과 위엄을 남나드는 유방의 인간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당시 열전의 인물들로 글쓰기를 했는데 쓸 문장이 없었다. 멋있기는 한데 왜 멋있는지 쓸 수 있는 단어가 너무 빈약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동양고전으로 낭송시리즈를 발간하는 팀에 『사기열전』을 풀어쓰는 저자로 합류하게 되었다.

 

 칠십 편의 열전 중에서 낭송하기에 좋은 내용을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사건을 잘 전달하면서도 말로 하는 맛을 살리는 문장으로 다듬느라 아는 단어를 총동원했다. 원문에 입각해서 단어를 고르다보니 새롭게 써야 하는 글쓰기보다는 좀 수월했다. 하지만 워낙 방대한 스토리들을 축약하다보니 맥락을 놓치기 일쑤였다. 실제로 낭송집이 발간되고 내용이 잘 안 읽힌다는 피드백을 들었을 때 많이 부끄러웠다.

 

 낭송집이 시리즈로 속속 출간되면서 낭송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 낭송 페스티벌도 그 중 하나였다. 내가 하던 세미나에서는 『낭송장자』의 문장을 암송하기로 했다. 일단 문장을 외우기부터 시작했는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문장을 급하게 읽어치우는 습이 또 발동을 했기 때문이다. 속도를 늦추고 꼭꼭 씹어가며 외우는 시간을 늘렸다. 그렇게 어찌어찌 다 외웠는데 정작 낭송을 하는 무대에 나서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무 말도 생각이 안 났다.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낭송하던 흐름이 내 차례에 이르러 뚝 끊기고 말았다. 참가하는데 의의를 둔다고는 했지만, 내가 그마저도 다 망친 것 같아 친구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3. 미친 암송단을 만들다

 

  낭송 시리즈를 펴내는데 참여하기 전에도 공동체에서 낭송을 하기는 했다. 어린이 서당에서 『논어』 원문을 암송하는 공부법을 실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은 그날 배운 원문을 암송하는 미션을 수행했고, 연말 인문학축제에서 원문 낭송공연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외우느냐는 거부감이 없었다. 원문 한자의 음을 배운 다음, 음대로 소리 내어 반복해 읽다보면 어느 순간 입에 붙으면서 저절로 외워졌다. 조를 짜서 외워보라는 미션에서 원문에 리듬까지 붙여가며 읽는 아이들을 보면 마치 놀이 같기도 했다. 그렇게 공간에 원문 읽는 소리가 가득차면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나의 몸에도 그 리듬이 전해졌다. 동시에 새삼 원문의 뜻을 곱씹게 되곤 했다.

 

  결국 아이들에게만 암송을 시킬게 아니라 내가 직접 암송을 해봐야겠다고 발심을 하게 되었다. 함께 암송할 친구들도 모았다. 매일 일정 분량의 원문을 암송하고 녹음한 파일을 카톡으로 공유하는 방식이었고 ‘미친(美親)암송단’ 이라고 이름도 정했다. 매일 암송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원문과 좀 더 친숙해지자는 의미였다. 나는 주로 저녁에 잠자기 전에 암송을 했는데, 예상치 못한 저녁 약속이라도 잡히면 암송 시간을 확보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하루는 약속장소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외우고 도착해서 역 화장실에서 녹음을 한 적도 있다. 다른 친구들도 여러 변수에도 각자의 형편에 따라 암송을 하고 녹음파일을 올렸다.

 

 

 『논어』를 암송하던 때에는 문장을 암송하면서 자신에게 꽂힌 내용을 글로 써와서 서로 피드백을 했다. 분명 같은 문장을 읽었음에도 새겨지는 내용은 다 달랐다. 그래서 원문은 그런 뜻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어떻게 읽히는가에 집중했다는 등의 의견으로 나뉘기도 했다.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하고 썰렁해진 채 피드백을 끝내는 때도 있었다. 그렇게 쓴 글은 공동체의 홈페이지에 ‘왈가왈부 논어’로 연재되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왈가왈부하는 댓글을 기대했지만, 댓글은 고사하고 조회수까지 나날이 줄어들자 우리는 많이 의기소침해졌었다. 그래도 끝까지 『논어』 전문을 암송한 후, 우리는 한 권 전체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전에 만나서 스무 편의 원문을 다 읽고 나니 저녁을 먹어야 할 때가 되었다. 목은 아프고 배도 고팠지만,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에 온 몸이 뻐근해오던 기분 좋은 감각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4.암송, 몸에 새기는 공부

