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처방전>7회 방광염편

새털
2020-10-16 22:53
154

뻔하지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강화길의 단편소설 「음복」을 처방합니다

 

 

  효숙씨는 일복도 많지

  효숙씨와 나는 여섯 살 차이가 난다. 여섯 살의 차이는 묘하다. 내가 학교 운동장을 어슬렁거리는 땅꼬마였을 때 그녀는 초등학생이었고, 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녀는 교복을 입는 중학생이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서로의 관심사가 겹칠 수 없는 ‘나이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방광염을 하소연했을 때,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아들었다. “아! 그거 되게 아프고 짜증나잖아요!” 나도 한때 비뇨기과를 들락거리며 방광염을 치료했던 적이 있었다. 비뇨기과 대기실은 내가 갔던 어떤 병원보다도 적막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도 말이 없고, 간호사들에게서도 무심함을 가장한 친절과 어색함을 감추려는 침묵이 느껴졌다.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도 고역이라 빈 공간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나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비뇨기과 인테리어의 포인트는 발기부전의 원인과 전립선의 건강비법을 알려주는 게시물들이었다. 그래서 입 다물고 눈 감고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은 명상시간처럼 고요했다. 내가 비뇨기과에 갔던 것은 사십대 초였다. 해야 할 일이 많았던 때였다. 의사선생님은 급성 방광염은 항생제로 금방 치료되는데, 이게 반복되면 치료하기 힘든 만성 방광염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주셨다. 만성 방광염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의사선생님의 ‘주의’가 늘 귓가에 맴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신장과 방광의 기능도 노화될 것이고, 요실금도 걱정된다. 가끔 재채기를 하거나 뜀박질을 하다 깜짝깜짝 놀란다.

 

  효숙씨는 나보다 긴 방광염의 역사를 갖고 있었다. 대학생때 알바로 학비도 벌고 용돈도 벌어야 했는데, 장시간 일을 하다보면 화장실을 안 가고 참게 되는 날이 많았고 그럴 정도로 일을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몸에도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대학생이 되기 전에도 효숙씨에게는 일이 많았다. 시장에 장사 나가는 어머니 대신 오빠와 동생들 밥 차려주고 학교에 가야 했고, 김장과 명절 차례상도 혼자 다 해치웠다. 어머니는 바빴고, 남자는 집안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가부장제 집안의 맏딸이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집에서 탈출하는 길이 결혼이라고 생각했는데, 결혼 후에는 시댁의 대소사가 효숙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늘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둘 다를 손에 쥐고 놓지 못했던 것 같아.”

  효숙씨는 현재 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 둘을 기르며 평생교육원에서 ‘보육교사과정’을 이수했고, 당시로는 드물게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해서 인기 많은 강사였다고 한다. 돈도 잘 벌었다. 돈을 벌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서관 봉사활동도 했다고 한다. 도서관 봉사활동은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의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최근 십 년 마을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고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기본이 되는 철학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였다. 친정과 시댁의 대소사와 두 아이의 양육, 가사노동 그리고 돈을 버는 일과 공부하는 일까지, 효숙씨는 ‘일복’도 많다. 일복 많은 효숙씨에게 방광염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방광염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효숙씨는 나름대로의 자가 치유법을 갖고 있다. 방광염이 재발되는 불길한 감이 느껴지면, 물을 많이 마셔서 염증을 빨리 배출하려고 하고 스스로에게 휴식시간을 준다.

 

  “젊었을 때는 무리해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안 되더라.”

  이건 효숙씨만의 깨달음이 아닐 것이다. 만성 방광염을 걱정하는 ‘나’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당신’도, 그리고 ‘착한 딸’, ‘좋은 엄마’,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 되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경험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뻔하고 지겨운 이야기라고? 그럴까?

 

 

  집안의 악역은 누구인가, 강화길의 음복

  올해 우리 집에서는 가사노동의 분담이 이루어졌다. 그 동안 집안일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던 남편이 저녁식사 후 설거지를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의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아니고, 큰딸이 아버지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전담하는 ‘악역’을 자처하고 나서 가능한 변화였다. 밥상머리에서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하던 큰딸은 급기야 더 이상 아버지와 같은 집에서 살 수 없다고 집을 나갔다. 딸의 가출을 외박쯤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던 남편은 그것이 자신에게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는 딸의 ‘선전포고’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설거지를 하기로 합의했다. 두 사람의 다툼과 합의과정을 지켜보면서 ‘엄마이며 아내인’ 나는 불편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딸에게 미루었다는 죄책감이 들고, 딸의 투쟁에 ‘무임승차’한 것 같은 자괴감도 들었다. 나는 남편과는 말이 안 통할 것 같았고, 그런 남편과 입씨름하며 시간을 보내기 싫었다. 내가 ‘악역’을 피하기 위해 남편으로 대변되는 가부장제적 질서와 공모관계를 맺고 순응해왔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수치스러웠다.

