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후기

토토로
2021-06-21 13:24
236

영화를 보기 위해 제일 필요한건 무엇일까?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는 열린 태도, 여유로운 시간, 돈...

아니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첫번째 필수 사항은,,,

바로 체력이다.

두시간 남짓, 길게는 세시간 가까이 

몸을 바르게 세워 앉아서, 영화에 깊게 몰입한 채 스토리를 따라가고,  감독이 숨겨둔 장치까지 귀신같이 찾아내기 위해서는 짱짱한 체력이 가장 필요하다.

 

지난 시간 퇴근길 영화인문학에서 함께 본 영화는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이다.

나는 최근 더위와 함께 몸이 비실이가 된걸 느끼고 있었기에, 금요일 밤 영화를 위해 낮 동안에 체력까지 비축해 뒀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에 빠져들기 전에 먼저 잠에 빠져들었다ㅠ.ㅠ

살며시 눈이 감긴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화면에 "끝"이라는 큰 글자가 떡하니!!!!! (이런 젠장~~)

<오발탄>에 대한 사전지식,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에 답답해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앉아있자니 다들,,,,영화에 대해 굉장히 만족한 얼굴로 리뷰를 나눈다.

(아....중요한 걸 놓쳤구나. 이런 젠장~~~)

 

결국...

집에 와서 주말에 <오발탄>을 다시 봤다.

내친김에 원작 이범선의 <오발탄>1959도 읽어봤다.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댓글 리뷰도 검색해봤다.

이 영화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함께, 한국 고전 영화의 1,2위를 다투는 걸작이란다!!!

(그렇담 이제 나는 1,2위 영화는 봤다는 말인가.....)

 

자,,,

그럼  영화이야기를 해보자.

<오발탄>은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북에서 내려와 서울의 해방촌에 자리잡은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첫째 철호는 계리사로 일하는 가난한 집의 가장

(치통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힌다)

둘째 영호는 군 퇴역후 몇년째 일자리 없는 백수

제대로 된 일를 잡지 못해 결국 '양공주'가 된 셋째 명숙

그들의 어머니는 전쟁이후 몇 년째 자리에 누워  "가자~~~"를 위치는 실성한? 노인.

고단한 삶과 영양실조에 지쳐 말을 거의 잃은 철호의 부인.

그리고 학업을 포기한 채 신문팔이 하는 어린 막내까지...

 

하....

이렇게 인물만 늘어놓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이야기가 어둡고, 출구없는 암담함으로 가득할지 보여진다.

과거엔 북에서 꽤 살만한 집이었지만

현재는 비참할 정도로 가난하고

미래는 아무런 희망도 품을 수 없다.

 

결국

동생 영호는 은행 강도짓을 벌여 경찰서에 잡혀가고,

아기를 낳던 부인은 난산으로 허망하게 죽게되는  절망의 끝판을 본 날 밤.

지친 철호는 치통으로 뜨끈한 국밥 한그릇 조차 편히 먹지 못한 채 택시를 탄다.

과연 그는 어디로 가면 될까...

분명한 목적지를 말하지 못하는 그는 택시기사 말대로  정말 '오발탄' 같은 존재일까?

 

작년 시즌에 <미안해요, 리키>를 보았을때도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는데 오발탄은 <미안해요, 리키>보다 더 쓰린 영화였다.

전쟁 후 일자리조차 없는 한국 사회와 신자유주의 아래 불안한 일자리 뿐인 영국사회.

시간이 달라지고. 공간이 달라졌지만 살기 힘들기는 매한가지...쩝

 

 

내 주변엔

이렇게 비참한 현실을 가감없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일말의 희망도 없이 끝나는 영화를 싫어하시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안그래도 사는게 팍팍한데 영화까지 그런것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현실은 힘들어도 영화에선 비록 판타지 일지언정 희망적인 해피엔딩이었음 좋겠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순간이라도 맘이 편했음 좋겠다고 한다.

어느정도 동감한다.

그럼에도 나는.. 억지스런 희망이 더 절망스럽고 인위적이라 생각한다.

수수님도 나와 비슷한 의견을 말했다.

재하는 영화보는 눈이 제법!!!이서서 리뷰를 나눌 때 보면 꽤 성숙한 말을 많이 한다.

블루&리본님은 돌아가면서 글을 써오며 이번 영화는 어땠는지 늘 반응을 살핀다.

(그래서 잠들어 버리면 엄청 미안해진다-.-;;;;)

 

이번 시즌엔 앞으로 3편의 영화가 남았다.

남은 3편의 영화를 또릿또릿한 정신으로 보기 위해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후기는 여기서 끝!!

 

 

 

 

 

 

 

 

 

댓글 3
  • 2021-06-21 22:17

    다시 오발탄 보셨군요ㅋㅋ

    이번주 영화는 73분이니 좀 여유있겠죠?

    남은 건 체력 체력 체력!

     

  • 2021-06-21 23:24

    우울한 영화도 같이 보고 나누면 슬픔과 허무에 허우적대지 않아서 좋더라구요.

    토토로님의 솔직담백한 후기, 재미있네요^^

    따로 복습도 하시고.. 진정한 영화인이십니다~

  • 2021-06-22 07:03

    이번 시즌의 마음 속 영화가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토토로님 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두요.

    벌써 절반이 지났네요~체력을 기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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