 

암송하려면 일단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그러자면 매일 매일 하는 암송도 거를 수 없다. 미친 암송단에서 『맹자』를 암송하던 해에 친구들과 열흘이 넘는 일정으로 그리스 여행을 가게 되었다. 처음 가는 유럽 여행이라 들뜨기도 했지만 낯설어 긴장도 되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긴장도 풀 겸 묵었던 숙소 근처를 산책했다. 그리고 원문 암송도 거르지 않았다. 여행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숙소에 들어오면 짬을 내어 원문을 암송하는 나를 보고 친구들이 징하다고 놀렸다. 그리스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수니온곶 포세이돈 신전에 올랐다. 탁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 신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니온곶 석양이 장관이라는 정보를 접한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신전 주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암송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며 가방에서 원문을 꺼내 암송을 시작했다. 포세이돈 신전 기둥 사이로 불어가는 바람에 내가 원문을 읽는 소리도 실려 가지 않았을까. 그 때 여행을 같이 간 친구는 지금도 이렇게 말한다. 그 때 그리스 신전 앞에 앉아 『맹자』를 암송하던 나의 모습이 참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암송을 하려면 소리를 내서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눈으로만 읽어서는 외워지지 않는다. 반복해서 소리를 내면서 읽다보면 생각에도 공명이 일어난다. 그러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재고되는 질문이 생기고 관점이 이동하기도 한다. 내가 읽는 소리가 귀를 통해 뇌에 전달되어 나의 앎을 재구성하는 생생한 감각, 그 생생함이 나를 기쁘게 했다. 그런 기쁨을 경험하고 나면 반복해서 읽고 외우는 일이 공부의 과정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동시에 반복은 몸 어디엔가 새겨진다. 그러다 어느 날 어느 때 그 문장들이 술술 흘러나와 곤란에 처한 상황을 전환시키기도 했다.

 

 지난 여름 인문약방에서 기획한 걷기 캠프 루트를 사전 답사하기 위해서 운탄고도를 걸었다. 길은 평탄한 편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몸에 신호가 왔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무릎에 점점 통증이 느껴진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 때 한 친구가 날더러 『논어』 원문이라도 낭송해보라고 부추겼다. 친구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상황이라 뭐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기도 했다. 『논어』 첫 편인 ‘학이편’을 낭송했다. 우선 원문을 낭송해주고 연이어 차근차근 뜻을 설명해주었다. 친구들은 나의 낭송을 들으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것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물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발가락이 쓰라린 감각이 안 느껴진다고 신기해했다. 읽고 또 읽어 입에 붙고 몸에 새겨진 문장으로, 예고 없이 닥친 곤란을 감당할 수도 있었던 짜릿한 경험이었다. 이처럼 삶의 어떤 순간에 빛을 발해 우리가 가는 길을 밝혀주는 공부, 암송은 그 빛을 몸에 새기는 공부다.

 

댓글 7
  • 2021-01-25 14:21

    아~~ 이 글을 읽는데 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글의 첫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짧은 기간이 아니었는데, 한 글(혹시 한 페이지 ? ㅋ) 로 정리가 되어버렸네요...
    단락 사이마다 붙여진 말풍선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ㅋㅋ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동안(물론 ~ing 이지만) 의 동양고전 원문 읽기~~~
    논어를 같이 시작한 동학으로 저에게는 인생템이 될 정도의 굵은 공부였습니다.(아~~ 과거형으로 쓰고 있네요.ㅜㅜ) 나중에 암송을 같이 하진 못하였지만...
    사실 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엔 (우리에게 왜곡되어 표면만 전달된, only 효의 이미지로 인해) 논어에 대한 거부감이 컸지요.
    그러나, 동양고전은 일단 원문을 보면 그게 왜 성인의 말씀인지 수긍하지 않을 수 없지요.
    (어찌어찌 마음열고 읽게 되는 해설본은 너무 쉬운 듯하지만 남는 게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동양고전은 암송이 되었건, 그냥 읽기가 되었건 어떻게 접하건 간에 제 삶에도 깊숙이 파고 들게 된 것 같습니다. 이건 말로 설명이 불가해요 !!!