 

 

 

 

  강화길의 단편소설 「음복」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가 남성권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안 여성들의 복잡한 권력관계에 의해 유지되는 모습을 치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혼 1년차 며느리인 세나는 시댁에서 치루는 첫제사에서 은밀히 이루어지는 집안의 공모관계를 단박에 파악한다. “다른 식구들의 신경을 긁어대는 인간, 미움받을 소리를 잔뜩 늘어놓고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못돼처먹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12쪽)인 시고모가 그 집안의 ‘악역’이 된 이유라든가, 며느리와 아들에게 쿨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집안 제사를 혼자서 도맡아하는 시어머니의 처세술, 이러한 역학관계를 눈치조차 못 채는 남편의 ‘무지’까지 세나는 영특하게 알아챈다. 이러한 영리함은 세나의 비범한 감수성 때문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세나의 집에서도 외할머니와 엄마 사이 펼쳐졌던 애증의 드라마가 있었고, 자신과 엄마 사이에도 미움과 연민의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엄마가 우는 걸 자주 봤으니까. 외할머니가 외삼촌을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큰딸을 여러 번 아프게 했다는 걸 알았으니까. 대학교를 갈 수 없게 했고, 결혼식에 돈을 보태주지 않았고, 사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결국 그 사위가 보증 빚을 졌을 때 매일 전화를 해서 한숨을 쉬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누군가에게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몇 시간이고 떠들어댔다. 울었다. 하소연하고 속을 풀었다. 네가 아니면 누가 나를 이해해주니. 네가 나를 이해해줘야지. 그리고 다시 전화를 해서 말했다. 너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래? 너 때문에 내가 잠이 안 와.

  그리고 엄마는 외할머니가 보는 앞에서 외삼촌의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는 성적이 어느 정도니. 친구는 있니? 살이 너무 찐 거 아니야? 운동을 해라 운동을. 응? 아직도 용돈 받니? 우리 애는 이제 독립했는데, 너는 결혼은 안해? 남자친구는 있니?

  그래. 내 엄마가 우리집의 악역이었다.              (<음복>,  『화이트 호스』, 문학동네, 2020년, 37쪽)

 

 

  가부장제의 대표적인 피해자인 ‘어머니’는 자신의 ‘딸’에게 가장 많이 의존하면서도 그 딸을 아들과 차별한다. 딸들은 출가 후에도 친정어머니의 ‘심리적 의지처’ 역할을 해야 하고, 시댁의 며느리 역할도 잘 해내야 한다. 그 딸이 어머니가 되어서는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어머니로 인정받는 일로 자신의 인생을 보상받고 싶어진다. 여기서 가부장제의 피해자인 ‘여성’의 왜곡된 욕망이 왜곡되게 표현되는 ‘기괴함’이 연출된다.

  나는 효숙씨의 일에 대한 욕심과 방광염에도 이러한 기괴한 판타지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을 본다. 나는 큰딸이 ‘못된 기집애’ 소리 들으며 제 아버지와 싸우는 모습을 목격하며 나도 스위트홈 판타지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돈 벌어오는 남편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고 그의 비위를 잘 맞춤으로써 남들 눈에 그럴듯해 보이는 ‘즐거운 나의 집’을 지키고 싶었다. 나는 이 뻔하고 진부한 욕망을 딸에게 들켰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러한 사실을 없었던 것처럼 모르는 척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민망하다.

 

 

  종종 충동은 들어. 확……말해버릴까.

그러니까 내가 너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말이다. 이를테면 시어머니가 할머니를 모시며 함께 살고, 제사를 열심히 챙기기로 한 대신 시아버지는 너의 삶에 어떤 상관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그 약속에는 나의 삶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며느리인 내게만 말해주기로 역시 약속했다는 것.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볼까. 나는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 내용이 담긴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시어머니는 글 말미에 이렇게 썼다.

  ‘그러니까 앞으로 제사에 오지 않아도 된단다.’

  그녀는 강조했다.

  ‘정우는 다 모르게 해줘.’                                   (<음복>, 35~36쪽)

 

 

  ‘시할머니-시고모-시어머니-며느리’로 이어지는 카르텔은 오늘날 희미해진 것 같지만, 아주 없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그리고 효숙씨는? 우리는 이 뻔하고 지겨운 여성 카르텔을 바꿀 수 있을까?

 

 

  ‘할머니-어머니-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효숙씨의 자식들은 이제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다. 자식들의 양육이 끝나자, 치매가 시작된 친정어머니를 돌보는 일이 효숙씨에게 돌아왔다. 중년의 나이를 넘긴 오빠들에게 맡기기도, 그 배우자인 올케들에게 맡기기도 여의치 않아, 친정어머니의 간병은 효숙씨의 몫이 되었다. 효숙씨는 한 달에 두 번은 대구로 내려가는 기차를 탄다. 대구에 혼자 사는 친정어머니가 드실 반찬을 만들고, 하룻밤이라도 같이 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무료함을 달래드리려 한다. 갑작스런 호출이 있으면 수시로 대구로 내려간다. 용인과 대구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한다는 것이 피곤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락가락하는 친정어머니의 기억력에 더 억장이 무너진다.

  “이렇게 일이 많은데 어떻게 안 아프겠어?”

  “맞아. 아픈 게 정상이야.”

  갱년기와 동시에 친정어머니의 간병이 시작된 효숙씨는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취업을 해서 독립을 한 우리 집 큰딸의 일상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혼자 사는 이십대 여성의 공포와 두려움이 있다. 밤늦은 시각 인적 드문 길을 걸어갈 때, 회식 후 택시를 타고 귀가할 때, 택배기사가 현관문의 초인종을 누를 때, 매순간 불안과 안심 사이를 오간다. 특히, 상사가 자기 아버지보다 더 말이 안 통하는 ‘꼰대’라면 버텨낼 수 있을지 자신 없어 한다.

 

  나는 가끔 딸에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는다. 햇반만 먹지 말고 밥을 해먹으라고, 시간을 내서 꼭 운동을 하라고 잔소리를 한다. 내가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나는 효숙씨와도 가끔 차를 마신다. 젊은 작가 강화길의 단편소설 「음복」을 어떻게 읽었는가 소감을 묻고, 요즘 애들은 우리보다는 똑똑한 것 같다는 내 독후감을 들려준다.

 

  “나는 내가 한 일들의 가치가 제거되는 것 같아서, 소설을 읽으며 거부감도 들었어.”

