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하의 공동묘지>후기(스포주의)

청량리
2021-07-22 07:59
294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추후 관람하실 예정인 분들은패쓰 주세요. 그리고 또한 다소 무서운 장면 묘사가있으니, 심약하신 분들이나 임신부, 노약자분들도패쓰부탁드립니다.

 

때는 일제 강점기였다. 하늘의 달빛조차 뭣이 무서운지 구름 속에 숨어버린 어두운 . 무덤 속에서 여인이 걸어 나온다. 하필 앞을지나가던 택시 . 기사는 홀린 여인을 태우고 어딘가를 향하는데, 도착한 곳은 분수에 정원까지 갖춘 솟을 대문 기와집이었다.

시각, 모녀지간으로 보이는 여인은 갓난아이를 독살하고 직후였고, 고통스러운 사지가 뒤틀린 아이의 몸은 이미 굳어버린 상태였다. 무덤에서 나온 여인은 자신의 앞가슴을 풀어 죽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데, 죽었던 아이의 몸이 조금씩 풀리더니 이내 아이울음을 터뜨린다.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모녀, 그리고 그들을 노려보는 무덤 속의 여인. 정원에는 하릴없는 분수만이 자기 몸을 깨뜨려 연못 위로 소리 내어 떨어지고 있었다.

 

몸이 좋은 토토로는 그날 밤에 주무셨을까. 아니면 검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팔뚝을 문고리인줄 잡아당겨 기겁하는 장면을 차라리 다행이었을까. 영화를 이미 띠우는 이상 놀라지 않았고, 이팔청춘 젊은 재하에게 공동묘지는 놀이동산귀신의 처럼보였을 것이다. 이런 장르영화는 좋아해 챙겨보는 일이 절대 없는 수수와 왠지 모를 기대감으로 몰입했던 청량리의 비명과 탄식이 영화 사이사이를 매웠다.

히치콕의 영화 <>(1963)에는 몽타주기법이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면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주유소가 보인다. 다시 그들이 고개를 반대로 돌리면 장면은 새들이 우글거리는 장면이 편집된다. 시선에 따라 편집된 장면들은 마치 내가보는 듯한 긴장감을 전달한다. <월하의 공동묘지>에도 뛰어난 편집기법이 돋보이는 장면이 있다.

 

태호(허장강) 감옥에 있는 한수(박노식) 독살이 실패했다며 함께 도망치자는 난주(도금봉) 따라 나선다. 그러나 산속을 헤매면서이상한 기운을 느낀 태호. 사실 그녀는 진짜 난주가 아니라 죽은 명선(강미애) 귀신이었다. 깜짝 놀란 태호는 뒤돌아 도망치려 하지만귀신 명선은 입에 피를 흘리며 길을 막아선다. 동서남북 태호는 고개를 돌리지만 그때마다 화면은 (그가 보고 있는 듯한) 명선의 섬뜩한얼굴이 교차편집 된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빠져나갈 곳이 없음을 표현한 장면은 <>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포나 스릴러 장르에선 사운드가 중요하다. 영화 <사이코> 샤워실 살해장면에서 점점 커지며(crescendo) 신경을 긁어내리는 바이올린 선율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CG기술 자체가 없던 당시, 시각적인 공포에는 한계가 있다. 찢어지는 고양이 울음소리, 갑자기 떨어지는 소리, 까지는 소리 청각적인 요소를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모든 사운드는 후시 녹음이던60년대, 음향기사님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없다. 라디오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모닥불소리, 달리는 소리 등은 다들 한번씩 따라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하의 공동묘지는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예측가능한 전개들, 이미 봤었던 효과나 상황들은 그것 자체가 궁금하다기보다는 그때는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관점이 쏠렸다. 이미 네가 다음 장면에서 무얼 지는 알고 있다. 족보를 따지자면 영화가 한국공포영화의 고조할머니의 할머니쯤 되지 않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가 한국공포영화의 원본인 셈인데, 오히려 원본은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댓글 2
  • 2021-07-22 09:25

    ㅋㅋㅋ

  • 2021-07-22 13:38

    재미있는 후기

    점점 연기가 느는 청량리님!

     

    내가 본 몇 안되는 공포영화 목록에 '월하의 공동묘지' 가 들어갈 줄이야

    그날 나눈 것 중에 '과연 공포라는 게 뭘까'라는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우리가 두려워하는게 정말 무엇인지.. 두려움의 실체가 뭘지..
    뭣이 공폰디!('곡성'도 실은 못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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