  • 2021-01-25 14:43

    내논어는 내몸 어디에 새겨져 있을까?
    갈피갈피 뱃살사이에 꼭 박혀 나올 생각을 안하니 ,여전히 나는 난처하고 막막한 상황에서 난처하고 막막하기만 할뿐 ...
    그래도 언젠가 방구처럼 트림처럼 재채기처럼 나타났음 좋겠다. 그래도 기린님 덕분에 미친 복습단 덕분에 재미있었어요.

  • 2021-01-25 18:43

    아~ 기린샘이 이렇게 공부하셨군요~!!ㅎㅎㅎㅎㅎ 그리스 신전 앞에서 맹자라...?!

  • 2021-01-26 08:25

    "사상을 마련하지 못해서 사는 게 고달팠다고 납득되었다"

    아침부터 대굴대굴..때굴때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1-26 09:52

    기린을 따라서 미친 암송단, 사서덕후 한게 참 고맙소...^^
    새로운 인문약방에서 펼쳐질 기린의 고전인생을 계~~~속 응원해요!!!

  • 2021-01-26 12:45

    기린이 공부의 인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덕을 많이 쌓았다는 걸 댓글보고 알았습니다.
    쌓는 줄도 모르고 쌓는 공덕이야말로 최고의 공덕 아니겠습니까?ㅎㅎㅎ