  효숙씨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나는 딸을 보며 기특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저 혼자 큰 줄 알고 잘난 척 하는 모습이 밉상일 때도 있다. 효숙씨와 나 그리고 내 딸과 효숙씨의 친정어머니, 우리는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될까? 치매가 시작된 80대 여성과 갱년기의 50대 여성,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여성은 ‘할머니-어머니-딸’이 아닌 다른 관계로 만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효숙씨와 연옥씨(나) 그리고 소영씨(딸)의 이름을 되찾는 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효숙씨의 친정어머니의 이름은 무엇일까?)

 

  “효숙씨는 매사에 혼자 결정해버리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아.”

  “내가 결혼도 일찍 하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서, 사회성이 부족해. 대인관계가 조심스럽고 어려워.”

  효숙씨는 ‘밀당’의 기술이 부족하다. 의견을 나누고 협상을 하고 타협을 하는 과정을 견디지 못해 “그냥 내가 할게!”라고 먼저 손을 드는 사람이다. 스스로 한 선택이지만,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숨 막힐 것 같은 긴장감을 견디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고, 그의 복심을 읽으려 애쓰고, 거리를 조절해가는 능력이 관계의 기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어.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내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겠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고.”

 

 

 

 

  최근 효숙씨는 ‘밀당’의 기술을 연마하는 비법을 눈치 챈 것 같다. 나는 효숙씨에게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를 추천하고 싶다. 국수집 아들 뚱보 팬더 포가 ‘용의 전사’가 되는 영웅담을 담고 있는 ‘쿵푸 팬더’에서 거북 대사부, 시푸 사부, 무적의 5인방이 없다면, 드라마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력자 조연들의 ‘조언’으로 주인공 포는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효숙씨의 드라마도 그러하다. 미리 벽을 쌓고 기대하지 않았던 주변사람들을 ‘빛나는 조연’으로 캐스팅해본다면, 효숙씨의 스토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보여주는 ‘갓띵작’이 될 것이다.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고 혼자 짊어지고 가던 짐을 남자형제들과 남편과 아들딸과 나누어 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카톡방에서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가족들의 냉담함에 분노하기보다는 ‘촌철살인’의 이모티콘을 보내는 신공을 갈고닦자. 간병의 ‘달인’이 되어가는 친구들에게 실전노하우를 전수받자. 너희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이야기라고 철벽을 치지 말자…….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이 수행들 가운데 있다.

 

 

댓글 5
  • 2020-10-17 11:19

    ‘할머니-어머니-딸’이 아닌 다른 관계로 만날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효숙씨와 연옥씨(나) 그리고 소영씨(딸)의 이름을 되찾는 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가족 안에서 역할로만 존재할 때, '즐거운 집'의 내장이 썪어 문드러진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요. 이제는 이름을 되찾고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야 될 때! 곱게 포장되어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희생대신, 우정의 가치를 들여놓으면 어떨까요.

    친구로 만나고자 발악을 해보니, 오랫동안 위계로 묶여있던 남편과의 관계도 서서히 동료 인간으로 변해가더군요. 그 이면에 '서로 이름을 부르며 반말 하기'의 공로가 컸답니다. 아이들에게도 내 이름을 부르라고, 이제는 네 엄마로 살기 싫다고, 친구먹자고 했는데. 잘 못하긴 합니다만.

  • 2020-10-17 20:10

    느티나무님의 ' 빛나는 조연' 캐스팅을 응원합니다~~
    처방전의 기술이 날로 오묘해지는 새털님도 응원합니다~~~

  • 2020-10-18 16:45

    예전에 딸을 나면 '사돈집 종년 낳았다"라고 했다던 남녀 차별하던 시대가 불과 100년도 안된일입니다.
    그동안 세상도 변하고 여자들이 알게 모르게 그 틀을 깨느라 애쓰고 있지요.
    당장 사는게 살맛 안나니까요.
    엄마 세대인 나도 딸들이 더 나은 세상 살기를 바라고 여자도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엄마, 시어머니, 언니 ,시누,동생이 그냥 인간으로 이해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방적일수는 없는 관계의 오묘함.
    그 역할과 틀을 넓히지 못하는 무지와 나이듦을 어찌하리요....
    사태 파악했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고 시간이 들겠지만 그 과정이 삶이고 인생이고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문제는 여전하고 세세한 것에 불편을 감수 하지 않으려 하고 세상은 더디지만 변화의 파고는 막을 수 없겠지요.

  • 2020-10-19 08:41

    효숙씨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만만치 않지요
    그래서 50넘어 방광염 처음 앓아봤고요
    한동안 고생하다 지금은 저도 나름 방법을 찾아 자주 걸리진 않지만 늘 불안하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보다 훨씻 나은 것 같아요
    한슬씨(딸)의 시댁과의 관계를 보면 ......

    이제 우리집도 머지 않아 할머니-어머니-며느리가 한 집에서 살게 될 것 같은데
    성도 다 다른 세 여자 형심씨-선미씨-언주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겠군요 ㅋ

  • 2020-10-22 09:30

    엄마는 요즘 제사를 넘길 절을 알아보고 계세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며느리에게 제사를 넘길 순 없다는 거죠. 이제 여자들의 가부장제 카르텔은 와장창~ 끝난 거죠. 아니,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 그 자리를 메꾸는 건가..

