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리키> 후기(시즌3-3)

토토로
2020-11-01 01:46
475

1. <.미안해요, 리키>
세 번째 영화는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이다.

 

 

*아빠, 리키

-정말 성실한 사람이지만 그동안 해 온 일은 실패하였고 온갖 잡일로 돈을 벌었다. 그래도 대출금은 늘어나고 집안 형편은 점점 기운다. 리키가 아내의 차를 팔아 중고 벤을 사서 택배 노동자가 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택배일은 참 고되어서 몇분의 시간도 편히 쉴수가 없다. 밤 늦게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서 골아떨어지 일쑤.
*엄마, 애비

-몸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가정을 방문하여 돌봄 노동을 한다. 따뜻하고 배려심 깊고 자기 일을 좋아하지만 늘 시간이 없다. 기계적으로 돌봄을 해내야 하지만 그러기엔 그녀이 심성이 너무 따뜻하다. 아이들에게도 참 좋은 엄마다.
*아들, 세브

-질풍노도 청소년. 공부보다 친구가 좋고, 그래피티에 한창 빠졌다. 성실히 공부해서 대학 나와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라는 아빠에게 그래봤자 빚만 늘고 취직도 잘 되지 않을 거라고 대드는, 냉소와 냉정한 눈으로 현실을 알아버린 아이이다. 아빠랑 자꾸 부딪힌다.
*둘째 딸, 제인

-엄마를 닮아 착하고 고운 마음씨를 가진 초딩, 가족을 사랑하고 자기 일도 알아서 잘 해내는 집안의 사랑둥이 이쁜 딸. 일이 바쁜 부모님, 밖으로 도는 오빠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이렇게 등장인물 네명을 소개하고 나면 대강 영화가 그려진다. 택배 노동과 돌봄 노동, 학교 밖으로 나도는 십대. 이들의 고단함과 외로움과 갈등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 속 가정의 이야기가 허구인지, 리얼인지..헷갈릴 정도로 지독히 사실적인 영화이다.( 올해 우리 나라에서도 과로로 인해 택배 노동자가 열명 넘게 사망하였다. 그들역시 한가정의 가장이거나 귀한 아들일것이다.) 리키네 부부는 참 힘들게 일하는데 집안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하....사는 게,,,어디나 마찬가지로 고단하다. 자녀들과 잘 소통하며 반듯하게, 아니 자기 앞가림 하게 키워내는 일도 쉽지가 않다.

 

 

2. Sorry, We missed you

이 영화의 원제이다.

이 말은 택배 배송 시 부재중인 고객의 집 앞에 택배 기사가 남기는 카드의 메세지다. 우리말로 하면 “미안하게도 우리가 당신을 놓쳤네요” 쯤 되겠지.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대부분은 미안한 대상이 고객님이 아니라, 바로 리키같은  노동자라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한국어 제목이 <미안해요, 리키>인 듯. 나름 꽤 괜찮은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는 택배노동자, 돌봄노동자가 필수 노동자임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 맞는 대우는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근로 환경은 더 나빠졌고 이젠 배달이나 돌봄, 대리기사등등의 일들은 거의 플랫폼 노동으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얼마마 많은 리키들을 놓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리키들의 가정이 파괴되어 가고 있을까...

 

덧붙여, 윤호님은 그래도 한때는 안정적 이었던 가정에 좋은 아빠였던 리키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제목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집어주셨다. 오~~~매우 신박하고 공감 가는 해석이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엔 애비가 돌보는 노인들이 여럿 나오는데 그들은 말한다. 과거 자신은 이렇지 않았다고. 건강했고, 꼭 필요한 사람이었고. 그 시절 경제는 지금처럼 나쁘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다들 힘들어진 현재에서 지금보단 괜찮았던 과거의 나를 그리워한다. 감독은 제목에 그들의 그런 마음까지 담은걸까...

 

 

3.이색 조합, 재밌는 리뷰

<퇴근길 영화 인문학 시즌 3>는 8명이 함께 하고 있다.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게 골고루 섞여있어서 영화를 보고 리뷰를 할 때면 의외의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담쟁이님은 처음엔 너무 좋아했던 <리틀 포레스트>가 이젠 판타지처럼 보이고 이쁜 영화에 슬슬 거부감이 든다고 하였다. <미안해요, 리키>처럼 리얼리티가 강한 영화에 더 끌린다고 한다. 흠...나도 그런데...나랑 비슷하시구나.
재하군은 이전 시즌때 보였던 어색함이 사라졌다.  조목조목 논리적인 리뷰도 잘하고, 배시시 웃기도 잘하고,  뜻밖에도 가끔 귀염성까지 방출한다. 재하군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엄마도 아니면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늦은 저녁에 모여 영화를 보는건 체력적으로도 쉬운 일은 아닌데 다들 결석도 안하시고 졸지도 않으신다.

