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마음> 1회차 후기

김현지
2021-10-12 11:16
254

지난 3주 간 우리는 <숲은 생각한다>의 난해한 언어를 이해하느라 부단히 애썼다. 인고의 시간 뒤에 익숙한 언어로 쓰인 책을 접한 탓일까. <산책하는 마음>은 우리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었다. 책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초점을 뒀던 지난 모임과는 달리 이번 모임에서는 저자의 생각을 재료로 삼아 '산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지연 샘에게 산책은 세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1)일하는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 (2)고민의 무게를 덜어내는 시간, (3)힘들었던 일을 평범한 일로 만드는 시간. 우리는 이 세 가지 의미가 각자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함께 얘기했다. 지연 샘은 직장에서의 산책은 직장 동료와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걷는다는 점에서 목적의식이 가득한 걷기인지라, 저자의 관점에서 진정한 산책이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셨다. 이에 미선 샘은 시간을 들이는 행위 자체가 이미 목적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진정한 산책과 그렇지 않은 산책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을 덧붙여주셨다. 겸목 샘은 산책할 때 하는 생각의 내용을 살펴보니 주로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에 관한 것이었단 얘기를 하셨다. 의식적으로 일과 관련되지 않은 생각을 하자 오랜 시간 동안 실종된 자식을 찾는 플래카드가 새롭게 느껴졌음을 말씀해주셨다. 인디언 샘은 겸목 샘과 달리 산책을 할 때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하셨다. 매번 잡생각이 드는 나로서는 인디언 샘이 부러웠다. 

 

지연 샘과 내 발제는 '투병하는 엄마'와 '산책'을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지연 샘은 항암 치료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산책했던 때, 엄마의 손이 낯설게 느껴졌다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연샘에게 값진 시간으로 다가왔다고 하셨다. 지연 샘의 경험을 듣자 엄마와 손깍지를 끼고 걸었던 순간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몸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겸목 샘의 말이 크게 와닿았다. 나는 간병의 과정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산책을 했다. 그리고 산책을 하며 '나를 세계 속으로 활짝 열어둘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금도 산책을 즐기고 있다. 세계를 향한 열린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는 <숲은 생각한다>의 수양(upframing)을 떠올렸다. 더 넓은 프레임을 가지고 관점을 달리하는 일은 산책과 맞닿아 있다! <숲은 생각한다>와 <산책하는 마음>의 연결고리를 논하며, 겸목 샘이 큰 그림을 그린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단풍 샘은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한 게 맞나 하는 의문을 제기해 주셨다. 우리는 이 의문을 함께 논하며 하루키에게 달리기가 갖는 의미는 '지치지 않는 반복'을 수행하기 위한 '루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공유했다. 그리고 버닝하지 않되, 열심히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를 함께 고민해 보았다. '휴식, 빈틈'까지 외주화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삶의 관리 능력을 내 안으로 들여올 수 있을까. 산책은 그러한 능력을 내것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여 저자의 나이, 문체 등에 대해 얘기해보았다. 하마 샘은 직장에서 여유를 가질 때 드러나는 강함에 대해 얘기하시며, 저자가 자신과 동년배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얘기해주셨다. 예슬 샘은 <산책하는 마음>의 섬세한 문체가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었음을 얘기해주셨다. 보통 비판 의식 없이 책을 수용하는 내게 예슬 샘의 솔직한 평은 책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 겸목 샘은 이 책에는 불필요한 문장도 있지만 의미 있는 생각이 담겨 있음을 얘기해 주시며, 글을 쓰려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 책이라 얘기해주셨다. 

 

책에 대한 논의를 마치며 겸목 샘으로부터 이번 주에는 최소 30분 이상 산책을 해 보자는 숙제를 부여받았다. 이번 주에는 산책을 하며 어떤 생각이 들어갔다 나가는지 찬찬히 바라보며 '산책하는 마음'을 톺아봐야겠다.

 

 

댓글 6
  • 2021-10-12 18:49

    날씨가 쌀쌀해지고 비가 오락가락하고 해야 할 일이 늘어나니 산책이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어요. 산책이 좋은데 왜 1순위는 될 수 없나 생각해봅니다. 다들 걷고 느끼고 생각해보는 일주일 보내고 오세요~

  • 2021-10-12 19:12

    현재샘의 후기를 보며, 저의 산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네요.

     

    최근 몇년, 사는게 참 힘들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마음의 부산스러움을 떨치기 위해 한동안 미친듯이 걸었습니다. 그것도 사람이 없는 한밤중에. 그러다 아무도 없는 탄천 옆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리고 집으로 오곤 했었습니다. 덕분에 아직까지 그럭저럭 살고 있는지고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 2021-10-12 20:44

    또 하나의 자기를 몸에 안고 있는 현지샘 후기 고맙습니다.