글쓰기
새털 2020.10.16 조회 154
‘뻔하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강화길의 단편소설 「음복」을 처방합니다       효숙씨는 ‘일복’도 많지   효숙씨와 나는 여섯 살 차이가 난다. 여섯 살의 차이는 묘하다. 내가 학교 운동장을 어슬렁거리는 땅꼬마였을 때 그녀는 초등학생이었고, 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녀는 교복을 입는 중학생이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서로의 관심사가 겹칠 수 없는 ‘나이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방광염을 하소연했을 때,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아들었다. “아! 그거 되게 아프고 짜증나잖아요!” 나도 한때 비뇨기과를 들락거리며 방광염을 치료했던 적이 있었다. 비뇨기과 대기실은 내가 갔던 어떤 병원보다도 적막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도 말이 없고, 간호사들에게서도 무심함을 가장한 친절과 어색함을 감추려는 침묵이 느껴졌다.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도 고역이라 빈 공간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나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비뇨기과 인테리어의 포인트는 발기부전의 원인과 전립선의 건강비법을 알려주는 게시물들이었다. 그래서 입 다물고 눈 감고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은 명상시간처럼 고요했다. 내가 비뇨기과에 갔던 것은 사십대 초였다. 해야 할 일이 많았던 때였다. 의사선생님은 급성 방광염은 항생제로 금방 치료되는데, 이게 반복되면 치료하기 힘든 만성 방광염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주셨다. 만성 방광염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의사선생님의 ‘주의’가 늘 귓가에 맴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신장과 방광의 기능도 노화될 것이고, 요실금도 걱정된다. 가끔 재채기를 하거나 뜀박질을 하다 깜짝깜짝 놀란다.     효숙씨는 나보다 긴 방광염의 역사를 갖고 있었다. 대학생때 알바로 학비도 벌고 용돈도 벌어야 했는데, 장시간 일을 하다보면...
문탁 2020.10.10 조회 486
1. 아이고, 내 팔자야....   동영상은 효과가 컸다. 섬망으로 인한 어머니의 욕과 매를 마치 액받이 무녀처럼 고스란히 받아 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한 후, 동생 한 명은 밤새 울었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새벽까지 손발을 덜덜 떨었다고 했다. 근처에 사는 남동생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밤늦게까지 스탠바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하룻밤이 지나자 모든 상황은 급변했다. 어머니는 전날 밤 일을, 사건 전후의 맥락은 상실한 채 어떤 장면들만 스냅사진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자 어제 밤의 “아비 잡아먹은 년”은 오늘 아침엔 “세상에 불쌍한 년”이 되어 버렸다. 어머니는 나를 볼 때마다 “미안하다”며 울었고, 집에 오는 사람 모두에게 “내가 000를 때렸는데 말이야..”는 말부터 먼저 했고, 아무나 붙들고 나에게 밥을 차려주라고 채근을 해댔다. 얼마나 나를 챙기는지 이번에 나는 어머니에게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고착된 감정을 재생산시키지 않기 위해서 어머니를 슬슬 피해 다녀야 했다.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간병이 무엇까지를 감당해야 하는 것인지를 실감한 동생들은 비로소 ‘말’이 아니라 ‘액션’을 취하기 시작했다. 남동생은 호캉스라도 다녀오라며 당장이라도 호텔방을 끊어줄 기세였고 여동생들은 나의 휴가에 대비해 자신들이 담당할 간병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등 떠미는 동생들 덕분에 나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 운 나쁘게도 딱 그 타임에 ‘하이난’이 상륙한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집과 엄마를 잠시라도 떠날 수만 있다면 태풍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았다. 강원도 바다가 보이는...
새털 2020.09.13 조회 155
나의 '장인'에게 보내는 마음의 소리 -김초엽의 단편소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를 처방합니다     ‘감정의 물성’을 읽다가   2002년에 개봉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50년 후인 2054년의 미래를 보여준다.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개봉 당시 가히 판타스틱 했던 미래기술들이 오늘날에는 많이 상용화되었다. 생체인식기술, 멀티터치인터페이스, 홀로그램, 증강현실, AI안경,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영화적 재미를 가져왔던 미래기술들을 오늘날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일상이 된 첨단기술들은 영화 속에서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2019년에 출판된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년)에서도 조만간에 출시되거나 상용화될 것 같은 미래기술들을 엿볼 수 있다. 인간배아 디자인, 냉동수면기술, 웜홀 터널, ‘기쁨/슬픔/우울’ 같은 감정을 담고 있는 팬시상품, 죽은 사람들의 생애 정보를 데이터로 이식한 ‘마인드’ 도서관 등, 비교적 ‘현실적인’ SF판타지를 보여준다. 나는 그 중 가장 빨리 상용화 되는 것은 ‘마인드’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우리의 장례문화를 떠올려볼 때, 곧 납골당과 추모공원은 사이버상의 홀로그램과 가상현실로 대체될 것 같다. 이것을 관리해주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우리는 넷플릭스나 왓챠처럼 정액제로 사용요금을 결제하게 될 것이다.   “감정의 물성?” “그러니까 자기들 말로는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이래요. 종류도 꽤 많아요.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공포체’, ‘우울체’ 하는 식으로 이름이 붙고, 파생되는 제품으로 비누나 향초, 손목에 붙이는 패치도 있고요. 지금 유진 씨가 구해 온 건 침착의 비누라는 건데, 진짜 비누처럼 써도 되지만 그냥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기린 2020.09.12 조회 204