퇴근길 영화 인문학이 각자에게  작은 일탈이고 재미인 듯.

이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려면  더 열린 자세로 보고, 듣고, 말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영화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싶은말, 해야 할 말들을 마음에 담아두며  후기를 마친다.

 

추가로 바라는 것 하나!

누군가는 나의 후기를 읽고 궁금함에 <미안해요, 리키>를 찾아 봐줬음 좋겠다. 

 

댓글 4
  • 2020-11-01 11:04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이후 선보인 <미안해요, 리키>의 아쉬움
    영화가 끝나도 그냥 주저앉아있는 느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저는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극단으로 내몰린 약자들의 목소리나 연대에 대해
    우리 자신들에게 켄 로치가 부르짖는 목소리란 생각이 들어요.
    은퇴해버리고 싶었던 감독이 어떤 해답을 가져오지도 못한 채
    절망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토토로님 후기를 읽다보니,
    우리 속에 아들, 엄마, 남편, 남자, 여자, 사람.... 이 섞여있는 것 같습니다^^ 후기 잘 읽었어요

  • 2020-11-02 00:15

    처음에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접했을 때는 왠지 모르게 그 사실적인 고발과 (어쩌면)삭막함이 너무 거칠게 와닿아서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로 느껴졌었던 듯 해요.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서 켄 로치 감독이 내놓은 <미안해요, 리키>는 이상하게도 이미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서 한 번 접해서 이제는 익숙해진 탓인지, 아니면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다루면서 함께 공감되고 느껴지는 정서에서 그 느낌을 받은 탓인지는 몰라도, 조금은 더 '부드러운' 느낌을 느낀 것 같아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 이 두 영화에서 켄로치 감독이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은 사회의 제도, 혹은 구조에 대한 신랄하고도 진실한 고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도 서로 간에 생겨나는 사랑과 배려 또한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들이 현실에 굴복하기도 하지만 때론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며, 처음부터 단순히 무기력해지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미안해요, 리키>에서 제가 눈여겨 보았던 점은 비단 사회적 문제만이 아니라 그것들을 중심으로 생기는 또다른 문제들이었어요. 노인의 고독사, 병치 문제, 가족 간의 갈등, 청소년들의 문제등등..이 모든 것들이 서로 간에 이루어지는 사랑이 왜곡되어지고 결핍되어지는 상황에서 기인한 듯해요.
    어쩌면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P.S. :제가 '귀엽다'니, 그렇게 보였나요?ㅎㅎㅎ 아마 저번 시즌보다 더 편해져서 그런 것 아닐까요? 이제 뭔가 왜 문탁에 계시는 어른분들이 저를 보기만 해도 웃는지 알 것 같네요^-^

  • 2020-11-04 00:36

    11월 2일자 경향신문 조한혜정씨의 글에 <미안해요 리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네요~
    https://news.v.daum.net/v/20201102030111282

    우리 모두 리키이지만 자신이 리키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과의 대립과 반목......
    돌봄 교사와 정규직 공무원만의 일은 아니겠죠......
    조 교수는 공통의 불안정이 아닌 '안정된 비정규직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이 아닌 불안정을 담보로 만든 비정규직을 안정화하는 것이 해답일까요?
    모두가 안정적으로 사는 날이 오긴 올까요?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구먼요~

  • 2020-11-15 17:40

    지금 후기에 댓글을 몰아서 달고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회사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해서 전국적으로 출장이 많아서 솔직히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지난 주 금요일에 모두 완료되어 주말부터 여러글을 보고 있습니다. '미안해요 리키'는 저에게 저와 우리 가족을 생각하게 된 영화입니다. 토토로님의 글과 같이 택배하는 노동자보다는 노동하는 가장을 둔 가족의 얘기로 생각하고 싶다. 이것은 지금의 나의 얘기이다. I am sorry Ricky and myself. We must work hard for my family not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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