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 여섯번째(?) 시간 후기

micales
2021-07-12 13:55
97

 

 아마 이번이 여섯번째 시간일 거다. 다섯번째 시간은 비공식적인(?) 휴일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후기는 메모 올리는 순서로 해서 제일 마지막에 올리는 사람이 쓰기로 했지만 그렇게 하면 꼭 쓰게 되는 사람이 있어서(;;;) 이러저러한 사정들로 인해서 어쩌다 보니 후기가 나에게 돌아오게 되었다. 사실 이제 후기 마지막으로 쓴 지 꽤 오래되기도 하고 나만 안 쓰는게 한편으로는 찔리기도 해서 이번에는 내가 후기를 쓰는게 나쁘지 않겠지 싶다.

 

 이번 시간은 임권택 감독의 <짝코>를 보았다. 나야 당시의 한국영화는 고사하고(내가 태어나기 무려 약 2-30년 전이다!) 평소에 한국영화라는 것조차도 보기를 별로 선호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이 감독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가 없으나, 조선희의 책에 따르면 마치 한국의 마틴 스콜세지(?) 비슷한 느낌인 듯하다. 무수한 영화들을 오랬동안 제작하고, 이제는 거장인 영화계의 화석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그가 제작한 영화 중에서 <짝코>는 사실 반공선전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하지만 막상 보면, 내용은 전어어언혀 반공영화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의 반공에 대한 선전과 그로 인해 되풀이되는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를 되려 비웃는 것 같아 보여 당시에 이 영화가 그 수많은 검열들을 뚫고 당시 정부아래서 상영이 될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 지경이다. 

 

 영화 <짝코>는 남과 북, 그 두 편의 양편에 서 있던 남자들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이 둘이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북한의 무장공비들을 잡았던 송기열과 북한의 편에서 활동했었다가 남한에서 쫓기다가 결국에는 잠적해버린 일명 짝코, 백공산(이름도 정말 북한스럽다. 어떻게 이름이 '공산'이라니). 송기열은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다 일종의 구빈원에 들어오고, 그곳에서 이름을 바꾼 짝코를 만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마주치며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한다(플래시백). 송기열은 짝코의 탓으로 인해 전투경찰이라는 직업도, 가족도, 재산도 모두 잃어버리고 오직 짝코만 찾기를 30년이었고, 다른한편 백공산은 계속해서 잠적에 잠적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며 살아왔다. 송기열이 '너무' 변하지 않았다면, 백공산은 '너무' 변했다. 

 

 하지만 영화가 계속해서 진행되며 끊임없이 추격을 반복하면 할수록, 그들의 시대는 그들을 조금씩 더 작은 모습으로 만들어 놓는 듯하다. 처음에는 북한공비를 잡는 것이 중요했던 시대였지만, 시간을 거듭할수록 이들의 위대한 싸움은 차츰 망각되어지며 초라한 아이들 장난처럼 되어간다. 영화의 후반부, 끝끝내 백공산을 잡아 구빈원에서 빼내와 그에게 경찰서로 가 자수하라고 위협하며 서울로 올라가던 무렵, 이제는 성한 곳 한군데 없는 몸으로 폭삭 늙은 이들이 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우듯 뒤엉켜 있는 모습은 처절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렇게 제대로 한번 때릴 수조차 없는 이들이 싸우다 경찰에게 걸렸을 때, 송기열의 외침-'얘가 망실공비라고! 망실공비가 뭔지는 알어?'-에 대한 경찰의 반응, 그들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이에게 송기열이 보내는, 반은 어이없다는 그리고 반은 한대 맞은 듯한 그 표정은 이들의 기나긴 싸움이 결국 지나간 시대에게는 겨우 정신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신의 주변의 시대를 드디어 깨달은 그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슬퍼보인다. 

 

 나는 이 영화가 반공의 메세지를 지녔다기 보다도 이러한 남과 북의 이념의 대립에 대한 피로를, 한편으로는 이념을 넘어서서 두 인간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송기열의 어깨에 기대 끝내 세상을 떠난 백공산과 그를 보며 눈을 감는(죽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송기열, 이 둘은 이제 너무나 지쳐보인다. 그들은 고향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맡긴다. 하지만 달리는 기차에서 그들은 결국 그들의 고향에 가지 못했다.

댓글 4
  • 2021-07-12 14:43

    여러 해석이 가능한 영화여서 함께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게다가 재하군의 이야기가 점점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ㅋㅋㅋ

    이번주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기대하면서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1-07-12 14:46

    오~이번 후기 좋네!

  • 2021-07-12 18:50

    이념이란게 도대체 무어냔 말이다.

    그걸 부여잡고자 한들, 그것으로 인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느냔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그 이념의 시대에선 

    그러지 않고서야 살아갈 수 있었단 말이냐.

    그들에게 왜 그리 살았냐고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자는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자들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박수치며 옳다할 수 없는

    내 처지 또한 그 시대를 비켜난 

    비겁한 노릇 아니겠는가.

  • 2021-07-14 10:12

    후기를 떠 넘긴 미안한 마음이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후기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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