 1. 호기롭게 무모한 도전을   공동체로 출근하는 일상에서도 일주일에 이틀 오후와 토요일에는 학원 일을 계속했다. 당시 학원 일로 백이십만 원 정도를 벌었다. 그걸로 먹고 사는데 별 지장은 없었지만 두 가지 일을 병행하려니 차츰 몸이 힘들어졌다. 학이당에서 하는 공부의 양은 점점 늘어나는데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학원이 인천에 있어서 일주일에 이틀을 120키로씩 운전 하는 일도 부담스러웠다. 학원 일을 그만둘 핑계는 점점 늘어났지만 공동체 안에서 먹고 살만한 일도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도 난 일단 학원 일을 접고 문탁 안에서 백만 원을 벌어 보겠다고 선언했다. 친구들은 나의 선언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새로운 실험이 공동체에 주는 활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런 선언을 하게 된 데는 매달 이십만 원 정도의 임대비용으로 국민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주거 상황도 한 몫을 했다. 2년마다 오르는 집세를 감당해야하는 형편이었다면 아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또 문탁네트워크 홈피 대문에 달려있던 ‘자본주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난 삶’ 같은 문구도 내 마음을 들썩였다. 자본주의가 뭔지도 모르면서 내 삶이 고달픈 것은 다 그 탓이라고 핑계만 대다가 뭔가 ‘도전’해 볼만한 거리가 생긴 설렘이었달까.   당시 마을 경제 세미나를 했던 친구들이 마을 작업장을 만들었다. 화장품도 만들고 정기적으로 반찬을 생산하는 찬방도 있었다. 세미나를 통해 익힌 것들을 실제로 실천해보자는 활기찬 분위기에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자누리 화장품에 일꾼을 신청했다. 더치커피 사업단을 꾸렸던...
문탁 2020.08.31 조회 477
“그것이 생이었던가?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니체, 「구제에 대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 엄마가 이..상..해   4월 13일 : 벌써 1년이 되었구나   1년 전 오늘, 엄마가 아파트 안에서 쓰러졌다. 지난한 '간병블루스'가 시작되었다.   4월 15일 : 왜 이를 갈지?    간만에 형제 단톡방에 엄마 소식을 전했다.    하나. 엄마가 몇 주 전부터 이를 조금씩 가셨는데 점점 심하게 가셔. 나의 치과주치의와 의논을 해봤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하네. 치매를 의심하는 듯. ㅠ    둘. 지난 번에 허리 통증 주사를 맞았는데도 여전히 아프신가봐.. 점점 더 “힘들다, 힘들다” 소리가 늘어나네...    셋. 소화를 잘 못 시키심. 아무래도 운동량은 없는 상태에서 약은 계속 드시니까... 일단 일체의 간식을 중단. 그랬더니 변비가...ㅠㅠ    넷. 그동안은 기저귀사용이 좀 줄었는데 요 며칠 기저귀 사용이 다시 늘고 있어. 다시 말해 변기에 앉기 전에 이미 대소변을 보신다는 거지. 왜 그럴까? 인지문제일까? 기능문제일까?   4월 23일 : “이 가는 건 치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문제입니다”    <00치과> 원장과 전화 상담을 했다. 의사에 따르면 이를 가는 것은 치의학적 원인이 아니라 심리적 문제라는 게 최근의 연구 결과란다. 치과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를 갈지 않도록 어떤 장치를 끼우는 것인데, 그것은 원인을 제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장치를 낀 상태에서도 이를 간다고 한다. 어머니가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니 그렇다면 그쪽에서 상담을...
새털 2020.08.17 조회 204
장르를 바꿔보자 -정세랑의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 2015년)을 처방합니다       워킹맘의 만성피로, SF 판타지 아니면 답이 없다   만성피로와 어깨 결림에 대한 처방전을 의뢰한 곰도리(닉네임)는 대안학교 과학교사이고, 아직은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생 남매를 기르고 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거나, 육아도우미 AI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거나, 슈퍼 히어로급 초능력을 장착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조건에 놓인 사람이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SF 판타지가 아니면 현실에서는 답이 없다. 그래서일까? 곰도리와의 만남은 주객이 전도되어 그의 고충에 대한 의논보다 내 흑역사에 대한 하소연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곰도리는 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선생님이라는 소문대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날 나는 아이 둘을 낳고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던 삼십대의 날들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석사과정생은 ‘과정’에 있는 사람이니, 용빼는 재주가 있지 않고는 자료검토든 글쓰기든 잘해낼 수가 없다. 그런데 교수님들은 가르쳐주는 것 없이 야단만 쳤고, 강의시간은 단체로 기합을 받는 시간 같았다. 석사과정 동안에는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준비해도, 공부에 대한 안목과 요령이 없기 때문에 ‘뻘짓’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무수한 헛발질을 거쳐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인데, 나는 자책과 자학 없이 이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은 엄마가 바쁜 때를 귀신 같이 알고 다치거나 아팠다. 그 시절 나는 조금만 삐끗해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일상을 감당하지 못해 허덕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깨가...
새털 2020.07.09 조회 218
