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 <바보들의 행진> 후기

수수
2021-06-12 15:01
95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바보가 된 이들의 이야기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4)> 후기 (수수)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1.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67pixel, 세로 680pixel

 

또 다시 '바보' 이야기다. 작년에 봤던 <바보 선언(1983, 이장호 감독)>에 이어 이번엔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이다. 작년의 바보보다 10년쯤 전의 상황이다. 사전을 찾아 보면 '바보''어리석고 못나게 구는 사람'이다. 이 영화들이 왜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을 내세울 수 밖에 없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이들이 영화 저편에서 어떤 울부짖음을 하고 있었을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높은 이상과 열정도, 숱한 지식도 아무런 쓸모 없이 만들어버렸던 사회의 억압과 폭력에 대해 우리는 느낄 수 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2.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75pixel, 세로 572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1.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83pixel, 세로 538pixel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난 우리는 할 말이 많지 않았다. 군데군데 연결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과, 조금은 알 것 같지만 어색한 메시지들, 초반의 유쾌함과 다른 후반의 가라앉는 분위기에 조금 당황해했다. 감독이 꼭 이렇게까지 영화를 만들어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감독 스스로 이런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본인이 낳아 놓고 내 자식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서글픔이 느껴진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5.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92pixel, 세로 552pixel

 

영화에 대한 감상은 조금씩 달랐다. 재하는 마치 청춘드라마처럼 보였으며 무엇을 고뇌하는지 모르겠고 감독의 허풍이 느껴진다고 했다. 토토로님은 무기력한 영철이가 죽음으로써 저항하는 모습이 오히려 공감이 간다고 하였다. 청량리님은 하길종과는 맞지 않는 영화라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띠우님은 영화에서 '들립니까? 들립니까?'라는 집회를 시작하는 듯한 마이크 소리가 가장 와 닿는 장면이라고 하였다. 나는 모두가 나가버린 강의실에 혼자 갈등하며 남아 있는 병태의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송창식의 왜 불러고래 사냥은 영화 전체적으로 정말 잘 맞는 옷으로 보였다.

20대 시절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폭풍 치는 날에 흔들리는 것보다, 날씨 쨍쨍하고 잔잔한 날에 흔들리는 것이 더 힘들다.' 차라리 모두가 흔들리는 세대가 나은 거라고, 끼어 있는 어정쩡한 세대는 어디에도 흔들림의 핑계를 댈 수 없다는 맥락이었던 것 같다. 시대적 사명감에 젖은 선배들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변하는 사회에 적응해야만 했던 90년대 학번의 변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시선대로 영화를 보고, 우리의 이야기는 삶의 감옥에 대한 것으로 나아갔다. 70년대와는 달라진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모두 자유로운지.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지금, 하길종 감독이 그렇게 애타게 원했던 표현의 자유가 있는 지금, 우리에게 정말 감옥은 없는지. 누군가는 가족을 유지하는 것이, 누군가는 타인들이 요구하는 당위성이, 누군가에겐 직업적 사명감이 감옥이 되어 하루하루를 지배하고 있다. 그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문탁'이라는 곳(아니 사람들)에 한 발을 걸치고, 그 힘으로 또 한 주를 지낼 것이다.

 

 

 

 

댓글 3
  • 2021-06-12 22:47

    문득 제가 바람 불고 비오는 날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수수님은 어떤 날씨를 좋아하나요?

     

  • 2021-06-12 23:16

     

    <영화로운 군밤장수의 외상값>

     

    아직은 잘 모른다.

    우리들의 영화로운 밤이

    1960년대와 70년대를 통과하면서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우리는 잘 모른다.

    영화로 밤에 만난 우리들이

    2021년의 사계절을 보내면서

    각자에게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용한 우리들의 밤은

    언제나 엔딩크레딧과 함께 

    또다른 다음 주를 기다린다.

     

    적어도 청량리를 출발한 열차는

    강릉바다에 블루리본의 매듭을

    고래에 묶어 놓고 오지 않았던가.

     

     

     

     

     

     

     

     

     

  • 2021-06-13 10:35

    언제나 영화보다 재밌는 수수님 후기.

    (감독들 의문의 1패 ㅋ~)

    영화에서 느낀 부족했던 그 무엇은

    수수님 후기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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