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 시즌1 에세이#3_왜 <블랙스완>일까

띠우
2021-05-02 15:18
316

왜 <블랙스완>일까

 

 

 

글 : 띠우

 

 

 

 

 

 

 

 

 

“의심해야 할 것은 당신이 본 것이 아니라 당신이 본 것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 아이작 아시모프

 

 

 

<블랙스완>, 이것은 나에게 <흑설공주>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듣는 순간 도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흑설공주>는 왕자에 의한 구원이나 계모와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을 재구성하고 재해석한 이야기였다. 한편, 1697년 호주에서 발견되었다는 블랙스완은 이후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경제 용어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 2월 영국에서도 블랙스완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실렸었다. 뒤이어 전해진 소식은 놀랍게도 그 블랙스완이 검은 물질을 뒤집어쓴 백조였다는 것이다. 발견 이후 녀석은 자꾸만 몸에서 무엇인가를 털어내려고 했고 주의깊게 살펴본 결과 날개 끝에 하얀 깃털이 나왔기에 알게 되었다.

 

감독은 왜 <백조의 호수>가 아닌 <블랙스완>을 제목으로 가져왔을까. <백조의 호수>가 너무 식상해서? 백조로 상징되는 순수한 예술표현 혹은 인간본성에 대한 재해석을 위해서? 어쨌든 영화에서 백조와 흑조를 통해 완성하려고 한 것은 완벽한 예술의 표현이다. 완벽한 예술이란 완벽히 순수한 것과 완벽히 불온한 것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라고 감독은 보는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백조를 표현할 수 있는 니나가 흑조를 표현하기 위해 안간힘쓰는 모습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 혹은 인간 본능에 가까워지는 예술 표현을 목표로 하는, 감독 자신이 감정이입하는 듯한 예술가의 (광기어린)집념을 그렸다고 해야할까(실제로 나탈리 포트만의 부상도 심각). 그런데 나는 여기서 백조의 순수성을 예술로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의문이 생긴다.

 

 

영화는 불편한 만큼 아름답기도 하다. 발레라는 소재의 특성상, 연기자의 몸짓과 표현이 언어에 의한 우리의 해석보다 앞서 이미지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언어로 이야기하면, 인간이 꿈꾸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 완벽이란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된다. 니나가 표현하는 백조 혹은 흑조의 완벽함은 누구의 기준이며, 누구의 시각인 것일까. 그것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시선에 대한 표현이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백조는 우리가 갖는 순수함, 혹은 아름다움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이다. 그것을 드러내도 사회에서 용납되기에 가능한 것이 되고, 흑조는 인간의 내면 깊은 곳, 꺼려지는 것, 어두운 면이기에 드러내더라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 남는 것, 죽음을 넘어서는 광기어린 집념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된다.

 

사기에서 유래한 ‘완벽(화씨벽:화씨의 구슬)’은 흠잡을 데 없는 완전무결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니나의 말처럼 그녀는 완벽하게 보이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 그녀가 완벽에 이른 과정은 고통과 번뇌, 혼란이었다. 화려한 이미지로 눈을 가린 형상이랄까. 영화 속 인물들이나 감독의 시선의 틀에서 그들이 환호성을 지른다고 해서 나도 함께 브라보를 외칠 생각은 없다. 이 나이쯤 되고 보니 완벽이란 중용에 이르는, 그야말로 평온한 상태 속에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글을 마무리하려고 보니, 나는 완벽보다는 인간이 지닌 부족함을 어떻게 마주할까에 대해 더 관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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