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단짠글쓰기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한다> 2 후기

정의와미소
2021-07-27 00:24
312

글쓰기를 배우려고 시작한 세미나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글쓰기를 점점 더 어렵게 한다. 그 이유는 글쓰기의 기술이 부족한 것보다 손톱만큼 작은 자기 인식의 한계가 차츰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위안으로 삼는 것은 세미나를 함께 하는 학우들 덕분에 그동안 보지 못한, 생각해 보지 못했던 면들을 발견하면서 조금씩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점, 세미나 책으로 다른 사유를 만날 수 있어 자그만한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 마지막 세미나의 화두는 단연 '고통'에 관한 이야기였다. 현지샘은 슬픔이 자랑이 되어야 한다는 글로 작가가 상실과 고통을 어떻게 넘어서는 지를 써주셨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세상의 고통에 반응하지 않는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간다고 하셨다. 요즘 같은 세상에 비슷한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인으로 공감이 갔다. 언희샘은 외할아버지의 대상 포진이라는 병의 에피소드를 통해 고통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셨다. 특히 언희샘이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분들에 대한 생각은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삶에 대해 더 애착이 많고, 열심이라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우게 된다고 하시는 겸손하신 생각.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은 타인에 대한 이해, 배려에서 시작되어야만 한다.  조은샘은 사회에 나와서 만나게 된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은 아직은 고통에 머무르는 단계에 있다 했다. 아직도 고통을 대처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선주샘은 사회복지 관련한 일을 하면서 접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고통받는 이야기와 우리가 연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살짝 본,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은 찐 사회활동가의 모습이었는데  선주샘 같은 분이 사회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맞서 글로 싸우고 있는 정희진 작가를 만나면서 나는 고통과 두려움이라는 부정적 감정들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세미나를 통해 고통,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겸목샘은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 어려운 일, 고통스러운 일을 서로 도우면 서로 윈윈인데 왜 그러지 못할까? 하는 것들.  내가 고통스러운 글들을 읽어내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 더더더 들어가보면 그 이유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도 하셨다. 난 여전히 부정적 감정들이 담긴 글들을 잘 읽지 못한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 나쁜 사람들에 대한 인간 혐오의 감정들에서 한참동안 벗어나기가 어렵다. 특히 제주 4.3 이나 세월호에 관한 아픈 글들이 그렇다.  추모집회나 행사에는 참여하는데 왜 그런 진실을 담은 글 읽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풍샘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이 주제를 밀고 나가보라고 응원해주신다. 다음 글쓰기의 주제를 이걸로 잡아야 하나 고민중이다. 

 겸목샘은 각자가 아픈 것들을 기록하고, 글로 써내어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사소할 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하셨다.  '행복 강박을 버리고 비극을 허하라'  이것이 우리가 두려운 감정을 마주할 수 있는 열쇠인 듯한데, 살면서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 문제인 것 같다.  글쓰기의 방법 이외에도 음악이나 영화, 이런 류의 표현 방식을 통해 부정적 감정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언희샘은 루시드 폴의 'still there, still here' 을, 겸목샘은 하림의 '그 쇳물 쓰지마라'를 추천하셨다. 참고로 이건 노래들이다.  또 니체의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비극의 기원을 이야기해주시며 그리스 가장 번성기에 강자들이 고통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비극이 번성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우리가 고통과 두려움의 감정을 바로 마주할 수 있는 것, 글쓰기를 통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정희진 작가 글이 힘이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공감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더 사유하고, 다른 패러다임으로 사태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사유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세하게 더 밀고 부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이 매력있다. 다르게 보기를  배웠으니 이젠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자! 오늘 세미나를 마지막으로 담주부터는 본격적인 서평쓰기이다. 그러니 글쓰기의 노동, 수고로움, 진정성, 성실함, 그리고 윤리를 바탕으로 우리 모두 자신만의 사유를 지닌 눈 밝은 '쓰는 자'가 되어 보기로 하자. 글쓰기는 힘든 일이지만 제 스스로 자처한 일이므로 말이다.   

댓글 5
  • 2021-07-27 09:44

    정의와 미소샘 후기 잘 봤습니다. 샘의 따뜻한 마음이 고통도, 두려움도 그리고 글쓰는 것도 모두 담기를 응원합니다.

    노래 넘 좋습니다!!

  • 2021-07-27 10:05

    오우,,,후기가 참 알차고 좋아요,,,!

    정의와 미소샘의 글쓰기, 완전 응원하는 1인입니다! 

  • 2021-07-27 10:55

    자기 인식의 한계.. 그게 ‘나’라는 지옥이죠 ㅠ 한계의 한계를 계속 깨달을 수밖에 없는 글쓰기..ㅠㅠ  그래도 글쓰기가 왜이키 재밌는지.. ㅋㅋㅋ 쓰기 전엔 생각하지도 못했던 구상들이 떠오르며 단어와 문장들을 쓰면서 발견하는 즐거움은 좀더 과장해서 말하면 신대륙 발견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ㅋㅋ 

    더위와 함께 우리 불태워봐요~~ 

    전 오이소박이 담그는 중이요~ 덥지만 식사 꼭 잘 챙겨 드세요~ 

  • 2021-07-27 12:32

    세미나시간이 다시 그려지는 꼼꼼한 후기네요

    글쓰기생각하니 답답~~해지기도 합니다만 ㅋ

    은가비샘은 글쓰기가 재밌다는데 그래서인지  샘글도 재밌어요 ㅎ

  • 2021-07-31 21:52

    저도 고통을 직면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저의 성향 또한 읽고 쓰는 과정에서 알게 되네요. 특히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쓰기를 통해야만 알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네요. 정의와미소샘 세심하고 솔직한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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