  • 2021-01-28 23:02

    발가락 물집 이야기 들었었는데 글로 읽으니 더욱 감동이구먼요~~

    그거 알아요? 기린쌤의 '무대뽀' 예전엔 좀 무서웠는데 요새는 그게 매력적인거...ㅋㅋ

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1. 양생에 대한 오해       양생이라는 낱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 하여 오래 살기를 꾀함”이라는 뜻이 첫 번째로 실려 있다. 즉 양생은 오래 살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도 양생과 관련한 공부를 하자고 했더니, 건강 챙기는 것도 공부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양생(養生)의 출전으로 알려진 「양생주」에서는 병이라거나 건강, 장수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다만 첫 장에 “시비선악을 넘어 중도의 도를 지키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삶을 온전히 할 수 있고, 부모님을 잘 모실 수 있고, 천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또한 오래 사는 것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생이 장수를 뜻하게 된 데는 진시황의 일화가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진시황본기」에는 불로장생에 꽂힌 진시황의 이야기가 나온다.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이룬 후 천하를 순행하기 시작했는데, 제나라에 들렀을 때 서불 등의 방사들을 만나 신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후로 진시황은 방사들을 가까이 하며 죽지 않는 신선이 될 수 있는 약을 구하려고 막대한 비용을 댔다. 그 중의 노생이라는 방사는 진인(眞人)을 소개하며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으며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고(....) 천지와 더불어 영원합니다.” 라고 했다. 「대종사」편에 나오는 진인을 가리키는 내용과 같다. 하지만 진시황은 불사약을 얻지 못했고 순행 도중에 병을 얻어 객사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한무제 역시 말년에 불로장생에 몰두하였다는 등 진인이...
  1. 양생에 대한 오해       양생이라는 낱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 하여 오래 살기를 꾀함”이라는 뜻이 첫 번째로 실려 있다. 즉 양생은 오래 살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도 양생과 관련한 공부를 하자고 했더니, 건강 챙기는 것도 공부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양생(養生)의 출전으로 알려진 「양생주」에서는 병이라거나 건강, 장수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다만 첫 장에 “시비선악을 넘어 중도의 도를 지키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삶을 온전히 할 수 있고, 부모님을 잘 모실 수 있고, 천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또한 오래 사는 것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생이 장수를 뜻하게 된 데는 진시황의 일화가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진시황본기」에는 불로장생에 꽂힌 진시황의 이야기가 나온다.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이룬 후 천하를 순행하기 시작했는데, 제나라에 들렀을 때 서불 등의 방사들을 만나 신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후로 진시황은 방사들을 가까이 하며 죽지 않는 신선이 될 수 있는 약을 구하려고 막대한 비용을 댔다. 그 중의 노생이라는 방사는 진인(眞人)을 소개하며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으며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고(....) 천지와 더불어 영원합니다.” 라고 했다. 「대종사」편에 나오는 진인을 가리키는 내용과 같다. 하지만 진시황은 불사약을 얻지 못했고 순행 도중에 병을 얻어 객사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한무제 역시 말년에 불로장생에 몰두하였다는 등 진인이...
기린 2023.1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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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1.칠원의 관리, 장자   들꿩은 열 걸음을 걸어야 모이 한 번 쪼고 백 걸음 걸어야 물 한 모금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새장에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먹이를 찾는 수고로움이야 없겠지만 자유롭게 살려는 본성에는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澤雉十步一啄,百步一飮,不蘄畜乎樊中. 神雖王,不善也.) 「양생주」 『낭송장자』 100쪽     『사기열전』에 의하면 장자는 몽(蒙)땅 칠원(漆園)의 관리(吏)였다고 전해진다. 현재 몽 땅의 위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칠원이 옻나무를 심어 놓은 동산이라는 것에서는 이견이 없다. 장자가 살았던 시기에는 종이와 먹이 발명되기 전이라 대부분 죽간에 써서 기록을 남겼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옻액을 대나무로 만든 펜으로 찍어 죽간에 썼다고 한다. 그런데 옻나무는 아무데서나 흔히 자라는 수종이 아닌데다, 씨앗의 발아율도 낮고 잔뿌리가 완전히 자리를 잡는 데도 3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런 상황이니 옻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옻나무 동산을 관리해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칠원의 관리는 중요한 직책은 아니어서 하급말단직이었을 것이라는 데도 이견은 없다.        「양생주」 3장에는 들꿩의 살이가 나온다. 꿩은 땅 위를 걷는 새로 몸이 길고 날씬하며, 발과 발가락이 발달되었으나 날개는 둥글고 짧아 멀리 날지 못한다. 먹이는 나무 열매나 풀씨 등의 식물성 먹이를 주로 섭취하는데, 작은 곤충도 먹는 잡식성이라고 한다. 먹이 대부분이 땅바닥에서 쪼아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보니, 사냥감으로 노출되기 쉬워 식용으로도 널리 애용된 조류이기도 하다. 옛 문헌에 의하면 늦봄 풀숲에 숨어서 피리로 장끼소리를 내면 꿩이 그 소리를 듣고 날아오르기도 하는데 그때...