루틴의 ‘힘’ -나수경의 단편소설 「구르기 클럽」을 처방합니다     바닥을 칠 때, 알레르기가 찾아왔다 알레르기성 피부 발진에 대한 처방을 의뢰한 ‘루틴’(닉네임)은 6년차 직장인으로, 식물학 박사이고 관련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루틴은 삼십대 후반의 싱글이며 회사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투룸에 살고 있다. 아침 6시쯤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걸어서 출근한다. 예전에는 회사 아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귀가했으나, 자극적인 식당음식이 몸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최근에는 집에서 저녁밥을 지어 먹는다고 한다. 퇴근 후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정리하다보면, 노곤함이 밀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된다. 그러니까 현재 루틴은 안정된 직장이 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비교적 ‘건강한’ 직장인이다. 루틴의 라이프스타일은 커리어의 면에서나 워라밸의 면에서나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학위를 마치고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지금과 달랐다. 1년차 직장인의 연봉은 높지 않았고, 학위를 따느라 보내는 기간 동안 모아둔 돈도 없어 집을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형편에 맞는 집(방?)을 보러 돌아다닐 때, 루틴의 눈에는 일찍 결혼해서 평수를 늘려가고 인테리어를 바꿔가는 친구들의 아파트가 아른거렸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개인공간으로 기숙사 방이면 충분했고, 일이 안 풀릴 때는 옆방의 친구들과 고민상담하며 동료의식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 기숙사의 인프라와 커뮤니티가 빠진 루틴의 현실은 박봉의 일인가구였다. 결혼한 친구들은 각자 나이에 맞게 인생의 규모를 키워가는(남편이든 자식이든 아파트 평수든)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자신만 하향곡선을 타고 있는 것 같아...
기린 2020.06.24 조회 380
공부 좀 했다    나는 공부 ‘좀’ 하는 학생이었다. 우리 집에서 사남매 중에 내가 상장을 제일 많이 받았다. 조회시간에 교단 앞에 불려 나가 상도 받아서 동네에서도 소문 좀 났었다. 그래서인가 살면서 내가 공부를 좀 한다는 자신감을 잃은 적이 거의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성적은 점점 하향곡선을 그렸고 당시에 학력고사 점수로 응시한 대학은 모두 떨어졌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1년짜리 기획 세미나 ‘내공프로젝트’ 모집 공지가 올라왔을 때 은근 두근거렸다. 기왕 공동체로 출근까지 하게 된 마당에 강도 높은 공부로 내공을 키울 수 있다니 출근길이 새삼 보람차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공 프로젝트는 이문서당과 학이당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문서당에서는 원문강독으로 『논어』를 읽고 학이당은 중국고대사상사 세미나와 글쓰기였다. 일주일에 이틀을 꼬박 공부하는데 활용해야 했다. 『논어』를 원전으로 강독해주시는 우샘의 음성은 무거운 경전의 말씀도 편안하게 들리는 힘이 있었다. 강독을 하시다 “우리 아들 키울 때” 라시며 교육에 유용한 꿀팁이라도 전수해주시면 동학들의 호응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전을 강독하시면서 우리가 샛길로 빠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주석을 짚어 주실 때는 오랜 경륜의 내공이 느껴졌다.   학이당은 1년 동안 고대의 중국 사상 중 유학을 중심으로 천 년 간의 사유를 다루는 커리큘럼으로 짜져 있었다. 천년이라는 시간 감각이 없어서인지 처음에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첫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난관이 시작되었다. 읽는다고 읽는데 안 읽혔다. 우리가 너무 난감해하자 문탁샘은 배경지식을 부족한가 싶어서 『십팔사략』을 봐라, 『사기』를 읽자며 계속 참고 도서를 제시했다....
관리자 2020.06.09 조회 433
                     문탁       1. 4월엔 주꾸미   “君子務本 本立道生 孝悌也者 其爲仁之本與” (『논어』, 학이) 군자는 근본에 힘을 쓰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 효도와 우애는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다. (김수경, 나은영, 이수민 풀어엮음, 『낭송 논어』, 북드라망, 35쪽)     나는 그다지 많이 먹지도 않고 맛있는 걸 즐겨 찾는 편도 아니다. 수련의 결과냐 하면 전혀 그런 건 아니고 사주상 식상(食傷)에 해당하는 토(土)가 고립이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로 ‘식상고립’! 쉽게 말해 타고나길 비위가 약하다는 뜻이다. 당연히 편식도 심해, 순대도 안 먹고 족발도 안 먹고 민물생선도 안 먹고 오리고기도 안 먹는다. 외국 나가서도 현지 음식을 거의 못 먹는다. 몇 년 전 친구들과 인도여행을 할 때는 매 끼니 굶다시피 했고, 작년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가져간 포트에 누룽지를 끓여서 연명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태어나서 중학교 때까지 중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나는 아스팔트 키드답게 “조수초목지명(鳥獸草木之名)”(『논어』, 양화)에 아주 무지하다. 적산가옥이었던 어릴 때 우리 집은 마당도 화단도 꽃도 나무도 없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가장 가까운 학교 화단에 가서 봉숭아와 채송화의 실물을 보여주면서 자연 선행학습을 시킬 정도였다. 과일이든 야채든 그것이 상품이 되어 시장에 나오기 전엔 그것들의 생로병사를 잘 모른다. 어떤 모습으로 싹을 틔우고 어떻게 자라서 언제 수확을 하게 되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언젠가 친구들과 강화도의 모 공동체를...
새털 2020.05.30 조회 299
