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단짠 글쓰기 '짓기와 거주하기' 2부- 후기

김지연
2021-04-11 15:45
443

일요일 아침마다 단짠클래스에 모인지도 어느덧 5주차가 되었는데, 처음으로 두 분이 빠진 채로 클래스가 진행되었다. 인디언샘은 예고하신대로 제주로 가족 여행을 가셨고, 지선샘은 기침이 심해져 행여나 문제가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빠지셨다. 발제문을 출력하면서 겸목샘과 한주 간의 안부를 물었고, 방 안에서도 숨쉬는돌 샘과 엘림 샘 간에 아기 건강 얘기가 한창인 것 같았다.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가벼운 대화가 오고가는 분위기가 좋았다.

 

두 분이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가 먼저 발제문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보면 앞서 읽은 내용을 자꾸 잊어버리곤 해서,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마음으로 발제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글과 송도를 비롯한 기술과 도시의 관계 대목에서 감정이입이 심해져 요약글을 감상문으로 마무리 하고야 말았는데, 나의 심적 갈등이 들으시는 분들에게 전달된 듯 했다. 다음은 평소 말수가 적으셨던 정진우 샘의 차례였는데, 책에 등장하는 도시들을 구글맵에서 찾아보며 읽으셨다고 했다. 그 대목에서 나를 포함한 몇몇  분들이 작은 소리로 감탄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책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하나 배웠다!) 이어서 빠른 개발 이후 황량해지고 있는, 부모님의 거주지인 구미에 대한 우려와 빌을 짓는 건축업에 종사하시며 시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점에 대한 부끄러움도 고백하셨다.

 

단짠을 시작하며, 새롭게 알게된 세계와 내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세계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정의와 미소 샘은 인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그 갈등이 계속될 것이지만,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계속 고민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특히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 마찰없음을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니, 우리가 별도로 삶에서 마찰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떠한지 제안해 주셔서 개인적인 고민에 좋은 단초를 얻은 것 같다. 단풍샘도 공동체적 삶을 위해 집도 짓고 책도 읽는 삶을 살고 있지만, 타자들과 함께 해야만 하는 생활 속에서 때로는 절충하고 때로는 받아들이며 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하셨다. 겸목샘은 전자업계에 종사하는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직업에서 똑같은 갈등을 겪고 있다며, 우연히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게 된 평전 수업 이야기를 해주셨다. 빌게이츠 자서전 등을 읽었다면 있을 수 없는 질문이, 요즘 학생들에게는 너무 낯선, 체게바라 평전을 읽는 과정에서는 생긴다는 것이다. 많은 제도와 시스템이 우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인간으로 퇴화시키고 있지만, 낯선 것을 경험하는 순간 질문이 생기고 자기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편리하고 익숙한 기술과 소비를 포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단풍 샘과 현지 샘에게 식기세척기와 스타벅스는 안전하면서도 유용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에 모두 크게 웃기도 했다. (오늘의 큰 웃음은 스타벅스와, 제일 두꺼운 3부 발제를 앞둔 엘림 샘의 스트레스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쉬는 돌 샘의 의견처럼, 낯선 것은 안전한 경험이 줄 수 없는 가치있는 경험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낯선 책을 읽고,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이 아닐까.  

 

그 밖에도 편집된 행복을 보여주는 SNS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이웃과의 마찰과 학생 간의 다툼마저 분쟁조정기구에 의존해서 해결하는 것이 꽤 편리하기는 하지만 과연 맞는 것인지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소재를 통해 의견을 나누었으나, 결국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고 협력하며 살아나가는 더 나은 방식을 찾아보자는 것이 (은가비 샘이 느끼셨던 것처럼) 따뜻한 시선을 가진 리차드 세넷의 제안인 것 같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당장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만 계속한 것 같다. 은가비 샘이 보았던 청계천 아래 카메라 장사꾼들과, 정의와 미소 샘이 보았던 해방촌 주민들은 어디로 갔을지 궁금해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너무 내 문제에만 고착되기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너무 바싹 들이대지는 말고, 주변에 적절한 관심을 가져야겠다. 

 

p.s. 더불어 매주 주어진 분량을 읽기도 버겁지만, 클래스에서 언급하시는 책들을 언젠가 꼭 읽어보겠다는 결심도 한다- ^^

  • 황정은 "백의 그림자"
  • 권여선 "사랑을 믿다"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댓글 6
  • 2021-04-11 20:00

    글쓰기를 마음에 품고 오신 분들이라선지, 발제에 담긴 샘들의 고민의 무게감에 매주 놀랍니다. 오늘 우리가 타인의 무게에 대해 오래 이야기했는데, 샘들의 고민의 무게에도 너무 막막해하지 않으며 출구를 찾아보려 합니다^^ 한 주 잘 보내고 또 일욜에 봅시다~인디언샘 지선샘 담주에 봬요!

  • 2021-04-11 20:40

    후기를 올려주신 샘들의 글을 읽고 매번 놀랐는데 오늘 지연샘 후기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랍니다!!

    저는 책을 읽다 '앞에 무슨 내용이 있었지?' 하는 것은 일상이고, 수업시간의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이렇게 복기를 잘 해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우연히 듣게된 클래스, 우연히 만난 샘들... 책읽고 글쓰는 것 뿐 아니라 저를 돌아보게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등대를 만난것 같아 행복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 2021-04-12 07:21

    오전세 세미나하고 오후에 후기쓰는 정말 부지런하십니다^^

    멀리서도 세미나풍경이 보이는듯하고

    샘들의 고민거리가 느껴지는듯 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제가 살던 동네에서도 많이 보아오던터라 저도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샘들과 얘기를 나눴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군요^^

    지선샘 언넝 괜찮아지시길요

    담주에 뵐께요~~

  • 2021-04-12 09:20

    역시 함께 읽기는 힘이 세네요^^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꼼꼼하게 어제의 분위기와 느낌까지 전달해주신 후기를 읽으니 마음까지 훈훈해집니다. 고맙습니다^^

  • 2021-04-12 12:28

    지연샘의 후기는 단짠의 호흡도 알게해주는 디테일함이 살아있네요^^ 지연샘은 수많은 질문이 생겼으니, 차근차근 같이 풀어나가봐요~ 저도 덕분에 함께 풀릴거 같은 기대가 생겨요^^

    글쓰기모임이라 그런지 책의 문맥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꼼꼼히 살펴보시는 샘들에게 무한 존경을 느꼈어요~~ "거리의죽음(death of distance)"을 해석하시는 다른 의견들~~ 영어를 읽지 않는데...집에서와서 단어 찾아봤다는...ㅋㅋ

    겸목샘의 "갑작스런 기대 하지 않는 곳"에서 신선한 질문이 나오는 것 처럼 단짠의 모임이 그런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고, 편집된 삶을 보여주는 SNS도 타자를 만나기 위한 인간의 순수의지로 부터 시작됬을거란 생각..그러기에 우리는 계속 타자의 무게를 실감하는 감각을 키워야 겠구나란 생각....

    세넷의 책은 마구마구 흐트러놓는 미꾸라지 같아요~^^;

    점심시간에 여유롭게 읽는 후기~ 여기가 후기 맛집인가요?ㅋㅋㅋㅋㅋ

  • 2021-04-13 12:46

    모르면 일어나지 않았을 삶의 작은 균열과 틈새가 공부의 재미인 것 같아요.. ^^

    이번주는 '타자의 무게'와 타자와의 관계 맺음에 대해 생각하며 지내보려고 합니다. 

    후기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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