1.칠원의 관리, 장자   들꿩은 열 걸음을 걸어야 모이 한 번 쪼고 백 걸음 걸어야 물 한 모금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새장에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먹이를 찾는 수고로움이야 없겠지만 자유롭게 살려는 본성에는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澤雉十步一啄,百步一飮,不蘄畜乎樊中. 神雖王,不善也.) 「양생주」 『낭송장자』 100쪽     『사기열전』에 의하면 장자는 몽(蒙)땅 칠원(漆園)의 관리(吏)였다고 전해진다. 현재 몽 땅의 위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칠원이 옻나무를 심어 놓은 동산이라는 것에서는 이견이 없다. 장자가 살았던 시기에는 종이와 먹이 발명되기 전이라 대부분 죽간에 써서 기록을 남겼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옻액을 대나무로 만든 펜으로 찍어 죽간에 썼다고 한다. 그런데 옻나무는 아무데서나 흔히 자라는 수종이 아닌데다, 씨앗의 발아율도 낮고 잔뿌리가 완전히 자리를 잡는 데도 3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런 상황이니 옻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옻나무 동산을 관리해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칠원의 관리는 중요한 직책은 아니어서 하급말단직이었을 것이라는 데도 이견은 없다.        「양생주」 3장에는 들꿩의 살이가 나온다. 꿩은 땅 위를 걷는 새로 몸이 길고 날씬하며, 발과 발가락이 발달되었으나 날개는 둥글고 짧아 멀리 날지 못한다. 먹이는 나무 열매나 풀씨 등의 식물성 먹이를 주로 섭취하는데, 작은 곤충도 먹는 잡식성이라고 한다. 먹이 대부분이 땅바닥에서 쪼아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보니, 사냥감으로 노출되기 쉬워 식용으로도 널리 애용된 조류이기도 하다. 옛 문헌에 의하면 늦봄 풀숲에 숨어서 피리로 장끼소리를 내면 꿩이 그 소리를 듣고 날아오르기도 하는데 그때...
기린 2023.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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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1.포정해우   처음 소를 잡을 때는 소가 통째로만 보였습니다. 삼 년이 지나자 소의 갈라야 할 부분이 보였습니다. 지금은 소를 눈으로 보지 않고 신묘한 기운으로 대합니다. 감각기관은 활동을 멈추고 신묘한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소의 자연스러운 결에 따라, 살과 뼈 사이의 빈틈에 칼을 넣어 움직이며, 원래 나 있는 길을 따라 나아가는 것입니다. (.....) 지금 제 칼은 십구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소를 수천 마리나 잡았지만 이 칼은 막 숫돌에서 갈아낸 듯 예리합니다. 소의 뼈마디에는 틈이 있고 칼날은 더없이 얇아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 없는 것이 틈새로 들어가니 넓은 공간에서 칼이 자유자재로 놀고도 남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십구 년이 지났어도 이 칼은 막 숫돌에서 갈아낸 듯 예리합니다. <낭송장자> 84쪽     「양생주」 2장은 소를 잡는 백정 포정의 이야기다. 포정은 자신이 소를 잡는 일에 대해 기술로 한 것이 아니라 도(道)로 했다고 했다. 처음 보았을 때 통째로 보였던 소가 삼 년이 지나자 갈라야 할 부분이 보이는 변화였다. 포정은 그 시간동안 덩어리째 보이는 소를 분해하는 기술부터 습득하면서 기술에 그치지 않고 소를 이해하기에까지 나아갔다. 즉, 소의 생김새라든가 섭생, 생명의 주기 등이었다. 이를 통해 소로 태어난 생명이 살아가는 이치를 통해 도의 운행을 깨우치게 되었다. 이렇게 깨우친 도로 십구 년이나 이어진 포정의 일은 여느 백정의 일과는 다른 길(道)을 낸 것이다.         포정이 수천 마리의 소를 잡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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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2023.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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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춤추다 배운 연독이위경   기린     연독이위경, 중도를 지키는 삶   좋은 일을 해서 명성이 나는 것도, 나쁜 일을 해서 형벌을 받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시비선악을 넘어 중도의 도를 지키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삶을 온전히 할 수 있고, 부모를 잘 모실 수 있고, 천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 (爲善無近名,爲惡無近刑. 緣督以爲經,可以保身,可以全生,可以養親,可以盡年._낭송장자 78쪽)     위 문장은 지식을 위한 지식을 좇는 위험을 밝힌 「양생주」 1장의 후반부 내용이다. 내편에서 선악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첫 문장인데, 장자는 선과 악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삶에서 양생의 가능성을 본다. 