Nobody or Somebody,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다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문학동네, 2019년)을 처방합니다       진단의 어려움, 무엇이 문제인가    코로나19의 여파로 감자탕집에는 사람이 미어터졌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과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면서, 각 가정에서는 매끼니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고난도 미션이 주어졌다. 가족들이 돌아가며 집밥을 해먹기도 하고, 편의점이나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간편식이나 반조리 식품으로 때우기도 했다. 또는 오늘은 짜장, 내일은 치킨을 주문하는 ‘배달의 민족’의 일원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주말이 아니라도 가족끼리 외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가정이 늘어났다. 적어도 5월 첫 번째 월요일 점심시간에 우리가 들어간 감자탕집은 외식 나온 가족들로 북적거렸다.   코로나로 수업이 줄어든 재수학원 강사 자룡과 그의 초등학생 아들, 자룡의 지병에 대한 처방을 의뢰받은 나와 내가 끌고 나온 친구, 흡사 가족처럼 보이는 우리 네 사람은 그날 휴대용 가스버너 위에 감자탕중자 냄비를 올려놓고 마주앉았다. 테이블에는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병, 그리고 학교에 가지 못 하는 동안 게임, 마술, 인형 뽑기 등등 소일거리 찾기에 매진하고 있는 초등학생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주문한 사이다 캔이 정답게 올라와 있었다. 자룡이 의뢰한 지병은 ‘알코올 의존증’이었는데, 그날의 상황을 보라. 이건 알코올 의존증을 해결하고자 모인 사람들의 자세가 아니다. 이건 누가 봐도 한 번 제대로 마셔보자는 의욕으로 넘치는 ‘낮술’의 현장이었다. 나는 알코올 의존증은 ‘페이크’이고 자룡이 해결하고 싶은 다른 고민, 갈등, 번뇌 등등의 애로사항이 따로 있으리라 짐작했다. 무엇이 자룡을...
기린 2020.05.13 조회 393
  설명하기엔 애매한     나는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나이는 오십이 넘었는데 시집도 못 갔지 안정된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문탁에서 학생들과 수업도 한다는 얘기로 미루어 예전에 다녔던 학원 같은데 이겠거니 생각하신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어머니는 학원에서 월급은 주냐고 걱정하는 전화를 하셨다. 학원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는 뭐래니 라는 표정이다. 어머니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족은 물론 주변 친구들에게도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신문을 통해 소개되는 공동체 관련 기사도 열심히 읽었고 그와 관련한 책도 꾸준히 사서 읽었다. 새해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릴 때 소개된 공동체 방문해보기가 빠지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공동체를 만들어 같이 살자는 말을 곧잘 했다. 그럴 때 떠올린 공동체의 상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간다는 정도였다. 책을 통해 문탁네트워크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런’ 공동체를 실제로 경험해 본다는 생각에 좀 설렜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와보니 만나는 사람들도 맞닥뜨리는 상황들도 낯설어 좌충우돌하기 일쑤였다. 처음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내가 그렸던 ‘그런’ 공동체의 상이 자꾸만 떠올랐다. 뜻이 맞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래서 공동체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살아갈수록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던 것들을...
새털 2020.04.27 조회 335
치매를 걱정하는 친구에게 -윤이형의 단편소설 「루카」를 처방합니다       y의 ‘깜박깜박’, 건망증인가 치매인가 -나 치매인가 봐. y가 이렇게 말했을 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건성으로 대꾸했다. 워낙 뜬금없고 엉뚱한 y의 생각에 대부분 ‘내성’이 생겨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불 위에 냄비를 올려놓은 걸 깜박하고 세탁소에 다녀와서 냄비바닥을 홀라당 태워먹었다는 y의 하소연은 사실 우리 대부분이 한두 번쯤 겪은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자리는 순식간에 ‘건망증 배틀’이 되었다.   -냉장고 문 열고 한참 있어. 뭘 꺼내려 했나 까먹어서. -현금인출기 앞에서 돈 꺼내는 걸 깜박하고 왔어. 나중에 은행에서 전화가 오더라. 수시로 찾아 헤매는 핸드폰과 자동차열쇠에 대한 원망, 쇼핑몰 주차장에서 차를 찾지 못해 머리가 하얗게 되었던 순간, 고유명사를 까먹고 ‘그거 그거 그거’하며 버벅거렸던 답답함 등. 40대가 넘은 중년인 우리들에게 이런 에피소드들은 나이 먹어가는 것을 실감하는 액세서리 같은 것이다. 나이 먹으니 ‘빨간색이 좋더라’ ‘자꾸 꽃 사진을 찍게 되더라’ 하는 취향의 변화처럼, 나이 먹으니 ‘자꾸 깜박깜박하게 되더라’는 일상적인 습관의 일부가 되었다.   대학 강사를 하는 나는 한 학기가 끝나갈 때쯤 거의 외운 학생들의 이름을 다음 학기가 시작되면 까먹는다. 강의실 복도나 교내매점에서 학생과 마주치면 ‘아무개야’라고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잘 지내지?”라고 말을 얼버무린다. 출석부에 올라있는 이름들은 비슷비슷해서 ‘서현, 나현, 세현, 세희……’ 잘못 발음하기 쉬운데, 간혹 잘못 부르면 학생들은 마치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한 것처럼 상처 받았다. 그래서 매번 출석부를...
관리자 2020.04.24 조회 427
문탁   1. 더이상 어머니는 없다   얼마 전이었다. 날이 완연히 따뜻해지자 <인문약방> 등산동아리 친구들의 등산점퍼가 가벼워지고 컬러풀해졌다. 나만 여전히 검정색 겨울패딩 차림. 어, 나도 어딘가 적당한 등산점퍼가 있지 않을까? 옷장을 뒤졌는데 마땅한 것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카디건이거나 야상점퍼를 입고 산행을 하긴 좀 부담스럽다. 어떻게 해야 하지? 등산 몇 번을 위해서 옷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다 갑자기 어머니 봄 점퍼에 생각이 미쳤고 득달같이 어머니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마침 색깔도 두께도 스타일도 등산용으로 딱 맞춤한 옷을 찾아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찐’분홍 점퍼로 몇 년 전 눈썰미 좋은 며느리가 사다드린 옷이다.   내친김에 나는 어머니 옷들 중에 내가 입을 수 있는 쓸 만한 게 더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옷장 안은 수십년 된 빈티지의상들로 가득했다. 소매 끝이 나달나달해졌지만 유난히 아끼시던 붉은 색 체크무늬 겨울 모직 반코트, 여름철 한, 두 번 밖에 입지 않지만 그걸 위해 정성 드려 풀을 먹여 손질해놓던 모시 스리피스, 입으실 때마다 똥배를 한탄하며 다이어트를 다짐하곤 하시던 패션 바지들...지금 당장 그래니 룩으로 재활용해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었다.   물론 신상들도 제법 있었는데 어머니와 함께 사는 나는 그것들의 사연을 대체로 알고 있다. 저 여름 원피스는 막내딸이 사가지고 왔는데 자꾸 나를 주겠다고 하셨던 것이고 (한 마디로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 저 회색 벙거지 모자는 손주 녀석이 할머니 생신선물로 드린 건데 엄청 맘에...