    겸목샘 말씀처럼 저에게도 산책은 항상 후순위였던 것 같습니다. 의식적으로 산책을 나가고자 마음 먹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여유가 생겨야 산책하는 건지 산책하면 여유가 생기는 건지!! 여유롭게 걸으며 나와 마주치는것이 두려운건지!! 댓글 입력하고 다 내려놓고 산책 한 번 나가 보렵니다^^

  • 2021-10-12 22:06

    이번 시간 발제를 해 오신 현지샘과 지연샘의 발제글을 읽고 "와, 엄청 잘 쓰시는 분이 많구나." 새삼 느꼈어요. 남편에게도 두 분의 글을 보여 주었더니 작가냐고 묻더라고요. 남편은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자랑하러 모이는 것 아니야? 이렇게 잘 쓰는 사람들이 왜 글쓰기를 배워?" 맞아요. 참 글을 잘 쓰셨어요. 각자의 고유한 경험과 자신만의 생각이 잘 살아있는 것 같아서 박지원작가님의 글보다 더 잘 읽히는 글을 주신 것 같았어요. ^^

     

    수업중 글쓰기 강좌를 듣는다는 말을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저도 한번 생각해 보았어요. 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분명 내 앞에서는 "와, 대단하다. " 뭐 이렇게 긍정적으로 말하겠지만 속으로 "참, 취미 한번 이상하네. 무슨 나이가 들어가는데 공부를 하냐? 머리 아프게?" 이런식으로 생각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이 말은 남편이 한 말입니다. 실제로 직장에서 가장 친한 친구에게는 이야기를 했고 그 친구에게 같이 시간을 내자고 했는데 다음에 하겠다더군요. 그 친구외에는 저도 아예 직장에서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요. 너무 사적이기도 하지만 거의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어쩌면 이것은 나만의 오해일지도 모르죠? 

     

    제 산책 짝궁은 아들이에요. 아들과 요즘은 낱말 맞추기 게임을 하면서 걸어요.  예를 들면 "사0, 0일" 이러면서 가운데 들어가는 공통 글자 찾기 놀이요. 아들은 손 잡는 것을 엄청 좋아하고 내게 기대고 치대는 것도 좋아해요. 한참을 걷다보면 너무 기대서 귀찮을 때가 꽤나 있죠. 무겁기도 하고. 그런데 이럴 날들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알아서 왠만하면 참고 즐기려고 해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어가기는 하나봐요. 

  • 2021-10-12 22:10

    지금 막 한시간여 걷고 들어왔어요

    식구들과 함께 걷지만 거의 침묵 속에서 각자 걷죠^^

    날씨가 쌀쌀해져서인지 걷는 사람들이 좀 줄어든것 같기도 했어요

    많이 자란 풀들을 오늘 깎았는지 풀냄새가 진하게 나는게 마스크를 썼어도 맡아져서 좋았어요

    이제 산책하는 마음을 읽고 잠자리에 들려고요^^

     

    참!

    현지샘은 글을 참 잘써요^^

  • 2021-10-13 22:40

    저는.. 서로 알고 있었지만.. 현지샘과 저에게 투병하는 엄마와 산책이라는 공통의 연결고리가 정말 신기했어요. 그리고 현지샘이 지금 누리고 있는 더할 수 없는 행복이 너무 기뻐요- ^^

    맘의 여유나 시간이 없는 주였는데, (책은 약속된 분량을 못읽었지만) 숙제를 결국 해냈다는 뿌듯함이 더 큰 한주였네요 ㅎㅎ 발제문에 메모도 지우지 않고 올리지 않나.. 청소하고 나오다보니 현지샘에게 인사도 안한게 생각이 나도.. 아직도 뭔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22일에 모든 게 끝날 것 같아서 다행이 에세이는 제정신으로 쓸 것 같네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69
N [평비글]7차시 4월 21일 세미나 공지
겸목 | 2024.04.15 | 조회 30
겸목 2024.04.15 30
168
<평비글시즌1> 6차시 후기 (2)
꿈틀이 | 2024.04.14 | 조회 52
꿈틀이 2024.04.14 52
167
[평비글]6차시 4월 14일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세미나 공지 (9)
겸목 | 2024.04.09 | 조회 72
겸목 2024.04.09 72
166
평비글 시즌1, 5주차 '오웰과 나' 합평 후기 (4)
수영 | 2024.04.08 | 조회 70
수영 2024.04.08 70
165
[평비글]5주차 후기<나는왜쓰는가>글쓰기합평 (5)
단풍 | 2024.04.08 | 조회 74
단풍 2024.04.08 74
164
평비글 4차시 후기<나는 왜 쓰는가> (6)
무이 | 2024.04.04 | 조회 86
무이 2024.04.04 86
163
평비글 4차시 후기<나는 왜 쓰는가> (6)
시소 | 2024.04.02 | 조회 80
시소 2024.04.02 80
162
[평비글] 5차시 4월 7일 세미나 공지 (2)
겸목 | 2024.04.01 | 조회 70
겸목 2024.04.01 70
161
[평비글] 3차시 후기 (5)
먼불빛 | 2024.03.29 | 조회 86
먼불빛 2024.03.29 86
160
[평비글] 3차시 후기 (4)
이든 | 2024.03.27 | 조회 80
이든 2024.03.27 80
159
[평비글]4차시 3월 31일 <나는 왜 쓰는가> 공지 (9)
겸목 | 2024.03.25 | 조회 106
겸목 2024.03.25 106
158
[평비글] 3차시 3월 24일 공지
겸목 | 2024.03.20 | 조회 74
겸목 2024.03.20 7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