좋은 일이 드러나서 명성을 얻게 되면 그만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나쁜 일로 형벌을 받게 되면 몸을 상하게 된다. 온전한 몸을 유지해야 하는 양생에서 선도 악도 해로울 뿐이라는 것이 장자의 입장이다. 그래서 중도의 삶을 통해 시비선악을 넘을 수 있을 때, 자신과 주변까지 보살피면서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원문을 살펴보면 중도의 삶은 연독이위경(緣督以爲經)이다. 직역하면 살피는 선으로써 날실로 삼는다 는 의미인데, 이때 날실은 아래 위로 지난다. 위진시대 곽상은 연독이위경을 “순중이위상(順中以爲常)”으로 주석하였다. 중심을 따름으로써 법도로 삼는다는 것이다. 살핀다는 의미의 독(督)을 가운데(中)로 주석을 달았다. 이러한 주석은 『황제내경』 「영추」편에서 사람에게는 여덟 개의 맥(脈)이 있는데, 그 중에서 독맥(督脈)은 중앙(中)을 흐르는 맥이라는 설명에 따른 영향이라고 한다. 독맥은 꼬리뼈 부근에서 등줄기를 따라 위로 올라가 정수리를 지나 인중에 이르는...
춤추다 배운 연독이위경   기린     연독이위경, 중도를 지키는 삶   좋은 일을 해서 명성이 나는 것도, 나쁜 일을 해서 형벌을 받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시비선악을 넘어 중도의 도를 지키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삶을 온전히 할 수 있고, 부모를 잘 모실 수 있고, 천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 (爲善無近名,爲惡無近刑. 緣督以爲經,可以保身,可以全生,可以養親,可以盡年._낭송장자 78쪽)     위 문장은 지식을 위한 지식을 좇는 위험을 밝힌 「양생주」 1장의 후반부 내용이다. 내편에서 선악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첫 문장인데, 장자는 선과 악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삶에서 양생의 가능성을 본다. 좋은 일이 드러나서 명성을 얻게 되면 그만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나쁜 일로 형벌을 받게 되면 몸을 상하게 된다. 온전한 몸을 유지해야 하는 양생에서 선도 악도 해로울 뿐이라는 것이 장자의 입장이다. 그래서 중도의 삶을 통해 시비선악을 넘을 수 있을 때, 자신과 주변까지 보살피면서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원문을 살펴보면 중도의 삶은 연독이위경(緣督以爲經)이다. 직역하면 살피는 선으로써 날실로 삼는다 는 의미인데, 이때 날실은 아래 위로 지난다. 위진시대 곽상은 연독이위경을 “순중이위상(順中以爲常)”으로 주석하였다. 중심을 따름으로써 법도로 삼는다는 것이다. 살핀다는 의미의 독(督)을 가운데(中)로 주석을 달았다. 이러한 주석은 『황제내경』 「영추」편에서 사람에게는 여덟 개의 맥(脈)이 있는데, 그 중에서 독맥(督脈)은 중앙(中)을 흐르는 맥이라는 설명에 따른 영향이라고 한다. 독맥은 꼬리뼈 부근에서 등줄기를 따라 위로 올라가 정수리를 지나 인중에 이르는...
기린 2023.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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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양생을 위한 지식 기린         양생(養生)을 탐구하는 기획 세미나를 4년째 하고 있다. 그간 양생과 관련해서 동서양의 다양한 텍스트들을 읽었다. 구체적으로 양생을 정의하는 텍스트도 있었고, 현재 사회를 움직이는 여러 담론을 통해 내 삶과의 연관성을 탐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양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여전히 막연하다. 양생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언어를 찾아보고 싶었다.     양생(養生)의 원출전은 『장자』 내편 중 「양생주」편이다. 직역을 하면 삶을 기른다, 가꾼다 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태어난 생명을 둘러싼 모든 보살핌을 포함하여 삶을 지속하게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생명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영양도 섭취해 주어야 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를 알아가는 지식활동을 통해 외부로부터 안전을 보장해주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양생주」 첫 장에서는 지식의 위험에 대해 논하고 있다. 양생과 지식의 관계에 어떤 위험이 있을까? 나아가 양생을 위한 지식은 어떻게 터득하는 것일까?     삶을 위태롭게 하는 지식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지만 지식에는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좇는 일은 위험합니다. 그러니 지식을 좇는다면 삶이 위태로워질 뿐입니다.(吾生也有涯,而知也無涯.以有涯隨無涯,殆已.已而爲知者,殆而已矣.「양생주」 1장_낭송장자)       삶을 잘 가꾸기 위해서 지식이 필요하다. 유한한 삶을 이해하고 그 삶에서도 살아가야 할 가치를 찾기 위해서다. 곧 삶을 위한 지식이다. 하지만 지식은 삶만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나 차츰차츰 자신이 속한 세계를 파악해나간다. 그 세계에 대해 지식이 쌓일수록 삶을 잘...