새털 2020.04.16 조회 158
  디스크 질환에는 시리얼 상자를 덧댄 스냅사진을 -장류진의 단편소설 「탐페레 공항」을 처방합니다      졸업 선물로 허리 디스크가 왔다   우리집 큰딸 소영이는 요즘 바쁘다. 어제는 국제학생증을 발급받기 위해 재학증명서를 출력하더니, 오늘은 친구에게 캐리어를 빌려왔다. 내일은 병원에 들러 응급시 쓸 수 있는 진통제를 처방받는다고 하고, 며칠 내로 은행에 들려 환전을 할 계획이란다. 겨울방학 동안 살을 빼서 슬림한 모습으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비롯해서 여행지에서 읽을 책 몇 권을 골라놓는 센스까지 빠트리지 않으며 착실히 여행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지난 가을 학기가 시작될 때 소영이는 충동적으로 왕복유럽항공권을 끊었다. 이번 겨울이 대학생으로 보내는 마지막 방학인데, 4년 동안 아르바이트와 계절학기 수업으로 방학을 보냈다는 사실이 문득 억울하고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한 달쯤 외국에서 생활하는 이벤트를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대학생다운 감성이었다. 이때는 60만원짜리 저가항공권을 구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되었다.           그런데 항공권을 구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취업설명회에 다녀오게 되면서 소영이의 가을 학기는 순식간에 ‘취준모드’로 전환되었다.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온 서류 접수를 위해 벼락치기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적성검사 문제 유형을 익히고, 면접스터디에 합류했다. 주말에는 공인영어점수를 받기 위해 시험을 보러 갔고, 그 사이 낀 중간고사도 대충 해치웠다. 면접을 위해 백화점에서 정장바지를 사고 친구에게 구두를 빌려오며 소영이는 사원증을 목에 건 자신의 모습을 그려봤을 것이다. 아마도 오피스드라마에 나오는...
문탁 2020.03.21 조회 332
“그는 검사가 다 끝났다고 여겼는지 모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뻗어 아내의 머리를 잡고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것일까? 그런데도 그의 아내는 늘 있어온 일이라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알마, p31)       1.엄마의 정신은 어디로 외출했을까?     6개월 전, 2차 부상에 대한 병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퇴원시킨 가장 큰 이유는 ‘섬망’ 때문이었다. 오후만 되면 ‘집으로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를 계속 병원에 둘 수는 없었다. 2차 부상이냐? 섬망이냐? 거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수준의 선택 앞에서 난 결국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왔다. 하여, 섬망이 사라졌냐고? 결론을 먼저 말하면 섬망은 사라지지 않았고 2차 부상까지 당하셨다. 특히 2번 요추 압박골절에 이어진 1번 요추 골절은, 어머니도 나도 간병인도 그 누구도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더 황당했다. 넘어진 적도 부딪힌 적도 없다는 나의 말에 의사는 심상하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노인들은 기침하다가도 부러져요. 흔한 일이예요” (그런데 왜 어머니의  6개월 입원기간, 4군데의 병원에서 어떤 의사도 이런 이야기를 미리 해주지 않았지? 쩝!)       어쨌든 척추 뼈가 두 개나 부러지고 그 뼈들이 다시 아무렇게나 붙어서 (혹은 여전히 덜 붙어서)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가 약간 구부러지게 된 어머니는, 집에 오신 이후에도 수시로 ‘집으로 가자’를 외치셨다. 뿐만 아니라 갑자기 교회 성가대 애들 밥을 먹여야 하니 밥을 넉넉히 하라고도 하시고, 당신이 제일 사랑하는...
문탁 2019.09.19 조회 447
엄마를 퇴원시킨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음, 지구를 떠나고 싶다.     1. 지난 일주일 동안 난, “엄마, 집에 와서 좋지?” 라며 하루에도 수십번씩 엄마와 눈을 맞추며 애교를 피우고, 전기밥통이나 세탁기 쓰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은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일일이 일을 가르치고, 엄마가 간병인 아주머니를 구박하는 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해서 차단하고, 간병인 아줌마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감정노동을 하고, 집에서 삼시세끼를 찍느라 종종 걸음을 치고,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그걸 널고 개고, 하루에도 서너번씩 쓰레기를 버리러 수거장에 나갔다 오고 (그 사이, 잠시 망설인다. 병원에서 기저귀 쓰레기는 따로 수거를 했는데, 집에서는 그냥 일반쓰레기로 버려도 될까, 라면서), 엄마를 보러 온 온갖 친척, 친지들을 상대하고, 사이사이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워 넣고, 하루 두 번 엄마의 간식을 미리 챙겨놓고, 엄마의 병원 서류를 정리하고 입원비를 계산해서 엑셀로 만들어 동생들과 공유하고, 엄마의 똥을 살피고 통증지수를 가늠하여 체크리스트에 적고, 무슨 서방정, 서방정, 서방정들로 점철된 약을 분별하여 하루에 29개나 되는 약을 약통에 담고, 매일 같은 시간에 하루는 오른쪽, 하루는 왼쪽에 포스테오 주사를 놓는다. (그걸 위해 알람을 다시 맞춰 놓았다. 동은에 대한 ‘감시알람’^^이 끝나자마자 ‘포스테오 알람’이 켜졌다^^) 발바닥엔 불이 났고 입안은 다 곪아 터졌다.       2. 엄마를 퇴원시켰다고 하니까 다들 좀 회복되신거냐구 묻는다. 글쎄, 회복이란 무엇일까? 회복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일까? 허리골절이니 허리뼈가 붙는 것? 아니면 심각한 통증이 완화되는 것?...