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으로 프레임을 논하다

수수
2021-04-05 00:11
69

금요일 늦은 저녁으로 영화인문학 시간을 옮긴 후, 많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문탁 2층에 간다. 역시나 오늘도 미장센,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익스플로이테이션, 3영화, 로드무비 등 들어도 잘 잡히지 않는 개념과 용어들이 나온다. 그래도 가끔 눈치껏 뭐라도 중얼거려본다. 나의 지식인지 기억인지 모를 언어들이다.  

 

오늘 함께 본 영화는 라쇼몽이다. 1950년에 발표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이다. 영화를 시작할 때 띠우샘이 이번 영화는 재밌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기대를 했다. 영화가 20분 정도 흘러갈 때 나는 생각했다. 역시 재미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구나.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83dc6df0.t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36pixel, 세로 1331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83dc0002.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27pixel, 세로 301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83dc0001.t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76pixel, 세로 432pixel 

 

 한 남자가 죽었다. 이 사실을 둘러싼 4(죽은 남자의 입장도 나온다)의 이야기는 모두 다르다.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한다. 영화가 1시간 정도 지나갈 때, 어색하고 과장된 장면들 속에서 어이 없는 웃음들이 흘러나왔다(그래, 이런게 재미라면 또 재미겠지. 띠우샘, 너무 우리 눈치 보지 마세요~). 그 웃음소리들이 없었다면 토토로님은 아마 깊은 수면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말하는 바는 어쩌면 단순한 듯했다. ‘인간은 모두 자신을 각색하여 이야기한다. 절대적인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하나의 사건에 대해 네 명의 진술은 모두 다르다.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와 자존심, 남들의 시선 등을 위해 적절하게 이야기를 변형시킨다. 영화는 각자의 이야기로 플래시백되며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설득력이 있기도 하고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를 모두 보고 나니 무엇이 진실인지 궁금하지가 않다. 어차피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알 필요를 못 느낀다. 어느새 영화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의 프레임 속으로 들어와 나의 프레임을 들여다보게 된다.

 

띠우샘이 이 영화를 고른 이유인 미장센의 의미는 짧게 언급되고, 우리 이야기는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의 바보같은 칼 싸움과, 코로나와 구미 아이 살해사건에 대한 의문점과 공동체 생활과 벚꽃놀이로 자유롭게 넘나든다. 다양한 시선과 상대적인 진실 속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비판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우연에 씌인 청량리샘과 불편한 프레임에 대해 고민 중인 띠우샘, 어려운 이야기만 나오면 하품을 하는 나와 토토로님, 가장 또릿또릿한 표정으로 끝까지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는 재하군. 이 불편한 우연을 즐기는 나의 프레임은 무엇인지, 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 자꾸만 감기는 눈에 힘을 주고, 명퇴를 꿈꾸며 집에 돌아간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라쇼몽.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440pixel, 세로 1081pixel  색 대표 : sRGB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문탁모임.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440pixel, 세로 1081pixel  색 대표 : sRGB

 

 

댓글 3
  • 2021-04-05 10:22

    역시 수수님의 후기가 영화보다 재밌어요.

    아이고 배야~~~ㅍㅎㅎㅎ🤣🤣🤣

    집에와서 너~무 답답해 졸려죽겠는데 <철학과 굴뚝청소부> 들뢰즈편을 읽었다니까요.

    저자 이진경은 영화 해석은 또 다르더군요ㅋ~

     

  • 2021-04-05 12:59

    히히히히 

    바람빠지는 웃음이 자꾸 나옵니다요ㅋㅋ

  • 2021-04-05 13:17

    지난번 '히로시마 내 사랑'에 이어서 '라쇼몽'까지....철학적이라고들 하는 (길고)영화들은 재미 없는게 특징인가 봐요. 지난번 히로시마 내 사랑의 남자 주인공의 호탕한 웃음에 이어 이번에는 진 빠지는(?) 웃음까지... 보는 제가 다 웃음이 나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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