양생을 위한 지식 기린         양생(養生)을 탐구하는 기획 세미나를 4년째 하고 있다. 그간 양생과 관련해서 동서양의 다양한 텍스트들을 읽었다. 구체적으로 양생을 정의하는 텍스트도 있었고, 현재 사회를 움직이는 여러 담론을 통해 내 삶과의 연관성을 탐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양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여전히 막연하다. 양생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언어를 찾아보고 싶었다.     양생(養生)의 원출전은 『장자』 내편 중 「양생주」편이다. 직역을 하면 삶을 기른다, 가꾼다 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태어난 생명을 둘러싼 모든 보살핌을 포함하여 삶을 지속하게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생명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영양도 섭취해 주어야 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를 알아가는 지식활동을 통해 외부로부터 안전을 보장해주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양생주」 첫 장에서는 지식의 위험에 대해 논하고 있다. 양생과 지식의 관계에 어떤 위험이 있을까? 나아가 양생을 위한 지식은 어떻게 터득하는 것일까?     삶을 위태롭게 하는 지식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지만 지식에는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좇는 일은 위험합니다. 그러니 지식을 좇는다면 삶이 위태로워질 뿐입니다.(吾生也有涯,而知也無涯.以有涯隨無涯,殆已.已而爲知者,殆而已矣.「양생주」 1장_낭송장자)       삶을 잘 가꾸기 위해서 지식이 필요하다. 유한한 삶을 이해하고 그 삶에서도 살아가야 할 가치를 찾기 위해서다. 곧 삶을 위한 지식이다. 하지만 지식은 삶만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나 차츰차츰 자신이 속한 세계를 파악해나간다. 그 세계에 대해 지식이 쌓일수록 삶을 잘...
기린 2023.04.11 |
조회 419
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공동체 밥상을 책임지겠어!    2017년 말 워크샵에서 다음 해의 공동체 주방을 운영하는 매니저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이 할 파트너를 찾던 어느 날, 공부방에서 당시 공동체 주방이었던 주술밥상 매니저와 마주쳤다. 회계 등등의 인수인계 잡무와 내년 운영 계획 등이 오가는데 분위기가 점점 예민해졌다. 결국은 언성이 높아졌다.   친구: 그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여섯이나 했다는 거야?! 나: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없잖아! 그럼 혼자서라도 해야지!   우리 둘은 씩씩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친구가 다시 말을 걸었고 함께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친구는 기존의 매니저 여섯 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을 좀 더 물색해보자고 했다. 이미 그들의 의사를 타진해 보았던 나는 다들 부담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그날 나와 함께 공동체 밥상을 맡을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는 상황, 그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적절한 말도 찾지 못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2016년 공동체 밥상이 파지사유로 내려오면서 ‘주술밥상’ 시대가 열렸다. 주술밥상은 공동체의 밥상과 단품요리를 만드는 찬방을 함께 운영해 보겠다고 했다. 음식을 잘 하는 친구들과 기획력 있는 친구까지 합심해서 예술작품 같은 요리로 대박을 내보자는 야심찬 밥상의 출현이었다. 그리고 2018년 봄 나는 그 주방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겠다고 나섰다. 그 과정에서 저런 사단이 났다.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잘 해보자는 마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 날 우리는 제각각 마음이 좀 상했다. 나는 그 친구와 헤어져...
공동체 밥상을 책임지겠어!    2017년 말 워크샵에서 다음 해의 공동체 주방을 운영하는 매니저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이 할 파트너를 찾던 어느 날, 공부방에서 당시 공동체 주방이었던 주술밥상 매니저와 마주쳤다. 회계 등등의 인수인계 잡무와 내년 운영 계획 등이 오가는데 분위기가 점점 예민해졌다. 결국은 언성이 높아졌다.   친구: 그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여섯이나 했다는 거야?! 나: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없잖아! 그럼 혼자서라도 해야지!   우리 둘은 씩씩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친구가 다시 말을 걸었고 함께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친구는 기존의 매니저 여섯 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을 좀 더 물색해보자고 했다. 이미 그들의 의사를 타진해 보았던 나는 다들 부담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그날 나와 함께 공동체 밥상을 맡을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는 상황, 그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적절한 말도 찾지 못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2016년 공동체 밥상이 파지사유로 내려오면서 ‘주술밥상’ 시대가 열렸다. 주술밥상은 공동체의 밥상과 단품요리를 만드는 찬방을 함께 운영해 보겠다고 했다. 음식을 잘 하는 친구들과 기획력 있는 친구까지 합심해서 예술작품 같은 요리로 대박을 내보자는 야심찬 밥상의 출현이었다. 그리고 2018년 봄 나는 그 주방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겠다고 나섰다. 그 과정에서 저런 사단이 났다.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잘 해보자는 마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 날 우리는 제각각 마음이 좀 상했다. 나는 그 친구와 헤어져...
기린 2021.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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