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생각한다> 1회차 후기

김언희
2021-09-14 21:44
93

2주라는 짧은 방학이지만, 왠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것 같은 설렘으로 문탁 2층의 문을 들어섰다. 기존 멤버들과 새로운 멤버들의 조합, 지난 시즌과 다른 좌석 배치. 이 모든 것들이 시즌 3만의 새로운 색깔로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첫 모임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에 반해 『숲은 생각한다』에 대한 반응은 우리말이지만 왠지 낯설다였다. 그럼에도 읽기를 포기하지 않은 자신에게 칭찬을 한다는 현지 선생님의 말씀처럼, 다들 텍스트 자체에 대한 낯섦과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는데 대한 낯섦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첫 모임을 시작했다.

 

우선, 겸목샘께서 『숲은 생각한다』가 선사한 낯설음에 관해 근대 학문이 가져온 인간과 자연의 분리, 몸과 마음의 분리, 문화적 다양성을 우열의 관점에서 서열화 시키는 과정, 그리고 이에 대한 폐해,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고자 하는 포스트휴먼의 관점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셨다. 또한, 『숲은 생각한다』에서 인간과 비인간 모두 자기의 기호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읽어냄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의 경험이 우리의 경험이 되어 일반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해 주셨다. 참석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목소리가 갈라질만큼 열정 강의를 해 주는 모습을 보며, 지식을 나눈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되었다.

 

현지샘은 정희진이 앎의 이유와 목표가 ‘나는 누구인가?’에서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탐구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인간적인 것 너머의 세계에서 ‘나’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 생명을 命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고방식과 이를 통한 세계 인식에 대한 확장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가왔다.

 

지연샘은 인간 너머의 존재에 대한 몰이해와 타자화된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 지적해 주셨다. 최근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문제들도 결국 인간중심주의가 낳은 문제점임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너도 생각한다’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모두 평등한 존재로써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 우리의 사고 확장이 무엇보다 필요함을 환기했다.

 

그리고 마지막 발제자로써 나는 어린 시절 시골 생활의 경험과 숲은 생각한다의 이야기를 접목해 보았지만, 결국 인간인 나의 관점으로 그들을 이해하는 습관적 사고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듦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 명의 발제 속에서 공통적인 부분은 모든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존중의 마음과 나를 넘어서는 우리로의 확장된 경험을 위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확장은 습관화된 나의 패턴을 벗어나야 하는데, 이것은 시련과 좌절을 통해 획득되는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변화가 그냥 주어지지는 않는가보다.

 

정의와 미소님은 인간과 비인간이 우리의 경험이 되는 과정에서, 비인간 존재들의 영역으로의 확장이 침입이나 침범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해 주셨다. 사실, 이 부분이 집으로 돌아와서도 마음에 많이 남았는데, 상담에서도 소통이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내가 내담자와 만나 진정하게 소통한 순간이 얼마나 있었을까 환기 되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인간들이 소통이라는 명목으로 타인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고 황폐화 해버리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단풍님은 다양한 질문을 해 주셨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회사에서 사표를 썼다 철회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표를 내려다 문득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던 이야기를 통해 결국 나 혹은 인간이라는 틀 안에 갇히지 않을 때, 확장된 사고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씀해 주셨다. 『숲은 생각한다』가 낯설기도 하지만, 조금만 나의 시선을 돌려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것을 단풍님의 이야기를 통해 환기할 수 있었다.

 

정진우샘은 말 대신 눈빛으로 이야기 하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시즌 2에서는 직각의 자리배치를 하고 있어, 나와 같은 열에 앉은 분들은 목소리만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둥근 자리배치를 통해 참석자들 모두의 눈을 보며 이야기 할 수 있었는데, 정진우샘이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들을 때, 엄청 눈빛을 반짝이며 귀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인간-비인간의 소통이 언어로 매개되는 것이 아니듯, 마스크를 벗고 표정을 볼 수 있다면 나와 너가 우리가 되는 경험도 훨씬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끝으로, 아이들이 성장해서 공부를 새롭게 할 수 있게 되어 기대가 된다는 선생님, 직장에서의 마음의 힘듦을 글로써 써 보고 싶다는 선생님, 그동안 거리가 있어 선뜻 문탁에 발을 딛지 못하다 동료와 함께 오게 되신 선생님,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이렇게 문탁에 오게 된 선생님까지 네 분의 새로운 멤버들이 시즌 3의 기대감과 걱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주셨다. 사실, 우리 모두는 개별 존재들로 이 자리에 왔지만, 매 회차 조금씩 경험을 공유하면서 우리라는 확장된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네 분 선생님께서 시즌 3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하며, 처음 기대했던 그 바람들을 잘 만들어 가시길 기원해 봅니다. (네 분 선생님 성함을 외우지 못해, 성함 작성을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그리고 숲 속 집에 살고 계신 인디언 선생님, 다음 시간에 봐요~^^

 

 

 

댓글 6
  • 2021-09-15 11:00

    와! 정리의 달인이세요~ 평소 저는 첫 수업, 세미나 첫번째 시간의 어색함을 참 뻘줌해하는 사람이에요. 빨리 익숙해지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시즌3는 시즌3대로 나름의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 같아요~ 그 긴장감을 느껴보려 합니다!

  • 2021-09-15 11:11

    결석생이 고대하던 후기가 올라왔네요

    언희샘 감사해요

    책이 재미있으면서도 읽기 쉽지 않은건 저뿐만은 아니었나보네요 ㅎ

    새로 참여하신 분들도 궁금하고 다음 시간에 두배로 반갑게 뵙겠습니다^^

  • 2021-09-15 12:33

    발제가 끝나서 이렇게 속이 후련하고 맘이 놓이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ㅎㅎ 어려운 책은 고통스럽지만, 그 덕에 문장들을 한번씩 더 읽게 되고, 더 활발한 토론이 되는 것 같아요. 발제문도 남달랐던 언희샘! 따뜻한 후기 감사합니다! 

  • 2021-09-15 13:12

    와... 후기 너무 좋아요...ㅜㅜ 그 자리에서 일찍 나와서 너무 아쉬웠는데...... 언희 샘 너무 감사해요!

    (저는 다음에 시간을 오롯이 보낸 뒤, 후기 작성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2021-09-15 22:15

    고대했던 후기 만큼이나  언희샘의 잘 정리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문득, 마스크로 입을 가리지 않고 눈을 가리고 대화하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며,  세미나 시간에 말로서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해야겠다는 반성을 합니다^^

  • 2021-09-17 00:10

    숲은 생각한다는 책 표지의 느낌과는 달리 마치 철학책을 읽는 기분이었어요.  인류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에,  왠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생각나게 하는 문장들, 그리고 현상학적 문제들의 언급까지, 책 내용이 잘 들어오질 않네요. 그래도  세미나 덕분에 이해가 안되었던 부분이 많이 이해되었답니다.  특히 겸목샘의 소쉬르의 언어학에 대한 설명과 퍼스가 말하는 기호, 인덱스, 상징에 대한 설명 덕을 많이 보았어요.  언희샘의 발제문은 마치  이야기를 듣는 듯해서 재미있었어구요.  이 책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낯선 것을 익한 것으로 보기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집 강아지는 나에게 어떤 기호를 나타내고 있을까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ㅎㅎ

    우리 추석 연휴 잘 보내고  모두 건강히 다음 일요일에 뵈요~~

    다음 발제자라  전부치러 가면서 빨리 읽어야겠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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